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역사 잡지식 56 : 예송논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오랜만입니다
시험기간만 되면 다른 일이 생각나는 건 왜인지 모르겠지만
온 김에 잡지식이나 하나
오늘도 뭔가 논쟁적일 수도?
예송논쟁은 누구나 알고 계실 겁니다
고등학교 한국사를 조금만 공부하셨더라도 말이죠
(물론 수능 한국사에 자주 나오는 주제는 아닙니다만...)
예송논쟁은 으레 '상복을 얼마나 입을 것인가?'하는 논쟁으로 알려져 있죠 그게 맞기도 하고요
그때문에 많이들 '성리학자들이 민생 걱정은 안 하고 쓸데없는 공론만 펼친다'라고 생각하구요
이는 예송논쟁이 벌어진 현종 시기에 전대미문의 기근이 닥쳤다는 점과
성리학 내지 유교사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영향을 주었다고도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주제와는 먼 얘기지만, 현종 대의 기근(경신대기근) 때는 중앙 정치의 유력 인물들이 죽어 나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예송논쟁을 배우는 이유가 있습니다
중요한 사건이 아니라면, 단지 대비가 상복 몇 년 입냐 가지고 무의미한 싸움을 한 거라면
한국사 교과서에 어느 정도의 대목을 차지할 이유도 없겠죠
예송논쟁을 이해하는 것이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단순한 상복 논쟁 속에 효종 이후 조선 왕가의 정통성 문제, 이기일원론과 이기이원론의 성리학적 사상 논쟁이 섞여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근본적으로 예송논쟁은 서인과 남인이 벌인 정쟁입니다.
비약일 수도 있지만 정당 간의 알력 싸움으로 볼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이를 통해 정권을 잡은 정당이 후에 조선의 정국을 주도하며 주요 정책을 펼쳐나가겠죠.
포인트는 여기입니다.
예송논쟁은 조선 후기 정책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어요.
같은 성리학자들이지만 서인과 남인이 추구하는 정책의 방향성은 다릅니다.
서인들이 미디어에서 항상 부정적으로 묘사되긴 합니다만, 서인은 성립 이래 온건 노선을 유지해 왔고, 그들이 내세운 최종 목표는 신분제 해체를 바탕으로 한 자영농 육성과 그로 인한 민생 안정에 있었어요.
반면 남인은 성립 이래(동인 때부터) 강경 노선을 유지해 왔고, 그들이 내세운 최종 목표는 신분제의 공고화와 공고한 신분제를 바탕으로 한 국가의 철저한 분배에 있었구요. 이때문에 왕권의 절대성을 철저히 내세웠습니다. 생각해 보면 남인을 등용하고자 한 왕들은 대개 왕권 강화와 관련이 있죠(대표적으로 정조가 있습니다)
비록 남인이 확고히 정권을 잡은 시기는 짧았고, 그렇기에 그들의 목표가 실현된 바는 적지만
(사실 강경파의 노선이 실제에 반영되는 경우가 적기도 합니다)
서인은 비교적 오랫동안 정권을 잡았고, 그들이 펼친 정책은 그들의 목표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균역법과 노비제 해체가 서인이 정국을 장악한 시기에 있었던 일인데,
균역법은 민생 안정을 위해 군포 부담을 줄여주는 거고, 노비제 해체는 말할 것도 없죠.
1차 예송논쟁 때는 서인이 승리, 2차 예송논쟁 때는 남인이 승리합니다.
현종은 무승부를 통해 서인이 내세우는 민생 안정의 방향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남인이 내세운 절대 왕권을 도모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여기는 저의 해석)
숙종 대의 환국을 거치며 정국은 서인에게 완전히 넘어가는데,
그 이후로 앞서 말했던 서인들의 주요 정책이 실제에 반영되기 시작하죠
어찌된 일인지 남인이 중앙 정치에서 절멸하는 정조 사후부터 왕권이 급격히 쇠퇴는 현상이 나타납니다(여기도 저의 해석, 좀 비약이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요 부분은 세도정치의 맥락도 들어가는지라 근데 세도가문도 다 서인 출신이죠 이때면 노론/소론으로 갈린 후의 노론이지만)
아무튼, 결국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예송논쟁을 단순히 정치적 이벤트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정치인들의 세력 다툼이 실제 민생에 반영되는 게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는 거죠
역사 속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들인데, 다를 거 없습니다
[오늘의 역사 잡지식 1 : 서동요와 선화공주] https://orbi.kr/00037641895
[오늘의 역사 잡지식 2 : 축성의 달인 가토 기요마사] https://orbi.kr/00037667479
[오늘의 역사 잡지식 3 : 진평왕의 원대한 꿈] https://orbi.kr/00037964036
[오늘의 역사 잡지식 4 : 앙리 4세의 유언] https://orbi.kr/00037996176
[오늘의 역사 잡지식 5 : 신항로 개척과 임진왜란] https://orbi.kr/00038174584
[오늘의 역사 잡지식 6 : 일기토] https://orbi.kr/00038313181
[오늘의 역사 잡지식 7 : 라스카사스 - 반식민운동과 노예 장려] https://orbi.kr/00038777847
[오늘의 역사 잡지식 8 : 동방의 예루살렘, 한국의 모스크바] https://orbi.kr/00039353742
[오늘의 역사 잡지식 9 : 마라톤 전투의 뒷이야기] https://orbi.kr/00039446583
[오늘의 역사 잡지식 10 : 투트모세 4세의 스핑크스 발굴] https://orbi.kr/00039547389
[오늘의 역사 잡지식 11 : 천관우-한국사학계의 먼치킨] https://orbi.kr/00039562829
[오늘의 역사 잡지식 12 : 연천 전곡리 유적] https://orbi.kr/00039716742
[오늘의 역사 잡지식 13 : 고대 문자의 보존] https://orbi.kr/00039737161
[오늘의 역사 잡지식 14 : 쿠릴타이=만장일치?] https://orbi.kr/00039810673
[오늘의 역사 잡지식 15 : 러시아의 대머리 징크스] https://orbi.kr/00039858565
[오늘의 역사 잡지식 16 : 데카르트를 죽음으로 이끈 여왕] https://orbi.kr/00039928669
[오늘의 역사 잡지식 17 : 권력욕의 화신 위안스카이] https://orbi.kr/00040043207
[오늘의 역사 잡지식 18 : 간단한 기년법 정리] https://orbi.kr/00040188677
[오늘의 역사 잡지식 19 : 4대 문명이라는 허상?] https://orbi.kr/00040209542
[오늘의 역사 잡지식 20 : 토머스 제퍼슨의 토루 발굴] https://orbi.kr/00040310400
[오늘의 역사 잡지식 21 : 그들이 생각한 흑사병의 원인] https://orbi.kr/00040332776
[오늘의 역사 잡지식 22 : 홍무제랑 이성계 사돈 될 뻔한 썰] https://orbi.kr/00040410602
[오늘의 역사 잡지식 23 : 영정법의 실효성] https://orbi.kr/00040475139
[오늘의 역사 잡지식 24 : 상상도 못한 이유로 종결된 병자호란] https://orbi.kr/00040477593
[오늘의 역사 잡지식 25 : 상나라의 청동 기술] https://orbi.kr/00040567409
[오늘의 역사 잡지식 26 : 삼년산성의 우주방어] https://orbi.kr/00040800841
[오늘의 역사 잡지식 27 : 익산이 백제의 수도?] https://orbi.kr/00040823486
[오늘의 역사 잡지식 28 : who is 소쌍] https://orbi.kr/00040830251
[오늘의 역사 잡지식 29 : 석촌동의 지명 유래] https://orbi.kr/00040841097
[오늘의 역사 잡지식 30 : 광개토왕비(1) 재발견] https://orbi.kr/00040874707
[오늘의 역사 잡지식 31 : 광개토왕비(2) 신묘년조 발견] https://orbi.kr/00040947507
[오늘의 역사 잡지식 32 : 광개토왕비(3) 넣을까 말까 넣을까 말까 넣넣넣넣] https://orbi.kr/00040958717
[오늘의 역사 잡지식 33 : 쌍팔년도] https://orbi.kr/00040959530
[오늘의 역사 잡지식 34 : 광개토왕비(4) 여러분 이거 다 조작인 거 아시죠?] https://orbi.kr/00040970430
[오늘의 역사 잡지식 35 : 광개토왕비(5) 텍스트의 한계를 넘어] https://orbi.kr/00040997516
[오늘의 역사 잡지식 36 : 발해 왕사 미스터리] https://orbi.kr/00041005448
[오늘의 역사 잡지식 37 : 도조 히데키의 마지막 작전] https://orbi.kr/00041049555
[오늘의 역사 잡지식 38 : 수상한 반란] https://orbi.kr/00041114108
[오늘의 역사 잡지식 39 : 숨겨진 전쟁, 2차 여요전쟁] https://orbi.kr/00041175117
[오늘의 역사 잡지식 40 : 중국에서 발견된 단군신화?] https://orbi.kr/00041200103
[오늘의 역사 잡지식 41 : 홉스 왕립학회 짤린 썰] https://orbi.kr/00041234691
[오늘의 역사 잡지식 42 : 이사부의 성씨] https://orbi.kr/00041392205
[오늘의 역사 잡지식 43 : 대통령이 된 과학자] https://orbi.kr/00041412750
[오늘의 역사 잡지식 44 : 고구려의 국성은 해씨?] https://orbi.kr/00041584826
[오늘의 역사 잡지식 45 : 가톨릭 두쪽나다, 아니 세쪽?] https://orbi.kr/00041754585
[오늘의 역사 잡지식 46 : 이 성유물을 거짓이다!] https://orbi.kr/00041867048
[오늘의 역사 잡지식 47 : 슬픈 변경] https://orbi.kr/00041921792
[오늘의 역사 잡지식 48 : 사냥꾼인가 처리반인가] https://orbi.kr/00041987200
[오늘의 역사 잡지식 49 : 장수의 비결?] https://orbi.kr/00042601633
[오늘의 역사 잡지식 50 : 광해군의 중립 외교?] https://orbi.kr/00043677568
[오늘의 역사 잡지식 51 : 프리드리히의 비밀] https://orbi.kr/00054442499
[오늘의 역사 잡지식 52 : 원쑤가 된 북한과 중국] https://orbi.kr/00054997784
[오늘의 역사 잡지식 53 : 흔한 국왕의 드립력] https://orbi.kr/00056394074]
[오늘의 역사 잡지식 54 : 한글 창제 이전의 한국어] ]https://orbi.kr/00056519702
[오늘의 역사 잡지식 55 : 제망매가부터 무량수까지] https://orbi.kr/00056714818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텔그 vs 낙지 4
하나만 할까하는데 뭐가 정확한가요?
-
24112 11
어디 됨? 제발 누가 좀 알려줘봐 재수해도 가능성 있는 점수임? 중경외시는 아예 불가함?
-
첨 풀어봤는데 너무 어렵군요;;
-
보는맛 ㅈㄴ 없네 키리코 아나 관짝 갔나
-
좀 애매한거같아서.. 만약 붙으면 상향을 못쓴다 라는 게 좀 걸려요
-
가챠용부계 두개>> 둘다 아이디까먹음 리세계 두개>> 가챠용으로 가끔 접속...
-
노베기준
-
더 필요한 거 있어요??!!!? 원래는 이걸로 깎음요. ,.
-
둘 다 합격하면 어디 가세요?
-
영어1등급 2
생각할수록쓸모가없는듯 영어2 받는 대신 미적 1컷 84해주면 좋겠다 ㅠㅠㅠㅠ 성적표ㅈㄴ궁금하네
-
빙과도 케이온도 러키 스타도 다 너무 평화롭기만 해서 두근거림이 없어
-
두 개까진 안바란다 이과 자존심을 지켜라
-
무엇이라고 생각함? 메디컬 급의 극상위권을 제외한 구간에서의 성적 정체
-
미적 89 81 74 기하 92 84 77 확통 97 89 82
-
사실 굉장히 적은 작품찍고 많이 맞춤 ㅇㅈ좀 최저 가채점 낙지 텔그
-
인하대 가능? 2
인하대 공대 가고 싶은데 내일 세종대 지구자원시스템공학 논술 있어요 인하대에서...
-
둘 다 합격하면 어디 가세요?
-
도깨비 재밌음? 2
듣기만 하고 본 적이 없음 정보) 도깨비는 고대국어 시절 "도조가비" 정도로 불렸을 수 있다
-
맛있는부위에 적당한 양념으로 만든건 저도 좋아하는데 대부분의 제육이 뻑뻑한 부위에...
-
내년부터는 왕복 5시간 통학을 하기로 했다
-
일단 6,9모 성적 44인데, 11수능에 48점 1등급으로 올라왔습니다. 적생모...
-
놀랄 노 자네
-
수학 후기좀여 3-1,3-2 답 대조해봐여 1~2-1풀었는데 3번도 맞으면 약학...
-
언매 91 백분위 92 미적 92 백분위 96 한지 48 백분위 96 사문 47...
-
등장 8
ㅎㅇ
-
진학사 미적 1컷 86으로 잡혀있는데 88은 모두 다 1등급으로 찍히나요? 88에서...
-
일반고 계적 2
고대 자연 계적에서 일반고 합격이 13퍼던디 얘넨다 갓반고임? 서울대 10명씩 가는 학교는 되나?
-
26년도 수능을 준비하는 입장인데 의대 이슈때문에 너무 쫄리네요 2
26년도 의대 안뽑거나 확 줄여버리는거 아닌지 ㅠㅠ 흑흑 ㅠㅠㅠ
-
설대 어디까지 ㄱㄴ할까요? (설대식 416.10) +) 이번에 포공에서 수능 같이...
-
ㅈㄱㄴ
-
상상할수 있는 최악의 백분위인데 자연대로 연고대 가능한가요?! 화미영생지 순입니다
-
코 풀고 엄청 큰 누런 콧물 나오니까 쾌감 미침;;
-
비닐도 안 뜯은 프로모터 택포 1.5에 팔아요! 원가 28,000 10분 내에 쪽지...
-
이해 안 감뇨
-
ㄹㅇ..
-
모고 풀 때 수학 4점 문제에 벽을 느끼고 있습니다… 수학 4점 문제 잘 푸는...
-
어미 '-지'가 붙으면 반의어가 되는 것 같아요
-
최악을 가정해봤는데 상향일려나용
-
짧공 완료 0
결과나오기전까진 워밍업쿠
-
언제자지 33
잠들기조차 귀찮군.
-
술술술술술 수리수리 마수리
-
물2생2 드가자 1
어 형은 설치를 갈거야
-
Team 06 26 수능 Last Dance 준비완료 4
07들을 밟고 대학으로.
-
둘 다 나군에 겹쳐버려서 고민이 많이 되네요.. 둘 다 중간~낮공 정도면 어디 쓰는게 맞을까요?
-
와 시발.. 나 다 시 돌 아 갈 래 ~~~~~~~!!!
-
논술 가이드북에 컴싸 마킹에 관한 얘기가 없는것 같은데 수험번호 마킹을...
-
학부대학 때려죽어도 안되겠죠 자유전공이랑 같이 유이하게 제2외 안봐도 되던데
-
밥이나 잘드시라고요
-
귀리의 리도 사실은 보리입니다 귀보리>*귀ᄫᅩ리>귀오리>귀리 의 변화를 겪었답니다~...
1. 독도바다님 오랜만이에요! 시험기간에 공하싫 공감합니다 아앍 미술과제싫어 역사교양공부할래...
2. 뭔가 예송논쟁= 정통성 논쟁. 정쟁 비슷한거. 요렇게는 알고 있었는데, 서인/남인의 노선과 정책방향 이런거는 정말 생각해본적이 없다보니...되게 신선했어요. 하긴 걔네가 인맥만으로 뭉친건 아닐테고 현대의 정당 비스무리하게 뭔가 공유하는 가치관이 있었겠죠?
3. 경신대기근 때 중앙의 고위 관리도 죽어나가고 왕실 구성원도 죽어나갔다는 사료 보면 국가의 고위층도 자연재해에 죽어나갔다는 건데, 전근대 시기에 극심한 자연재해가 닥치면 국가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거에는 한계가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엇읍니다
1. 와ㅏ아ㅏ아ㅏㅏㅇ 오랜만이에요오
2. 정당과 완전히 일치시키는 건 무리가 있겠지만, 그래도 정치 집단의 특성이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건 없다고 생각해요
3. 조선은 19세기까지도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연구 결과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중국이나 일본도 18세기쯤 해야 절대 빈곤을 벗어난다고 하는데, 둘보다 가난한 조선이 17세기부터 절대 빈곤에서 벗어났을 리 없죵) 절대 빈곤 국가에서는 생산량이 생존에 직결되는데, 2년 동안이나 생산량이 반토막만도 안 나왔으니 고위층이라고 어떻게 할 도리는 없었을 거에요
세상에
엇 아시는줄 알앗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