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이란 무엇인가? - 번외편 인치와 법치
지난 학습이란 무엇인가? 4편에서 법을 예시로 들었습니다(https://orbi.kr/00019535821) 법이라는 것은 과학적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누가 판단하느냐에 따라서 결론이 휙휙 바뀌어버리면 누가 안심하며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겠습니까.
생각해보니 법과 관련해서 학생들에게 좋은 교훈이 될 수 있는 사실들이 여럿 있어서 번외편으로 한번 중간에 집어넣어봅니다.
대한민국은 인치(人治)국가인가요, 법치(法治)국가인가요?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라고 헌법에 적혀있습니다. 근데 인치와 법치는 각각 무슨 뜻인가요?
인치는 말 그대로 사람이 통치한다는 것입니다. 법치는 법으로 통치한다는 말입니다. 아니, 사람이 대통령도 하고 국회의원도 하면 인치국가라고 해야하는게 맞지 않나?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통치한다는 건, 일종의 기준입니다. 기준을 사람이 그때그때 정하냐, 아니면 법으로 정해놨냐의 차이입니다.
쉽게 말해서 인치는 최고권력자 마음대로 하는 것입니다. 너 마음에 오늘 안들어보이니까 사형. 이런걸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대단히 비과학적이죠? 언제 하느냐 누가 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니까.
법치는 법이 기준입니다. 특히 성문법이라하여, 누구나 글로 읽고 법의 내용을 알 수 있는 것은 인류발전의 중요한 분기점이었습니다. 단지 통치자 기분을 눈치볼게 아니라, 정해져있는 법을 따르면 처벌받을 일이 없죠.
(세계 최초... 까지는 아닌 아주 오래된 성문법 '함무라비 법전' 법을 배우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들어보게 되는 유명한 법전이다)
인치라는 단어는 사실 무시무시한 단어입니다. 최고 권력자가 그날그날 판단하는 것에 따라서 누구든지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니까요. 한국의 대통령이 마음에 안든다고 전부 처벌받으면 누가 안심하고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법치는 이렇게 불안정한 인치를 극복하고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물론 이런 법치도 비판을 받지만)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법에 따라 일관되게 과학적으로, 누가 하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보통 독재국가에서는 법치보다 인치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최고권력자나 집단의 입맛에 따라서 판단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짤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판사님)
하지만 법치라고 해서 무조건 일관되고 과학적인 판결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성문화된 법을 해석하는 것도 결국 인간이므로,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미세하게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야 이 바보야'를 누구는 모욕으로 이해하고, 누구는 장난으로 이해하는 것처럼 사람마다 생각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판사들이 하는 일 중에 하나가 판례를 공부하는 것입니다. 과거의 사례에서는 다른 판사들은 어떤 식으로 판단했는가. 어떤 증거를 얼마나 중요하게 고려했는가. 이번 사건과 비슷한 사례에서는 어떤 양상으로 판결이 나왔는가 등.
판사들은 누가 법봉을 잡더라도 최대한 비슷한 사건이나 사고에 대해서는 비슷하게 생각하기 위해 앞서 기록된 판례들을 분석하고 공부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습니다. 요새 들리는 구호 중에 '동일범죄 동일처벌'이라는 구호가 있습니다. 이 구호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바로 일관성입니다.
판사와 같은 집안 사람이라고 해서 형벌을 경감받으면 안되고, 또 사회적으로 권력이 크고 부유하다고 해서 돈으로 대신 형벌을 때워서도 안됩니다. 판사랑 사이가 좋은 사람이 심판을 받든, 사이가 나쁜 사람이 심판을 받든, 누가했든 동일한 범죄에 대해서는 동일한 알고리즘으로 판결하는 일관성이 사법체계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결국 법원에서 공정성이란 일관성입니다.
여기까지 읽어보고 수험생 여러분은 느껴지는 것이 없습니까? 그렇습니다. 판사들이 판례를 공부해서 일관된 판결을 내리려는 공부는, 마치 수험생들이 기출문제를 공부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과거에는 어떤 문제가 나왔는가. 그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했는가. 그 문제에서 어떤 요소가 제일 핵심이었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등. 마치 판사들이 과학적이고 일관된 판결을 위해 공부하는 것처럼, 학생들도 과학적이고 일관성있는 풀이를 위해서 기출을 공부해야 합니다.
과거의 사례들을 섭렵하고 반복적으로 살펴보면서 가장 효과적인 알고리즘으로 다듬어야합니다. 재판관들도 당연히 경력과 경험이 오래되면 더 정확하고 빠르게 판단하기 수월하겠죠?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기출문제로 장기간 단련될 수록 더 정확하고 빠르게 문제를 풀어낼 수 있습니다.
과거의 판례, 기출문제를 공부하는 판사들처럼 학생들은 과거 자신이 풀었던, 혹은 과거에 출제된 문제를 풀어보면서 공부해야합니다. 앞으로 이런 비슷한 문제나 지문이 나오면, 최대한 비슷하게 풀어야겠다 라고요.
이런 비슷한 이야기는 논문집필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논문에서 제일 마지막에는 참고문헌이 들어갑니다. 저자가 "나는 이러이러한 논문을 먼저 보고 공부했습니다~"라고 하는 것은 해당 논문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그 새로운 논문을 쓴 저자도 과거의 사례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자신의 연구를 구상하기 때문입니다.
해당 분야를 실험할때 과거의 선배들이나 학자들은 어떤 식으로 접근하고 판단했는가를 먼저 살펴보고 자신의 연구를 진행합니다. 이렇듯 기출이라는 것은 우리가 단순히 수능공부할 때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큰 도움이 되는 자료입니다.
여러분이 수능에서 느끼게 된 기출의 중요성은 나중에 다른 분야에서도 쓰일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수능공부를 통해 인지과학적으로 수험생들이 얻을 수 있는 점이 있고, 다른 분야에서도 응용될 수 있기에 글을 쓰는 것입니다. 학습, 전쟁사, 정치, 경제, 연구, 법원 등등... 대단히 유사한 사례들이 많습니다.
여러분의 수능공부는 단지 수능 점수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알고, 스스로 발전하기 위해 노려하는 학생이 되길 바랍니다.
전쟁사 시리즈(약 11편 예정)
https://orbi.kr/00020060720 - 1편 압박과 효율
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알고리즘 학습법(4편예정)
https://orbi.kr/00019632421 - 1편 점검하기
학습이란 무엇인가(11편 예정)
https://orbi.kr/00019535671 - 1편
https://orbi.kr/00019535752 - 2편
https://orbi.kr/00019535790 - 3편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어디 가야 할까요? 집은 수도권입니다. 증원 전이면 을지의가 좋을 거 같긴 한데...
-
질문글은 지우는 게 예의가 아니니까 안 지우고 뻘글만 지우니까 남는 게 다 공부 관련 글임 ㅎㄷㄷ
-
모집정지 때문에 의대 펑크 생기는거 아니냐 ㅋㅋㅋㅋ 0
의대 못 쓰게 하려고 모집정지 떡밥 던지는거 일리 있다고 생각함 ㅋㅋㅋ 물론 난...
-
ㅇㅇ
-
걍 문제만 푸는 용도면 8개년이랑 옛기출 사면 되는거죠?
-
대형과 표본분석 0
선발 인원이 3자리면 걍 진학사 보면서 빌기 정도가 맞을까요 ㅋㅋ
-
강기분 문학 기말 끝나고 들어보려 하는데, 국어강의를 본 적이 없어서... 뭘 설명해주는지 궁금해요
-
없는건가요?
-
오늘은 윤석열 대통령의 생신입니다
-
로스쿨 가려면 1
행정학과랑 공공정책학부중에 어디가는게 더 유리할까?
-
미스터 츄 2
입술 위에 츄 달콤하게 츄
-
국어는 김젬마 / 강민철 수학은 김범준 / 현우진 영어는 이명학 / 조정식...
-
추합에 추합에 추합에 계속 가다가 마지막 2월 21일 5시쯤에 극적으로 들어가보자 ㅈㅂㅈㅂㅈㅂ
-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누구든지 태어나려고 하는...
-
면접 가는중… 2
오르비언들아 나에게 힘을 줘
-
하루에 5개만 답변하고싶은데 걍 답변할 질문이 존재하질않네.... 개인질문 주는...
-
렌고쿠가 5
이상형이라던 애의 말이 이해가 간다 성격ㄹㅇ시원시원하구나
-
커리가 방대하다지만 딱히 풀커리 탈 이유도 없고 독서나 문학이나 과하지도 얕지도...
-
과외 질문 2
안녕하세요 혹시 의대 가기 전 겨울 방학 때 과외하면 시급 얼마 받으시나요 현역으로...
-
.
-
대성학력개벌연구소 검토조교 신청하신 분들 합격 문자 왔나요????
-
아이 성적은 국숭세단 이나 성신 정도 인 것 같습니다. 컨설팅 예약은 했지만...
-
CPA목표로 하고있다면 어디가 좋을까요? 이유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하.
-
어떻게 생각함? 영단어를 모두 안다는 가정 하에 해석이 안되는 문장은 지금까지...
-
의대 안 쓰게 하려고 심리전 하는 거 아님? 그리고 수시 발표가 났는데 어케 정시 모집정지를 함
-
[단독] ‘계엄 성지’ 별명 롯데리아, 주문 폭주하고 ‘계엄버거’ 패러디도 2
‘12·3 비상계엄’ 직전 전현직 정보사령관들이 계엄 직전 햄버거 프랜차이즈...
-
현역 재수 약대의 벽은 너무 높구나……보내줘ㅓㅓㅓㅜ 재수는 그냥 지방러라 돈없어서...
-
서울 스나하고 나머지 무조건 안정으로 박기 vs 지방 박고 나머지 스나 서울...
-
외대식 진학사로 649.53인데 어느정도 발뻗잠할 수 있을까요? 하...
-
간거면 개떡상한거임?
-
. 1
.
-
오르비 모솔분들은 재수때 연애할 기회가. 생기면 하실건가요
-
공감영단어 이거 너무 히트인데 공감영단어로 단어 충분함?
-
도는이유가 대체뭐임?
-
예전에 설대 중높공 가놓고 인생 한탄하던 오르비언 한명 있었는데 3
말은 안했지만 솔직히 지건 존나마려웠음 성별은 XX였고 지금은 탈릅하심
-
가군 성사과 5칸 적정 한양대 경영 경제 둘 다 6칸 안정 로스쿨 생각 있고 씨파는...
-
여론전은 현대사회의 기본요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함 구라와 타인비난만 안섞는다면야
-
25학번 의대생 겁준다고 발작하는건 대부분 예비 의대생이 아님 2
정작 25의대 합격생이나 지망생들은 얘기 진중하게 들어주고 그 와중에 나름 살길...
-
디지털로 찍음
-
겨울 2달 동안이라도 공부하고 가려는데 컴공마냥 코딩에 미친놈들 많아서 도태될 확률...
-
생윤 정법 0
둘다 해보신분들 있음? 공부량 차이나 뭘 더 추천하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
국민대 합격생을 위한 노크선배 꿀팁 [국민대25][자취, 기숙사, 하숙, 고시원 단점비교] 0
대학커뮤니티 노크에서 선발한 국민대 선배가 오르비에 있는 예비 국민대학생, 국민대...
-
저 1등은 중대 쓸 성적이 아닌데 가나다 군 전부 다 중대에 박아놨네요......
-
피램 왔습니다 1
새책이 이렇게 많이 쌓이니 두근댑니다
-
정치인이 표를 위해서 25학번 의대생들을 위해줄거다 라는 말을 들으면요 동네...
-
과탐 자체가 어질어질해진건 아는데 그나마 과탐중에 생지1 난이도 할만한 편임?...
-
섣불리 결정을 못하겟다;
![](https://s3.orbi.kr/data/emoticons/oribi_animated/014.gif)
법치와 인치에서 기출분석으로 자연스럽게 글의 흐름을 바꾸게 하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