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베이스 회고록2] - 노베이스를 위한 나라는 없다
안녕하세요.
영포자 지도 전문 강사, Good day Commander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듯 저는 9등급 영포자 출신의 강사로, 지금은 영포자 학생들을 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오늘도 많은 노베 학생들이 각자 목표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안쓰럽다고 해야할지,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노베이스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늘 복잡한 심정입니다.
해당 글은 제 학창시절의 경험, 그리고 강사로서 쌓아온 경험들을 바탕으로 노베이스에 대한 모든 것들을 풀어보고자 세 편으로 준비한 시리즈 중 두 번째 편에 해당하는 글입니다. 시리즈의 구성과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1편 - 하위권~최하위권 생태 보고서
2편 - 노베이스를 위한 나라는 없다
→ 왜 노베이스는 안 되는 건지,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 건지 제가 직접 보고 느껴온 지독한 현실을 풀어보고 싶습니다.
3편 - 현실의 벽을 넘어
→ 노베이스가 남들과 비슷한, 또는 남들 이상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현실적인 대책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왜 노베이스가 안 되는 건지 제가 그간 직접 보고 겪어온 현실을
오르비라는 공간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샅샅이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1. 공교육에서도, 사교육에서도 복구가 어려운 노베이스 (feat. 한번 굴러떨어지면 끝)
공교육, 다시 말해 일반적인 학교 수업은 학생들의 평균 수준에 맞춰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대안 중에서는 그게 제일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상위권 위주로 수업을 하면 하위권 학생은 그대로 공기가 될 것이고,
하위권 위주로 수업을 하면 수업 효율이 너무 떨어질 테니까요.
그래서 중위권에 맞춰 수업을 진행하는 것인데,
이러다 보니 상위권 학생에게는 수업이 너무 쉽고(=배워가는 게 없고) 하위권 학생에게는 그래도 여전히 어려워서 마찬가지로 딱히 배워가는 게 없습니다.
물론, 이게 '나쁘다'라기보다는, 그냥 현실이 그렇다는 겁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으니 가능한 한 최대 다수에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을 택하는 겁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공교육을 통해 노베이스를 탈출하는 게 대단히 어렵습니다.
애초에 공교육은 노베이스를 고려해서 가르치지 않으니까요.
그나마 기회가 있다면, 방과후 학습때 기초개념반이 열릴 때를 노려본다든가, 아니면 스스로가 강한 의지를 가지고 혼자 공부하며 그 과정에서 생기는 질문들을 선생님들께 물어보는 방법뿐입니다.
그러면 사교육은 어떨까요?
학원/과외/인강이라 불리는 사교육은 단순히 가르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입'까지 고려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노베이스 학생은 다른 학생들에 비해 수입이 안 됩니다.
유베이스에 비해 기본 체급(=이해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가르치는 것 자체도 힘이 많이 들어갈 뿐더러
노베이스를 가르치기 위해 들어가는 노력이 유베이스를 가르치기 위해 들어가는 노력보다 훨씬 큽니다.
심지어, 대입 시장은 애초에 노베이스 학생이 그렇게 많지가 않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좋은 대학을 목표로 한다면, 그래도 이미 공부를 어느정도는 해오던 분들이 준비를 하는 경우가 많을까요?
아니면 노베이스였다가 뒤늦게 마음을 먹고 좋은 대학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을까요?
전자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학생 수도 많지 않은데(=파이 적음), 가르치는 것도 힘들고, 가르치기 위한 준비에도 품이 많이 들어간다면,
학원이, 강사님들이, 인강에서 노베이스 학생들을 위해 수업 연구를 하고 그들을 위한 커리큘럼을 전용으로 만들어 줄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사교육의 수업은 대체적으로 중위권~최상위권을 커버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행되는 것이 대부분이고(마지노선이 중하위권) 그 밑등급 학생들이 못따라가는 건 똑같습니다.
결국 공교육이든 사교육이든 뭘 해도 노베는 그 늪을 빠져나오는 게 어렵습니다.
2. 여기저기서 눈탱이 맞기 쉬운 노베이스 (feat. 사교육을 받아도 변화가 없어요)
'1' 에서 말한 이유에 의해, 학원/강사님들 입장에서는
노베이스를 대상으로 수업 연구를 할 메리트가 솔직히 별로 없습니다.
파이도 적고(=공부를 못하는 사람은 많겠으나, 공부를 못하는 사람 중 진지하게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진학하고자 하는 사람이 소수라는 의미), 가르치는 데에 품도 많이 들어가며, 노베라고 해서 대충 아무거나 막 가르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럴 바에 중위권 이상부터 태울 수 있는 커리큘럼을 깎고 연구해서 가르치는 게 여러 의미로 훨씬 낫거든요.
그래서 노베를 가르치기에 적합한 컨텐츠나 커리큘럼을 제대로 갖추고 계신 분이 이 시장에서 상당히 드뭅니다.
그래서 돈 내고 공부를 배워도 노베를 제대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과외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 노베라면, 학원에 다녀본 경험이 있는 노베라면 다음과 같은 경험이 있을 겁니다.
"선생님은 설명해주는데 나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학원/과외를 오래 다니긴 했는데 솔직히 딱히 는 것도 없는 것 같고 뭐가 뭔지 여전히 모르겠다"
노베라서 모르는 게 아닙니다. 노베라서 이해를 못하는게 자연스러운 게 아닙니다.
노베가 이해할 수 없는 컨텐츠로 수업을 하니까 노베가 이해하지 못하는 겁니다..
노베라고 해도 이해는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노베도 배우고 있는 내용을 이해를 해야 늘지,
이해도 안되는 거 백날 붙들고 될때까지 보라고 해봤자 실력이 잘 늘겠습니까.
노베는 원래 그런거라고, 노베는 원래 그렇게 느는 거라는 말씀들을 하시기도 하는데.
제 생각엔 아닙니다.
그냥 본인이 그렇게 가르쳐오셨거나, 본인이 노베 시절 그렇게 학습한 후 그 방식만을 고수하는 것뿐입니다.
노베이스가 눈탱이 맞는 이유는 이밖에도 더 있습니다.
바로, 노베 입장에선 강사님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밖에 없다는 점인데요.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이 수업이 어려워서 무슨 내용인지 이해를 못하고 있는데,
거기에 대고 "그냥 계속 하다 보면 알아"라든가, 혹은 "학원수업 어려우면 따로 천일문같은거 독학해보는 건 어때?" 라고 말하는 것도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노베 입장에선 그냥 강사님이 하시라니까 맞겠거니 하고 할 수밖에 없거든요.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지만,
제가 일전에 "일부 학원가는 노베의 무덤이다"라고 괜히 말한 게 아닙니다.
적어도 제가 직접 보고 들은, 그리고 제 손을 직접 타며 배워간 학생들이 다녔던 그 많고 많은 곳 중에서 노베이스를 제대로 커버하는 곳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게 학원의 책임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누구를 가르칠지, 어떤 등급대를 중점적으로 가르칠지 정하는 건 학원과 강사의 마음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강사라면 알 수 있습니다.
이 학생이 수업을 따라올 수 있는 학생인지 없는 학생인지,
자신의 커리큘럼으로 견적이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 정도는 압니다.
그렇다면, 커버가 안 되는 학생이라면 애초에 받지를 말아야 하는데,
일단 다녀보라고 수업에 앉혀놓고 학생은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있는데 그냥 시간과 수업료만 허비시키고 있으니 비판을 하는 겁니다.
말해 더 뭐할까요. 그냥 답답한 마음 뿐이네요.
공부를 못하는 게 당연한 게 아닌데, 수업이 어려운 게 당연한 게 아닌데 말입니다.
3. 사공이 너무 많아 배가 산으로 갑니다. (feat. 이상한 사공 - X맨)
지금은 세상이 참 좋아졌습니다.
공부를 잘 하는 분들에게 질문도 할 수 있고,
약간의 비용만 지불한다면 유명 강사님들의 강의도 인터넷으로 들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많은 분들이 인터넷을 통해, 유튜브를 통해 학습 정보를 찾아다닙니다.
근데 웃긴 것은, 유튜브에 가서 '영어 공부법'만 쳐봐도
누구는 문법을 하라, 누구는 문법을 하지 말라 의견이 갈린다는 겁니다.
똑같은 조언자 입장에서도 이렇게 의견이 달라지면 도대체 노베이스는 누구 말을 따라야 하는 걸까요?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 걸까요?
누구는 워드마스터 2000만 외우면 된다고 합니다.
누구는 2000으로는 턱도 없으니 많이 외우라고 합니다.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걸까요? 뭘 어떻게 하라는 걸까요.
그래도 강사님들이 의견이 갈리실 때는 각자의 경험과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테니 의견이 갈려도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공부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사람도 자유롭게 타인에게 조언을 줄 수 있다는 게 저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일개 오르비언일 뿐입니다. 제게 타인이 의견을 남길 자유권을 침해할 자격도, 권리도 없습니다.
어떤 사람이 누구에게 무슨 조언을 하든 그건 그 사람 마음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남겨진 조언에 이상한 길로 빠지는 학생들이 아주 많다는 건 객관적인 사실이지요.
다시 말해, 선의로 남긴 조언이 전문성과 객관성을 잃는 순간, 상대방에게는 독이 된다는 겁니다.
6등급 7등급 나오는 사람이 워드마스터 2000부터 외우고 있다거나,
영어를 살면서 공부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 모 강사님의 구문독해 강의부터 듣고 있다거나,
그러니까 당연히 탈이 나고, 그러면 제게 "공부를 해도 뭔가 안 느는 것 같다"며 찾아오십니다.
"왜 그거 공부하고 있으세요?"라고 물으면 늘 똑같은 대답입니다.
"오르비에서 누가 이거 하라던데요..."
그럼 제가 묻습니다. "그 누구가 누군데요?"
하면 또 이런 대답이 돌아옵니다.
"잘 모르겠어요."
이게 제가 봐온 현실입니다.
오르비 영어 태그에 눌러앉아 오르비언 여러분들의 질문글을 읽어온지 5년은 된 듯한데,
적어도 제 경험&데이터상 질문글에 달리는 조언 중 절반 이상은 질문자의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조언입니다.
사실 애시당초 조언도 아닙니다. 그냥 각자의 의견을 남겨놓은 것뿐이니까요.
근데 노베 학생들은 "누가 의견 남겨주면 감사합니다" 하고 덥썩 따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의견이 틀릴 것이라는 상상 자체를 안 합니다, 아니 못 합니다.
그냥 누가 알려주니 좋은 거겠지 하고 따라간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누구가 누구인지 알아볼 생각도 없습니다.
그냥 누가 좋다더라~ 하니까 따라 하는 겁니다.
이제 이 글을 보고 있는 노베 학생에게 질문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두 상반된 학습 조언이 있을 때, 무엇이 옳고 그른 지 구분하실 수 있겠나요?
무엇이 더 본인에게 적절한지 구분하실 수 있겠나요?
어려우시지요? 그래서 노베이스를 빠져나오기 어려운 겁니다.
4. 생각보다 환경이 공부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feat. 경제환경&거주지역)
가끔씩, 오르비에서 교육열이 강한 곳에 계신 분과 지방에 계신 분들이 논쟁하시는 걸 봅니다.
소위 오르비 전통놀이라고 불리는 '떡밥 메타'인데요.
교육열이 강한 분에 계신 분들은 "이제 인강도 있고 교육격차가 해소됐는데 왜자꾸 환경을 탓하냐"는 맥락으로 말씀을 하시고, 그렇지 못한 곳에 계신 분들은 "여전히 크다"고 말합니다.
저도 교육격차 해소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진지하게, 그리고 우려하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저는 환경이 공부에 미치는 영향이 크며, 교육격차 역시 여전히 큰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돈(비용)'에 대한 얘기를 해봅시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의 경제환경이 평범하다고 전제했을 때
(또는 직접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해야 하는 성인이라 가정했을 때)
가르쳐주는 강사님의 실력이 있냐 없냐도 중요한 문제겠지만
설령 실력이 있다고 가정해도, 학생에게는 총알이 하나밖에 없는 상황 자체가 이미 불리하게 돌아갑니다.
(=지불할 수 있는 수업료가 한정되어 있음, 즉 배울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음)
이 학생은 한번 배울 때 열심히 공부해서, 제대로 배워서, 끝내야 합니다.
부담스러운 수업료를 또 지불하며 다시, 될 때까지 배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만약 공부를 하다 의지가 꺾이든, 대충 공부해서 결과가 만족할 만큼 나오지 않는다면
사실상 혼자 공부하는 루트로 가야 합니다.
그리고 애초에 실력이 좋은데 수업료가 낮은 강사님은 정말 드뭅니다.
따라서 실력이 좋은 강사님을 찾아 배우는 것부터가 형편이 어려운 분들에게는 부담이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비용도 비용이지만 그런 강사님들은 어디 계신지 정보를 구하는 것도 어렵고..
겨우 찾더라도 보통 다 바쁘십니다..
'예체능은 돈이 많이 든다'는 인식이 있는데요. 이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공부도 (혼자or동네 학원에서 공부해서도 정말 잘하는 케이스 말고) 제대로 배우려면 돈이 꽤 듭니다.
예체능만 돈이 드는 게 아닙니다.
반면, 집의 경제상황이 여유롭다면 설령 학생이 공부를 열심히 안 해도, 학습 지능이 그리 높지 않아도,
실력 좋은 강사님을 붙여서 목표 성적에 다다를 때까지 계속 쭉 배울 수도 있습니다.
총알이 여러 개인 거죠. 신중히 쏘든 막 쏘든 수능까지의 시간만 남아있다면 상관이 없다는 겁니다.
일본 속담에는, "1000일의 근면한 공부보다, 좋은 스승을 만나 공부한 하루가 더 낫다"는 말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제대로 받는 사교육의 효과는 정말 큽니다..
그다음으로는 '거주 지역'에 대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설령 좋은 강사를 고용하거나 좋은 학원에 다닐 만큼 여유가 있더라도,
지방에 거주한다면 실력이 있는 강사님을 찾는 과정 자체에서 문제를 겪습니다.
지방쪽일수록 강사님을 선택할 수 있는 풀이 수도권에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에 계신 강사님들의 실력이 수도권에 비해 부족하다기보다는,
실력이 있는 강사님의 비율 및 숫자가 수도권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다는 맥락으로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지방에도 실력 좋은 분은 계십니다. 안그래도 소수인데 더 소수라서 문제라는 거죠.
그리고 지방쪽의 교육특구나 광역시쪽이면 모를까,
그밖의 지역에 실력이 그렇게나 좋은 강사님이 계실 이유가 없습니다..
구체적인 도시를 언급하진 않겠지만 대한민국에는 정말 많은 도시가 존재합니다.
모든 지역에서 모든 학생이 당연하게 좋은 사교육을 받을 수 있지는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지방에서는 근처 대학교의 대학생분들이 (예: 국립대) 과외를 해주시며 빈 교육공백을 채워주시긴 하지만, 가르치는 게 직업인 분들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부족할 수밖에 없는게 사실입니다.
이런 경우 '돈'이 있어도 소위 말하는 실력 좋은 강사님들의 수업을 받기에는 불리하다는 겁니다.
5. 일부 노베이스 학생들의 부족한 현실 감각, 그리고 비현실적인 목표 설정
노베이스 학생들을 상담하다 보면 목표가 비현실적으로 높은 경우를 자주 봅니다.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있든 없든, 제가 그걸 나쁘게 생각할 권리는 없습니다.
애초에 그러지도 않고 그래본 적도 없습니다.
전 그저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뿐이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면 '못 이뤄준다'고 말해줄 뿐입니다.
하지만 본인이 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학습량/공부시간조차 스스로 감당하지 못한다면,
그분들의 목표는 도대체 무슨 수로 이뤄야 하는 걸까요?
즉, 목표는 높은데,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공부량이 이렇게나 많을 줄 상상하지 못했던 겁니다.
아니면 학습 의지가 그걸 견뎌내지를 못하거나요.
영어로 예를 들겠습니다.
살면서 영어를 처음 공부하는 인간이 수능에서 1등급을 받으려면 뭘 해야 할까요?
단어'만' 6천개 이상, 각종 문법개념(8품사, 5형식, 대명사, 형용사, 부사, 전치사...)에 대한 모든 걸 알아야 합니다.
그뿐일까요? 듣기도 채워야 하고, 구문독해도 연습해야 하고, 문제도 풀고 기출도 분석해야 합니다.
이때 혹자는 말하지요. "저는 형용사, 부사같은거 따로 공부 안해도 영어 좀 하는데요?"
당신에게는 시간 속에서 쌓아온 '학습 경험치'가 있잖아요.
하지만 노베는 그런 게 없습니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경험치로, 감각으로 비비는 게 아니라 그대로 뻥 뚫려 0이라는 바닥으로 추락합니다.
모든 걸 다시 다 채워야 합니다.
그 모든 걸 다 채워야만, 노베이스가 수능이라는 시험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노베이스 학생들이 "~하면 ~될까요?" 라고 묻는 글을 종종 볼 때가 있습니다. 소위 '가능글'이라고 하죠?
예를 들어 누가 "제가 6등급인데, 한 3달 공부해서 2등급 받을 수 있을까요?"라고 누가 물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지금 2등급 나오는 분들에게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러분들의 수준은, 여러분들이 그간 쌓아온 실력, 투자해온 공부시간은
6등급 학생이 3달 공부하면 다다를 수 있는, 그것밖에 안되는 높이, 그정도의 노력으로 달성한 결과인가요?
수능이 그렇게 만만한 시험이었던가요? 언제부터 그런 시험이 됐던 것이었지요?
수능은 유치원 시험이 아닙니다.
노베이스 여러분들,
수능은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공부할 게 많고,
여러분들이 할 수 있는 노력보다 '훨씬'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시험입니다.
그래야 여러분들이 원하는 결과에 보다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시험입니다.
6. 성적이 오르는 게 먼저일까, 멘탈이 터지는 게 먼저일까?
노베이스에서 공부를 해본 분이라면 알 겁니다.
공부가 '고통스럽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이때 '고통스럽다'는 의미는 '아~ 공부하기 싫다'의 의미가 아닙니다.
나는 분명 죽어라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내 실력은 도저히 늘지도 않고 내용도 어려워서 이해가 안될 때, 그때 느껴지는 감정입니다.
그리고 '막막'하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도 느껴봤을 겁니다.
내가 어디쯤 와있는지도 모르겠고, 열심히는 하고 있는데, 남들이 하라는 대로 하고는 있는데,
뭔가 잘 늘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내가 어디쯤 와있는지도 모르겠고.. 이 길로 가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노베이스 학생들의 마음 속은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안그래도 성적을 올리기도 힘들고, 공부할 것도 많은데, 멘탈 문제까지 컨트롤하면서 공부해야 합니다..
그리고 얼마나 노베인지, 또 얼마나 목표가 높은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노베라면 하루 10시간씩은 순공을 뽑아줘야 합니다.
그러지 못하면 국영수탐 공부할 시간이 도저히 안 납니다.
사실 이 시간도 부족해요. 그래서 '명문대를 준비하는 노베이스라면 2년은 보라'는 말이 있는 거고요.
그런데 이 10시간 순공을 최소 1년, 길게는 2년까지 버틸 수 있는 노베가 얼마나 있겠습니까?
심지어 그 10시간의 공부가 즐겁지도 않고 죄다 어렵고 암기할 것 투성이라 고통스럽기 십상입니다.
그 고통을 매일 10시간 버티는 건 공부가 아니라 고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거에요.
누가 제대로 버텨낼 수 있을까요? 그래서 노베는 올라가기가 어려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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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로서는 다른 재능이 있거나 다른 관심사가 있다면,
소위 말하는 '명문대'가 아니더라도 본인의 적성과 재능, 흥미를 살린 길을 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저도 노베였기 때문에 그들이 걸어가야 할 가시밭길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한 과목만 뻥 뚫려도 그걸 채우는 게 쉽지가 않은데,
전과목 노베라면 명문대를 진학할 가능성은 더욱더 희박해집니다.
정말 어려운 길입니다. 그래서 수능 후에 그런 분이 등장이라도 하면 무조건 메인을 먹는 거고요.
레전드급 케이스니까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정말 간절한 목표가 아니라면, 노베이스일 경우 애초에 이 대입바닥에 안 들어왔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는 현실을 알려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꿈이 얼마나 높고, 어려운지, 얼마나 험하고 먼 길이 기다리고 있을지 말입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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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베로써 6번 내용이 너무 공감되네요 저도 정확히 모르던 고통스러움을 글로 잘 풀어내신게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