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죽도록 해봤는데 안되더라고요
제목 자극적으로 써서 죄송합니다. 요즘 ~일 가능? 불가능? 글들 많이 올라와서 저렇게 써봤어요.
그냥 한 번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생각없이 팽팽 놀던 독학 재수생이었던 시절,
국어는 별다른 공부 없이 고정 1등급이었고.. 머리는 나쁘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수학은 나형, 개념 구멍뚫린 4등급,
영어는 듣기만 다맞는 4등급
사탐은 개념은 1회독 한 상태라 3쯤 나왔었습니다.
수능 100일 좀 안남았을 때 정신차리고 시작했습니다.
공부 시간을 점진적으로 늘려갔는데, 이게 궤도에 들어서기까지 한 일주일쯤 걸렸네요. 실질적인 공부 기간은 90일가량 되었던 것 같아요.
무작정 시작한 건 아니고, 계획을 제대로 세워 최대한의 효율을 뽑고자 노력했습니다.
웬만한 공부법들은 다 읽어보고 거기서 공통된 무언가를 찾고자 노력했고 따로 노트까지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독서실에서 하루종일 공부하는건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
힘들었지만 죽기살기로 참았습니다.
의지로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공부를 억지로 계속 하다 보면 머리가 지끈거려 멍해지는데, 그럴 때는 하던 책을 내려놓고 영어 단어를 외우며 머리를 식혔습니다. 이게 나중에 습관이 되고 개념 공부가 마무리되기 시작하니 많이 참을만 하더군요.
영어는 단어가 전혀 되어있지 않아 워드마스터 2000, 구문강의 하나 수강을 9월 초중반정도에 끝내고 나서
체화 및 기출 풀이에 들어갔고
수학도 비슷한 시기에 개념 1회독이 끝났습니다.
사탐은 9월 이후에 시작했던걸로 기억하고요..
뭐 이후 공부 과정은 뻔하니 따로 자세히 적진 않겠습니다.
개념 복습, 기출 분석 , EBS 선별 지문 분석, 실모 정도 했습니다. 정신없이, 빠듯한 시간에 맞춰서...
매일 스탑워치로 12시간 30분에서 14시간30분가량 공부시간이 나왔고
평균적으로 13시간 30분정도 했습니다.
하루가 갈 때마다 나보다 더 열심히 한 놈은 없을거라고, 그렇게 되뇌이며 잠에 들었습니다.
고단하지만, 마음만은 행복한 순간들이었습니다. 매 순간 살아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꿈을 바라보고, 삶을 움켜쥐고 고개를 떨구지 않고 달린다는 건 눈물 찔끔 나올만큼 힘들지만
또 그만큼 행복한 일이더라고요.
그렇게 3개월간의 치열한 싸움은 지칠 겨를도 없이 끝이 났고
채점을 하고, 한 숨 자고 일어나니
13321 이라는 숫자가 당시의 제게 남은 전부였습니다.
뭐 3등급짜리들은 2등급에 근접한 성적이긴 했지만..
많이 울었습니다.
1000시간을 훌쩍 넘는 노력의 결과가 고작 이건가, 하는 어린 마음에..
한참 그냥 눈물만 납디다.
수기에서 보던 기적적인 성적향상은 거기 나오는 것처럼 열심히 공부한 분들 가운데서도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기적적 성적 향상 수기라고 불리는 거겠지요.
그만큼 절대 긴 시간이 아니고.. 목숨을 걸어도 무언가를 이루어내기 힘들 수 있는 시간입니다.
xx일 ~등급 가능하나요? 라는 물음은 정말 의미없는 것 같아요.
각자의 역량, 마음가짐, 쌓아놓은 토대... 다 다른데, 누가 누군가의 가능성을 글 몇 줄만 보고 판단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죠,.
해 봐야 아는거에요.
전 그래서 직접 해 봤고, 비록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아쉬움이나 후회는 없습니다.
지금와서야 느끼는거지만,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제약 때문에 목표를 이루어내지 못했을 때 상심할 것 같아 미리 불안해할 필요도, 닥쳤을 때 너무 상심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20대, 짧게나마 노력했던 그 순간들은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매 순간 나를 다잡으며 펜 잡았던 그 경험은
그리고 하루를 끝마치며 아련한 불안감, 차오르는 뿌듯함에 내게 읊조리던 말들은
실패(당시 제 기준에서 봤을 때)라는 결과에도 불구하고 값진 젊음의 기억이었던 것 같습니다.
힘내세요. 다시 한 번, 될 지 안될지는 아무도 모르는겁니다.
xx일이면 된다는 말, xx일이면 좀 힘들다는 말 믿지 말고, 일단 해보는겁니다.
후회 남지 않는 매 순간을 위해 노력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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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진리의 케바케인거같습니다. 오르긴오르셨네요.
그런 것 같네요. 전 수기들을 워낙 많이 찾아보고 그래서 그런지 좀 실망이 컸던 것 같습니다. 생각이 많이 짧았었죠
후회가 남지 않았다면 성공
감사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사바사 케바케
수기에는 노력하는 많은과정이 생략되있을뿐더러 그런건 사람마다 다르기도함. 제일 바람직한 자세는 100일하고 안되면 200일 더 하는거임. 아니면 그냥 만족하고 그 이후의 길을 찾던지요. 수능성공이 인생성공이랑은 전혀 일치하지않으니깐요
맞는 말씀입니다. 전 수능 끝나고 그걸 깨달아서 좀 힘들었어요.
평범하게 노력한 이야기를 담으면 쓸데없이 길어져서 읽기지루하니깐요ㅜㅜ 무엇보다도 성공한 사례는 미화될수밖에없다는게...ㅠ
전부 다 오르셨네요.. 성공!
그래도 그때 당시에는 실패라는 생각이 떨쳐지지가 않더라고요.
지금은 충분히 만족합니다. 노력해 본 경험이란게 참 값진거니까요ㅎㅎ
이정도면 성공아닌가...?솔직히말해 11111같은거 기대할거였으면 막판 100일부터 정신차리고 공부해서는 조금 모자랄것같은데요
노력의 가치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는 아니고요 현실적으로...기적적인 성적상승은 봤어도 100일전사 성공은 못봐서
오르비 4개월 고대 수기나 뭐 그런 수기들을 많이 봤었어요 ㅋㅋ 보니까 요즘엔 60일 건동홍 수기가 유명하더군요
맞습니다. 제가 그때 현실감각이 없기도 했고,
불안한 마음에 기적적 단기 성적 향상 수기들을 많이 봐왔던터라 기대치가 많이 높았었어요. 그래서 제 기준 실패라고 적었고요, 지금은 전혀 그렇게 생각 안해요!
사실 이 시점에서는 xx일 수기 찾아보면서 불안해하는 것 보다
성공/실패 관계없이 노력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 쓴 글입니다ㅎㅎ
4개월 고대수기..? 그런것도있음ㄷㄷ?
anis8877님이 쓰신 수기가 있어요..아직 기억이 나네요 ㅋㅋ
(문과) 현역 444133 -> 7월 4일 반수 시작 -> 9월 13311 -> 수능 언수외근사세계사 순서로 1(만점),1(만점),1(두개틀림),1(만점),1(하나틀림) -> 고대합격(13학번)
http://orbi.kr/0003797593
xx일 oo대 수기 이런 거 보통 자기가 받은 최악의 점수=>수능 운+잠재력 터진 점수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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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일 건동홍 수기도 원래 수학만 포기자인것같고 사탐을 한국사랑 법정 택한거라던가 댓글같은거 읽어보면 절대 공부 아예 안하던 사람은 아닌것같음...
근데 제 친구한테 보여주니까 그냥 수기쓸려고 9모 망친거아님? 이럼ㅋㅋㅋ
레알...
댓글 읽어보면 노베라고 할수없는 그런 노련함?이 느껴짐...
국어도 기출을 버리고 연계 문학 작품을 다뤄주니 실모를 택했다는것도 그렇고...
주체적으로 그런 '선택'을 내렸다는 자체가 이미 노베가 아님을 증명...
9모 이후로도 노베이면 선택이고 뭐고
주변에 휘둘리기만 할텐데...
ㄹㅇ.. 남들은 노나..
결과가 좋았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ㅜㅜ매순간 살아있음을 느끼셨다고 하시니 부러움을 느끼네요ㅎㅎ그 기분이 얼마나 살맛나는지 얼마나 좋은지 알거든요... 이 경험 기회삼으셔서 더 큰시험 합격하시길 바래용~~
말씀 고맙습니다..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다른과목은 몰라도 수학은 단기간에 1만드는건 안되는듯
저랑 사정이 비슷, 아니 더 시간이 많으셨는데 만족하지 못하셨다니.. 안타깝네요 저도 국어는 항상1등급 나오고 수학나형,영어44, 사탐은 11이었지만 반수를 과탐으로 바꿔서 하려구요.. 저는 80여일 남기고 시작하는 상황이라 걱정이 됩니다ㅠ 그래도 안되면 한번 더 해볼 요량으로 해야죠.. 좋은 글 감사합니다!
꿈 이루려고 리스크 감수하고 노력하는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데요.
저는 비록 목표 달성 실패했지만 저처럼 한 사람들 다 저 성적 나오는거 절대 아니니까 너무 걱정 마시구요... '보통은' 국어 성적 잘 나오면 다른 과목도 성적 향상 속도가 빠르다고 하더군요 주위에서는...
화이팅입니다!!!
그래도 후회없으시다는거나 당당하게 열심히 했다고 말하시는게 부러워요,.ㅋㅋ 저도 그전에 공부를 안하진 않았지만 여튼 100일 언저리쯤 되어서 정신차린(...) 재수생인데 그냥 수능이 끝났을때 미련이 없는게 목표네요 ㅎ.ㅎ
어느정도 전체적인 그물틀을 짜놓고
백일동안 최대한 그물 사이를 촘촘하게 하는거죠.
백일동안 전체적인 그물틀 짜기는 힘들죠
열심히 했다고 당당하게 말하실 수 있는게 부럽습니다.. 저는 왜이렇게 정신을 못차리는지.......슬프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
24333>> 13111 표점43점 오른 수기 저자입니다. 지금은 삭제했습니다만.. 현역때 제 모의고사는 1과 2가 섞여있는 정도였어요. 자극적인 제목과 극적인 스토리를 위해 수기에서는 그런 부분을 생략해야만 할 수 밖에 없었죠.
와우..진짜 맞는말 같습니다.
솔직히 100일해서 그정도 나오면 전 할듯 목표가 서연고가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