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비쥐박멸 [489418] · MS 2014 · 쪽지

2015-11-07 23: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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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작년국어B형 수기(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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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시간은 평소에 연습을 많이 해둔 국어 영역 시간. 워낙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생각해서 공부를 했기에 그렇게 떨리지도 두렵지도 않았다. 그리고 9월 국어b형 1컷이 100이었기에 수능도 어려워봤자 1컷이 94일거라 생각하고 다가오는 40분 분침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국어b형 문제지가 배부가 되고 나는 인쇄가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험지를 천천히 넘겼다.



첫장에는 익숙한 화법이 있었는데 슬쩍 훑어보니 박사와 학생이 지폐에 관한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뒷장을 넘기니 작문 문법이 이어져 있었다. 여기는 살짝 본다해서 파악이 되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냥 살짝보고 페이지를 넘겼다.



비문학 주제를 확인 하고 싶어서 비문학 첫 문단을 살짝 훓었는데 신채호라는 글자가 내 눈에 들어와 박혔다.

나는 한국사를 했기에 신채호가 매우 반갑고 그 익숙함에 시험이 잘 풀리거라는 기대, 정확히 말하면 착각에 빠졌다.



여기까지 좀 천천히 넘기며 봤기에 감독관 눈치를 보며 페이지를 빨리 빨리 넘겼다

칸트,슈퍼문 각 비문학 키워드만 살짝 확인하며 넘기고 문학 쪽은 시만 확인했다. 다행히 시에서는 내가 아는 시가 나왔다. 고향 어쩌구 하는 시다.



이제 시험지 인쇄 상태를 끝내고 나도 학생들도 시험시작 종을 기다리고 있었다.

코를 훌쩍이는 사람도 없도 다리떠는 사람도 없도 최고의 환경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있는데 시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얼른 시험지를 넘기고 화법 지문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지문 자체는 그리 어렵진 않았지만 문제가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답의 근거가 꽤나 잘 숨겨져 있었다. 평소보다 조금더 시간을 쓰고 다음 지문을 풀려는데, 그때 내 양옆과 뒤에서 코훌쩍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망할 놈들이 문제를 풀으려 고개를 숙여서 콧물이 자꾸 났던 것이다. 휴지로 막지 왜 훌쩍이냐고 속으로 온갖 짜증을 내며 문제를 푸는데 자꾸 그 훌쩍거림이 신경쓰여 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나는 계속 훌쩍소리에 정신을 뺏기고 있었다.

이러다 진짜 국어를 망칠 것 같았다. 도서관에서만 공부하던 나였기에 이런 훌쩍이들의 출현에 완전히 페이스를 잃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기에 그들을 계속 의식하며 문제를 풀었다. 16번을 풀고 시계를 버니 9시 5분... 화작문에 무려 25분을 써버렸던 것이다. 이때 나는 승부수를 띄울 수 밖에 없었다. 평소에 약했던 문학을 먼저 풀고 자신 넘쳤던 비문학을 나중에 풀기로 택했다.



문학을 풀기에 페이지를 넘겼는데 날 맞이했던 건 바로 아사달.... 지문이 한페이지를 넘어갔었다.



속으로 내 일 년의 공부는 이렇게 날아가나라는 생각이 솟구쳐오르는데 그 생각을 떨쳐내기가 너무 힘들었다. 손에 땀이 나기 시작해서 펜을 똑바로 쥐는 것조차 힘겨웠다.

문장을 읽어도 글이 다 팅겨져 나갔다. 머릿속에 박히는 느낌이 아니라 빛이 반사되 듯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사실 수능 공부를 할 때 이러한 상황을 위해 짜둔 대처법이 있었다. 글이 안 읽힐 때는 당황하지 말고 내 이해능력 독해력을 믿고 그냥 쭉 읽어 나가는 것. 그것을 떠올리고 그냥 읽어나갔다. 이 방법이 날 살렸던 것 같다. 의외로 문제는 내 이해된 것 아래에서 다 풀렸다. 그리고 문제를 쫙 풀어나갔다. 고비를 넘겼기 때문일까? 막힘이 없었다 이대로면 시간을 많이 단축할 수 있을 듯 했다.



그때 마주친 현대시. 시는 쉬웠지만 문제는 나에게 있어서 너무나 어려웠나. 그 지문에 딸려 있는 문제 어느 하나도 확신을 가지고 풀수가 없었다. 전부 별표가 쳐졌다. 현대시 만큼은 정말 자신이 있었는데... 결국 이렇게 무너지나 싶었다. 화작문도 제대로 못풀었고 시에서도 맛이가고... 비문학이 다 맞다해도 80점대가 뜰 것 같았다.

그때 시계를 보니 9시 40분이었다. 17번부터 30번까지가 비문학문제로 총 14문제인데 남은 시간은 20분..
정말 비문학이 쉽기만을 소망했다. 비문학이 불이라면 난 정말 회생할 수 없다..


마킹시간을 제외하면 15분 안에 모두 풀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솔직히 ㅈ됐다라는 마음이 미친듯이 생겨났다. 이런 상황은 입시를 시작한 이후로 처음이었다.


국어는 항상 20분 이상 시간이 남던 시험이었는데 내게 문제를 찍을 수도 있는 상황이 오다니... 국어를 망치면 내 일년의 수험생활은 끝난 것이었다.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완전히 좌절한 상태로 비문학을 읽어갔다. 정신은 이미 몽롱해져 있었다.

칸트... 다행히 옛날에 피셋에서 풀었던 지문과 비슷했다. 의외로 쉽게 이해하고 빨리 풀 수 있었다.
그 다음 신채호의 아와 비아 지문.. 글은 꾸역꾸역 읽어갔지만 머리에 남는게 없었다. 글을 다시 볼 여유는 없기에 무작정 문제를 풀었다. 선택지 2개가 남는다... 근거가 눈에 쉽게 들어오지 않는다. 시간은 나의 의지와 상관 없이 계속 흘러갔다.
어쩔 수 없지 그나마 논리적인 근거를 찾아 답을 체크했다.

그리고 맞이한 슈퍼문... 망할 이해가 전혀 가지 않았다. 시간은 이제 오분도 못쓰는데 지문을 안 읽히고... 그 절망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연습때는 아무리 어려운 지문이라도 척척 이해하던 나인데 시간의 압박과 망쳤다는 좌절감이 내 이해력 증발 시켜버렸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해를 버리고 내용 일치로 문제를 풀었다. 눈으로 선지와 지문을 대조해가며 풀었다. 의외로 첫번째 문제가 쉽게 풀렸다. 두번째 문제는 삼점짜리 였다

선지조차 이해하기 힘든 문제였는데 우연찮게 선지에서 지문과 완전히 반대되는 내용을 찾아 답을 체크하고 마킹을 시작했다. 2분도 안남았기에 빠르고 정확하게 마킹을 했다. 다행히 시간안에 마킹을 하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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