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fox [1348217] · MS 2024 · 쪽지

2024-12-29 22:2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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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 많으면 많을 수록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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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로 대박이 난 사람 중에, 자제력이 좀 떨어지거나 하는 분은

그걸 전부 탕진하고 심지어는 빚까지 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아마 수능에 있어서는, 국어가 로또와도 같은 과목이었습니다


23년 10~12월(이때도 공부를 안 했어서 30일짜리를 엄청 질질 끌었음)에 피램 생각의 전개 문학,

4월에 2024 강기분 언매 개념 완강 및 언매 기출 극 일부,

6모 직전에 작년 6모, 9모 직전에 작년 수능, 수능 직전에 9/10월 더프를 쳐본 것이

제 수능 국어 공부의 전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아주 합리적인 사고를 했습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꼭 진학하고 싶었고, 국어 공부 시간의 부재로 인해 시간 또한 많이 남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지구과학2를 선택했습니다.


아주 합리적인 사고였습니다.

가용 시간의 대부분을 제대로 활용한다는 전제 하의,

아주 합리적인 사고였습니다.


그렇게 사고가 났습니다.


물리학1, 지구과학2 모두 1년 내내 거의 공부를 유기하다시피 하고 살았습니다.


'시간이 많다.'


자기객관화가 어느 부분만 잘 되고 어느 부분이 되지 않으면 아주 위험합니다.


나의 국어 실력에 대한 객관화는 충분히 했으면서,

수학 실력을 어디까지 올릴 수 있는지, 얼마만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객관화는 잘 했으면서,

초등학교 1학년, 아니 그 전부터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나의 자제력 부족은

왜 제대로 깨닫지 못했을까.


가속도가 느린 자동차로 레이스를 빠르게 완주하는 방법은,

내리막길 코스만 골라서 가는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왜 알고도 모른 체 했을까.


나는 사탐런을 했어야만 한다.


시간이 많았기에,

놀 시간이 많았기에,

수능 공부를 놔버릴 시간이 많았기에,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게 나 자신을 막고 있을 시간이 많았기에,


쉬운 길을 선택했었어야 한다.


1달동안 공부량 140시간을 넘겨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나에게,

평균 공부 시간이 두자리 숫자였던 나에게,

합리적인 선택은 따로 있었다.


왜 몰랐을까.


넘쳐나는 시간이라는 폭포에 기대보려고 한 나의 잘못입니다.

흐르는 물살에 기댈 수 없다는 사실을 왜 모른 체 하려고 했을까요?


// 


갑자기 한탄 글을 ㅈㄴ 싸는 이유가 뭐냐면.. 그냥 좀 우울해서 그렇습니다.

꼴보기 싫어도.. 많이 안 쓸테니까 봐줘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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