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 이야기 - 번외편 발상의 전환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정말 사소한 변화로 큰 발명에 연결되어 역사에 남은 독특한 일이 많습니다. 복잡하지 않고 간단한 생각의, 발상의 전환으로도 무언가 획기적인 물건이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자가 쪼들리고 항상 보급이 부족한 전쟁에서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평소에 어떤 용도로 쓰이던 물건인데, 아주 우연히 다른 용도에도 써봤더니 효과가 끝내주더라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주 어렵고 복잡해보이는 문제를 간단한 아이디어의 전환으로 해결하거나 발전시킨 사례를 좀 소개해볼까 합니다.
흔히 대공포라하여, 상대방의 전투기나 항공기를 격추시키는 물건이 있습니다. 하늘을 향해 쏘아야하기 때문에 각도를 높여서도 쏠 수 있어야하고, 또 안에 사용되는 포탄 또한 일정 고도에서 폭발하는 시한폭탄 장치 따위를 달아서 써야합니다.
그런데 독일에서 운용 중이던 8.8 cm Flak이라는 대공포는 정말 의외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냅니다. 평소 하늘을 향해 쏘던 물건을, 지상에 대고 낮게 쏘니까 상대방 전차를 쉽게 뚫어버린다는 사실을 독일군이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본래 대공포로 사용되던 이 무기는, 훗날 대전차 무기로도 활약합니다.
(자신이 파괴시킨 전과를 기록한 '킬마크'가 써져 있는 독일군의 88미리 대공포. 사진에서 보이다시피 원래 목적인 항공기보다도 전차를 더 파괴시킨 모습이 매우 흥미롭다)
훗날 이 무기는 방어를 위해 장갑을 덧대고, 또 운반의 편이성을 위해서 엔진도 달고 바퀴도 답니다. 그렇게 해서 매우 뛰어난 전차로까지 발전하게 됩니다.
(이 사진은 원래 대공포였던 놈이 전차로까지 변형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영국 : 대공포로 전차를 부수다니 이건 반칙이다!)
전차 이야기도 좀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전차는 매우 튼튼한 장갑으로 보호되는 방패와도 같은 무기입니다. 일반적인 보병의 소화기로는 제압하기 힘들고, 폭발력이 큰 대전차류 무기나 같은 급의 전차가 상대할 수 있습니다.
현대의 전차에서도 중요한 요소는 바로 '방어력'입니다. 전차는 아주 두꺼운 철판으로 보호되며, 이 때문에 무게도 상당히 나갑니다. 특히 전면장갑은 허구한날 적군의 공격을 받아야 하다보니, 장갑 중에서도 아주 두껍게 철판을 깔아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전차의 장갑과 관련된 아주 간단하면서도 획기적인 발명이 한번 있었습니다. 바로 '경사장갑'이라는 것입니다.
(독일의 유명한 타이거 전차는 매우 두꺼운 장갑으로 훌륭한 방호력을 자랑했지만 지나치게 무거워서 기동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보통 장갑은 수직구조로 되어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지면을 기준으로 했을때 장갑판은 그냥 기둥을 세운 것처럼, 수직의 각도로 평평하게 세워져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만약 100 mm의 장갑판을 정직하게 수직으로 설치하면, 딱 100 mm만큼의 방호력 효과밖에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소련에서는 아주 간단한 방식으로 얇은 장갑이 더 높은 방호력을 지닐 수 있게 응용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경사장갑'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 고등학생들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다들 배우시죠. 대표적으로 30도, 60도, 90도로 만들어진 삼각형은 1:2:루트3 의 길이 비율을 가집니다. 이걸 응용해서 장갑을 수직하게 세우지 않고, 살짝 비스듬하게 눕혀서 전차를 만듭니다.
간단히 장갑을 살짝 눕혔을 뿐인데, 그 효과는 매우 큽니다. 장갑이 기울어지면서 적 포탄이 뚫고 들어와야 하는 장갑의 두께가 훨씬 더 두꺼워지는 효과를 얻게 됩니다. 100 mm의 장갑을 정직하게 수직으로 세우면 그냥 100 mm 두께짜리 철판인데, 50 mm짜리 철판을 비스듬하게 눕히니까 뚫어야 하는 포탄 입장에서는 100 mm짜리 철판을 뚫어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닛 거기서 삼각함수가? 장갑이 비스듬해지면 포탄은 빗변으로 진행해야 하므로, 얇은 장갑으로도 두꺼운 장갑 효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딱히 뭔가 신기술이 장갑에 적용된 것도 아니고, 그냥 단순히 눕히니까 얇은 철판의 방호력이 더 올라가는 효과를 얻게 됩니다. 이를 통해서 소련은 얇은 장갑의 가벼운 전차로도 더 높은 방호력을 얻는 발전을 하게 됩니다.
병기 이야기 말고 이제 전략 이야기도 잠깐 해보겠습니다. 다들 아마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마지노선'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독일의 침공을 대비하기 위해서 프랑스는 거금을 들여 아주 튼튼한 고정진지를 국경선에 만듭니다. 지하 벙커에 보급품이 레일을 통해 공급되는 아주 막강한 방어선이었습니다.
세계 2차대전이 발발하고 나니, 독일군도 이 방어선을 뚫어야 프랑스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 방어선을 정면에서 돌파하려고 하니 전력이 너무 심하게 손실될 우려가 있었습니다.
(프랑스가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 설치한 요새선 '마지노선' 그런데 다들 아시다시피 나중에는 무용지물로 전락합니다)
그래서 독일군은 한가지 기발한 아이디어를 냅니다. '돌아서 가자'
(결국 예상치 못한 우회로로 쳐들어온 독일군은 마지노선을 뒤에서 포위해버리면서 손쉽게 무력화해버립니다. 프랑스 출제진 : 아니 이 문제를 그렇게 쉽게 풀어버리면 난 어떡하라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아르덴 숲을 독일군 기갑부대가 전면에서 길을 뚫으면서 비밀리에 진격합니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튀어나온 독일군에 의해 후방이 고립되고 부대가 포위되면서, 결국 박살납니다. 프랑스가 자랑하던 마지노선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점령당합니다.
이처럼 전쟁사에서는 간단한 아이디어, 간단한 발상의 전환으로도 매우 큰 효과를 얻은 경우가 왕왕 존재합니다.
마찬가지로 수험생들이 문제를 풀다 보면 아주 험악해보이는 문제들이 많이 있습니다. 식을 대단히 복잡하게 주었거나, 미분, 적분하기에는 너무 시간을 오래 끌만한 문제들. 이런 문제를 보고 정면에서 돌파할 생각보다도, 살짝 생각을 하고 우회해서 문제를 풀 수 있는 생각도 해야합니다.
막히게 된다면 아주 잠깐 생각해보고,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접근할 수 없을까 고민을 해야합니다. 출제자들도 분명 그렇게 무식한 방법으로 풀라고 강요할 리는 없으니까, 무언가 간단히 풀 수 있는 힌트가 있지 않을까 의심해보아야 합니다.
특히 과학탐구나 수학에서는 이런 경우가 많이 보입니다. 겉보기에는 아주 꼬아놓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계산을 강요한 것 처럼 보이나, 나중에 뚜껑을 열어보니 답을 내는 데에는 별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주 간단한 발상의 전환, 아이디어로 어려운 문제를 쉽게 풀 수 있지 않을까 고민을 한번 해보시길 바랍니다.
전쟁사 시리즈(약 11편 예정)
https://orbi.kr/00020060720 - 1편 압박과 효율
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https://orbi.kr/00022929626 - 6편 정보전
https://orbi.kr/00023174255 - 7편 실수와 인지오류
알고리즘 학습법(4편예정)
https://orbi.kr/00019632421 - 1편 점검하기
학습이란 무엇인가(11편 예정)
https://orbi.kr/00019535671 - 1편
https://orbi.kr/00019535752 - 2편
https://orbi.kr/00019535790 - 3편
https://orbi.kr/00019535821 - 4편
https://orbi.kr/00019535848 - 5편
https://orbi.kr/00022556800 - 번외편 인치와 법치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오늘따라 유독 글 안 읽히는 ㅅㅂ 오늘 독서 문학 기출 다시 보는데 눈에 하나도 안...
-
이거 등급컷 어디서 봐야할까요 시즌2 1차랑 답지가 다른데 이감에 올라와잇는게 없어서 ,,
-
겠냐? 대한민국 명실상부 최고의 대학 지역거점국립대학 경북대학교인데 다들 대학 서열...
-
수1 4점 질문 0
추론부터 막혔는데, 어떤식으로 진행해야 하나요?제가 사진에 적은 최댓값의 경우가...
-
접속자 수 많다고 안들어가지는디
-
전 외모 평균이상 재미있고 털털하신 여성분
-
안녕하세요 김승리 강의를 아수라만 들어서 아직 붙여읽기가 너뮤 힘든데 김승리가...
-
높2~낮1에서 오르질 않음 틀리는 영역도 일관성이 없음. 고3때 본 모의고사에서...
-
이원준 계간지 0
님들 강의도 다 들음?
-
지각이야지각 4
아 늦잠쳐잠 크아악
-
기만질 한번 더 3
슬프다…남치니가 연락을 안본다 무슨일 있나
-
이거 몇 분 동안 푸는건가요? 한 25분 잡고 풀면 되나요? 그리고 난이도는...
-
우리가 보는 것이 진짜일까요? 조금 더 넓은 범위에서 말해봅시다. 우리가 느끼고...
-
[고1~고2 내신대비 자료 공유] 고1 국어, 고2 문학, 언매 분석 문제 배포 0
안녕하세요 나무아카데미입니다.2025학년도 고1~고2 내신대비를 위해 고1 국어,...
-
이걸 보고 저걸 추론하라고?? 해설 볼때마다 싶음
-
국수영탐 노베시절 평균 거의 57312에서 올해 평균 24211인데 … 나 수학만...
-
제가 님들 미분해드릴게요
-
문학은 그렇다고 알고있는데 독서도 그렇나요?
-
수험생을 죽였으니까 킬러지 특수한 도구(삼도극, ..)로 죽였다고 킬러인게 아니잖음...
-
아니 작년수능 문학 기출 유네스코로 보는데 가지가 담을넘을때 문제가 적절한걸...
-
오지기출 어려운거만 싹 해얘되나 아직 스텝투 이렇게 갈라져있나요?
-
괜찮은 방법인가요?
-
서로를 이등분하던가?
-
돈없어서 ebs국어 실모사려하는데 퀄 많이 구림?
-
유웨이에서 한국전자인증에서 인증서 내라는데, 발급하려고 들어가니 돈 내라고 하는데 맞나요?
-
김승리 0
님들 성탄제 맨마지막 연 길이 돌아가는 사슴이라고 되어잇잔아여 김승리는...
-
쪽지 ㄱㄱ
-
두분 각각 자료가 서바 해설관련해서 서바 해설된 프린트 자체가 배부되나요 아니면...
-
본인 인서울은 가능했을까...
-
학원 재원생들 파이널 얼마에 사셧나용 20??0
-
강k 3회 답지 0
강k 3회 답지 받을수있을까요ㅠ
-
스카 훌쩍빌런 4
환절기라 훌쩍대는건 나도 어느정도 그러니까 이해할려고 해도 10연발 연속으로...
-
ㅈㄱㄴ
-
1999년의여름밤
-
기술도 없는 나라 제품을 왜 쓰는지
-
서울 학생수 16%인데 서울대 합격생은 35%…"'수능 40%룰' 깨야" 14
[편집자주] 한국은행이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입시경쟁 과열 해결책으로 제시하면서...
-
도서관 가야겠다 8
집에잇으니깐 자꾸 딴짓하게되내..
-
뒤질래?
-
이 미친 독서실 관리자야 지금 밖이 30돈데 변기에 엉따를 틀어놓으면...
-
독서는 비독원 하고 있어서 괜찮은데 문학은 기출 안 본 지 꽤 되어서 다시 보려고...
-
미적 6모 88 (현장 x) 9모 96 그 전까진 아무것도 안하다가 8월부터...
-
인기글에 꼭
-
한랭전선면의 기울기는 전선으로부터 멀어질수록 감소한다는게 무슨 뜻인가요 ㅜㅜ 11
질문이요,, ㅜ
-
하 왜 몰랐지
-
평가원 교육청 언매는 다 맞거나 1개 틀리고 사설 모고는 계속 2~3개씩 틀리는데...
-
예전에 잠깐 내신기간에 학원 근무할 당시 여자쌤들은 교무실에서 다 죽어가는데...
-
네
-
독서 -2점 문학 -5점 언매 -2점 91점. 문학 34번은 소거법으로 겨우 맞춤....
-
전체 줄거리,전문 봤는데도 효과 못봤다고 그러는거임? 국어 못하는 입장에서...
-
1교시발 0
으악
폴란드침공과 아르덴공세는 도박이였죠
마틸다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