전쟁사 이야기 번외편 - 잠수함 (울프콜 특집)
영화 을 보았습니다. 해군이 그나마 밀리터리에서 관심이 적고, 잠수함은 그 특성 덕에 일반인에게 자주 회자될 수 없는 분야입니다. 이런 신선한 잠수함이라는 소재를 사용한 영화가 요새 자주 등장해서 참 재밌네요.
과거 에서도 미국 잠수함이 주연으로 등장했으나 다소 평이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는 잠수함의 생명줄과도 같은 '청각'에 대해서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잠수함 함장이 아니라, 음탐 분석가였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자주 사용되는 감각은 '시각'입니다. 그러나 공중전이나 해상전, 특히 수면 아래에서는 이런 시각을 활용하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때문에 상어는 후각이 극도로 발달하여 피냄새를 감지하여 사냥하고, 돌고래는 음파를 활용해서 지형지물을 파악하죠.
실제로 시각장애인들 중에서는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반사되는 것을 감지해서 주변 사물을 파악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잠수함에게 '소리'는 모든 정보를 수집하는 주요한 경로이며 동시에 약점이 되기도 합니다.
(저 수면 아래 깊숙히 잠수함은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으며 오직 미세한 '진동'만을 가지고 어두운 바다를 항해하고 있습니다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A7%80%EA%B5%AC-%EC%98%A8%EB%82%9C%ED%99%94-%EB%B0%94%EB%8B%A4%EB%A1%9C%EB%B6%80%ED%84%B0-%EC%8B%9C%EC%9E%91%EB%90%90%EB%8B%A4/ )
은밀하게 바다를 누비는 잠수함은 세계대전부터 악명이 자자했습니다. 해상강국 영국에 맞서 경쟁하던 독일은 나름의 해답을 잠수함으로부터 발견합니다. 추적하기 어렵고, 자신보다도 덩치 큰 함선을 한방에 골로 보내버릴 수 있는 잠수함은 2차 세계대전까지 영국 해군을 끊임없이 괴롭힙니다.
독일 잠수함으로 유명한 U보트는 아직 수면하 탐지기술이 발전하지 않은 시대에는 대적할 수 있는 수단이 전무했습니다. 시각적으로 보이지도 않고, 냄세가 특별히 풍기는 것도 아닌 이런 잠수함은 오직 항해하면서 내는 미세한 소음밖에 단서를 남기지 않았습니다.
이런 잠수함을 막거나 사냥하기 위해서 해저의 미세한 소음을 잡아내고, 박쥐처럼 음파를 날리고 반사음의 도착 시간과 각도를 이용해서 위치를 능동적으로 추적하는 소나(SONAR)기술 또한 발전했습니다. 잠수함 대항책이 속속 개발되면서 2차 세계대전 종식과 더불어 독일 잠수함의 전설은 끝이 납니다.
현대에 들어서는 또 잠수함 기술이 다시 빠르게 발전하면서, 세계적으로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동력원을 사용해서 프로펠러의 기포와 진동이 쉽게 탐지되던 구형 잠수함에서부터, 이제는 핵 연료를 사용해서 보급 주기가 길어지며 더 크고 강한 동력을 훨씬 조용히 사용할 수 있는 핵잠수함까지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미국 핵잠수함 오하이오. 핵추진 항모와 더불어 원자력 기술을 도입한 핵잠은 보급없이 장기간 항해를 할 수 있다는 점 덕분에 적군에게 더 공포를 줍니다. 과거보다 잠수함은 더 크고 무거워졌지만 동시에 더 조용하고 은밀해져왔습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160829052051014 )
잠수함에게 진동과 소리는 눈과 귀가 되어줍니다. 사람이 가만히 있어도 심장박동이 있고 숨소리가 나듯이, 생명체건 함선이건 반드시 단서를 남기기 마련입니다. 이런 소리라는 단서를 통해 적의 위치와 거리, 심지어 특징과 지금 하고있는 행동까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은 이런 청각적인 자극을 극대화한 신선한 영화였습니다.
예전에 칼럼에서 '안전'에 대해 이야기하며 바다가 얼마나 가혹한 환경인지 설명한 바 있었습니다. 수면 위도 그렇게나 인간에게 호의적이지 않은데, 수면 아래는 거기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간에게 공포를 줍니다.
바다는 물이라는 유체로 이루어져 수심이 깊어질수록 더 강한 압력이 작용합니다. 때문에 사람은 맨 몸으로 잠수할 수 있는 한계 깊이가 정해져있습니다. 그 이하로 내려가면 고막이나 눈에 압력이 작용하고, 더 심각하면 신체조직이 찢기거나 터질 수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잠수함은 견고하고 튼튼하게 설계되야하지만, 또 동시에 사소한 피해에도 수면 위에 떠있는 함선보다 더 심각한 위협을 느낍니다. 잠수함을 잡는 전통적인 병기인 '폭뢰'는 이런 점에 착안하여 부정확하지만 다수를 수면 아래로 폭탄을 던져보내는 것입니다. 폭뢰는 터지면서 잠수함에 크고작은 압력의 변화를 주고, 선체에 손상이 가하는 순간 수심이 가하는 압력에 의해서 잠수함은 뒤틀립니다.
또한 공기보다 물이 훨씬 밀도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잠수함은 속도는 당연하게도 물 위를 달리는 함선에 비해서 느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은밀하게 적을 피해 움직일 수 있지만, 만약 적에게 위치가 노출된다면 꼼짝없이 토끼와 경주하는 거북이 신세가 되어 두들겨 맞을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물 속에 있는 만큼 답답하고 제한된 환경에서 살아야 하는 승조원은 정신병과 운동 부족에도 시달립니다. 자유롭게 뛰어다니지도 못하는 제한된 공간에서 때로는 들키지 않기 위해 몇달을 버텨야 하는 잠수함은 해군 병과 중에서도 스트레스가 심하기로 유명합니다.
(해군력이 열세인 독일은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잠수함에 국가 운명을 걸 정도로 잠수함은 은밀한 공포입니다. 섬나라라 해상을 통한 보급이 필수적인 영국은 독일의 잠수함 기습에 끔찍한 고통을 겪습니다
http://bemil.chosun.com/nbrd/bbs/view.html?b_bbs_id=10044&num=203531 )
특히 이번에 본 영화가 참 즐거웠던 점은, 제가 평소에 말하는 바와 같이 사람들이 범할 수 있는 '인간적인 오류'를 막기 위한 체계적이고 까다로운 핵 공격 승인 과정을 묘사했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누군가의 충동적인 선택으로, 간단한 실수로 심각한 결과를 막기 위해 여러 단계의 걸친 확인과 명령 체계를 거칩니다.
단순히 어디서 미사일을 발사하라는 구체적인 발사 지점과 시간을 일일이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함장의 지휘 아래 최적의 상황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잠수함과, 그걸 또 분석하고 예측하여 그것을 막으려는 또 다른 잠수함의 심리전도 등장합니다.
스토리가 '청각'이라는 소재를 활용하면서도 고차원적인 인간의 사고력, 깐깐하고 정확한 명령 체계를 통해 실수로 지구가 핵전쟁에 휩쓸리는 것을 막으려는 원칙들은 평소 제 철학과 참 짝짝꿍이 잘 되더군요.
제가 영화를 리뷰하는 사람도 아닌데 영화를 보고 감명받아 글을 쓰는 일은 이번을 포함해서 앞으로도 손에 꼽을 것 같습니다.
전쟁사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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