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년생 현역 정시파이터의 2024 수능(2-고3)
1편 링크-https://orbi.kr/00068626969
'3월 모의고사 성적이 수능까지 간다.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그렇다. 낮아지는 경우는 있어도 높아지는 경우는 못 봤다.'
3월이 되면 많이들 나오는 소리입니다 ㅎㅎ
저 또한 그래서 이를 악물고 국어부터 응시했습니다.
방학 동안 빡세게 언매와 독서를 공부한 게 빛을 발했는지, 다행히 언매 36번과 독서 17번 두 문제만 찍는 선에서 그쳤습니다.
푼 것중에서 두 문제를 틀려서 목표였던 1등급을 드디어 맞아낼 수 있었죠.
수학은 공통 12번을 실수하고 22번을 시간 부족으로 못 풀었지만, 나름대로 미적분에서 선방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영어는 당시 1등급 비율이 1.98%였던 시험이었는데, 30번부터 40번까지의 문제들 중 6문제를 찍고 2등급 방어를 성공해서 꽤 괜찮은 결과라고 생각했습니다.
과탐 역시 화학 한 문제를 시간 부족으로 못 푼것 빼고는 실수 없이 성적이 잘 나와줬고요.
그렇지만 현역들만 본 3월 학평.
저희 집에서 가까운 약대(경기도 삽니다..ㅋㅋ)를 가기에는 살짝 아쉬운 성적.
저는 담임 선생님께 반에서 1등에 전교 등수도 한 자릿수라는 말씀과 더욱 정진하라는 말씀을 듣고 마음속이 끓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현역 정시파이터.. 이거 되겠는데?'
'어차피 나 멘탈도 강철 멘탈이잖아. 내가 설마 수능 때 이것보다도 못 보겠어?'
'내신 공부 하기 귀찮은 거 그냥 버려버리자.'
그리고 저는 5월에 본 4월 학평을 제대로 죽쒀버립니다.
국어? 한 지문도 아니고 한 지문 반을 통째로 찍어버리죠?
수학? 미적분 28부터 몰라서 찍고 공통도 이상한거 하나 실수해버리죠?
영어? 스피커 핑계대면서 듣기 세개 틀려버리죠?
저는 성적표를 부모님께 숨기고 스스로 회의감에 빠졌습니다.
'어차피 나 이래봤자 전교권 애들한테는 못 나대는데.'
'실수 안해도 모르거나 시간 부족으로도 이런 점수가 나오는구나.'
'수능 때 재수생 10만 명 넘게 들어오는데 이러면...'
그리고 이어서 본 6월 모의고사.
국어- 언매 35 36 38 세 문제를 시간부족으로 3 5 4로 찍맞.
찍은거 다 맞아본건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세 문제나 찍맞했는데 겨우 1등급 턱걸이라는 사실은 나름 국어 1등급이라고 자부하던 저에게는 재수생은 쉽지 않은 벽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수학- 13 21 28 틀 88점..
그냥 세 문제 다 제 실력이 부족했습니다.
특히 도형은 진절머리 나게 싫었고 또 못했죠.
영어- 그냥 6문제 찍고 85점..
1등급을 받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였기에 영어는 딱히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과탐- 시간부족보다 실수가 더 활약했던 그저 허세충 JOAT.
이 성적표를 받고 전 내심 무시하고 다녔던 비슷한 성적대의 친구들 사이에서 오히려 동네북이 되었고 아버님도 다른 건 개의치 않으셨지만 과탐 성적을 보시고 굉장히 화내셨습니다.
이걸 자신이 잘못 본 걸로 만들어 주라는 명령에 가까운 말을 듣고(아버님이 굉장히 엄하십니다..) 4월 학평에 이은 2연속 타격에 저는 크게 멘탈에 금이 갔습니다.
7월 학평은 의미없으니 패스하고..
그래서 여름 방학 동안 저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언매는 기출문제집을 다시 풀고 언매 모의고사와 N제를 벅벅 풀면서 지식을 습득하는 데 힘썼고,
미적분은 겨울방학 때 개념만 떼고 끝까지 보지도 못한 적분 부분을 공부함과 동시에 미분 파트를 심화를 돌리느라 힘들었습니다.
이때 저도 참 천하의 불효자였던 게...
이당시 부모님께서 저를 시대인재 단과를 들으라고 과탐 화학과 생명을 등록해 주시고 대치동까지 주말마다 차로 왕복 1시간을 저를 태워주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냥 자료만 덥석 받고 시험만 보고 근처 PC방으로 가서 남은 시간 동안 롤을 하기 바빴죠.
'어차피 들어도 과도하게 꼬아서 낸 킬러 문제일 거 아냐?'
'저걸 굳이 들어봤자 그 시간에 준킬러 비킬러 안 틀리게 연습하는 게 낫지.(롤을 하며)'
여름방학 동안 국어와 미적분만 좀 찔끔찔끔 하고 시대인재 단과 가서 과탐 시험 보는것 이외에는 쓰레기같은 생활을 했습니다.
이당시 하루 평균 순공시간은 평균 5시간..ㅋㅋ
1학년 때의 3시간 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턱없이 부족했죠.
그나마 다행이라면..
저희 학교에서 2학기 때는 시간표를 수능 시간표대로 맞춰줘서 학생들한테 사설 모의고사나 풀 사람 풀라고 장려해 줬기 때문에, 저는 9월 모의고사 전까지 실모만 벅벅 풀면서 감을 다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당시 저의 생활은,
학교 가서 오전에 국수 모의고사 풀고,
영어는 공부 안하니까 영어 시간에 국수 모의고사 오답,
그리고 딴생각하다가 과탐 모의고사 보고,
학교 끝나고 나서 과탐 모의고사 오답 후 딴생각,
잘 때까지 아이패드 보면서 낄낄거리기.
이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실모를 벅벅 푼게 헛짓거리는 아니었는지, 저는 다행히 9월 모의고사 때 6모 때보다는 괜찮은 성적을 받아올 수 있었습니다.
국어- 겁나 어려웠습니다.
독서 한지문 좌라락 찍고 매체 틀리고 난리났습니다.
원점수 86으로 그저 JOAT짓거리 하면서 실력 밑천 다 드러나 버렸습니다.
수학- 미적 28번 틀
그냥 실력부족.
영어-원점수 86.
그래도 생각 고쳐먹고 영어 1등급 받겠다고 열심히 공부했는데..
쉽지 않더군요.
과탐-원점수 50 47
화학은 이때 겁나 쉬웠어서 만점이 백분위 98이었고
생명은 6번을 실수해버리는 뻘짓을 했습니다.
9모 성적표를 자랑스럽게 부모님께 성적표를 보여드렸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의 표정은 예상과 달리 어두우셨습니다.
'네 내신으로 낮은 공대는 몰라도 약대는 절~대 안되는 거 알고 있지?'
'그럼 답이 정시뿐인데 네가 지금까지 약대를 갈만한 성적을 실제로 받아와 본 적이 있니? 재수생들 다 포함한 시험에서 말이야.'
'아무리 다음은 괜찮을 거야, 다음에는 이런 실수 안 할 거야, 하지만 이제 바로 다음이 수능인걸?'
저는 걱정이 덜컥 앞섰습니다.
이제서야 수능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게 실감되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그때까진 수능이 얼마 안 남았다고 말만 하고 다녔지 수능 시험날에 나의 모습을 진지하게 투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진지하게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했던가요.
10월 학평은 완전 물시험이었기 때문에 7월 학평보다도 의미가 없었고..
저는 수능 2일 전까지 평일에 학교 가서는 실모만 풀고, 독서실 가서/집에 와서는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주말에는 여전히 단과에서 시험 보고 자료만 받고 PC방에 가서 롤만 해대는 한심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내가 롤을 해봤자 내 실력이 줄어드는 게 아니잖아?'
'어차피 실수 안하면 약대 갈 성적 나오는데~ 뭐하러 공부를 해~'
'난 강철 멘탈이니까 수능 날 절대 실수 안 하겠지. 시뮬레이션 같은 것도 해볼 필요 없어.'
라는 생각들을 하면서 애써 합리화를 했지만, 마음속에서 새어나오는 불안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죠.
국어는 독서와 문학 기출을 반도 못 본 상태였고, 수특도 그냥 연계만 깔짝깔짝 공부하고 김상훈 선생님의 ebs를 부탁해 그거 하나만 듣고 연계 공부 좀 했다고 나대는 상태.
수학은 적분 부분 기출도 다 못 본 상태.
영어는 약대를 가려면 불안한 국어와 수학을 봤을 때 1등급이 받쳐줘야 하는데 그것마저도 간당간당한 상태.
과탐은 항상 실수가 발목을 잡는 상태.
이런 상태를 저는 정확히 자각하고는 있었지만, 그냥 전부 외면한 채로.
딴생각을 하는 것이 그저 정신이 나약해서지만, 그냥 선천적인 거라고 셀프 패드립(?)을 해버린 채로.
빈 공간이 숭숭 보였지만, 그냥 스스로의 강한 멘탈 하나만을 믿고 아무것도 안 한 채로.
저는 2023년 11월 16일 목요일, 수능장에 발을 들여놓습니다.
수능 날, 제가 어떻게 됐는지는 3편에 이어서 설명하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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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끊다니
잘 읽었습니다! 방학동안 언매, 독서 공부를 빡세게 했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언매는 제 혈육한테 과외받으면서 다담 800제를 한번 풀고, 언매 15분 모의고사를 1회독 했습니다.
독서는 그냥 자이스토리 사서 하루에 세지문씩 풀고 틀린 선지와 모르는 선지의 근거를 지문에서 찾아내는 공부를 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