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지우개 [606672] · MS 2015 · 쪽지

2015-11-01 21:36:53
조회수 3,886

수능의 꽃 부정행위-2편

게시글 주소: https://market.orbi.kr/0006725760

http://orbi.kr/bbs/board.php?bo_table=united&wr_id=6725212&page=0&sca=&sfl=&stx=&spt=0&page=0&cwin=#c_6725490
-1편링크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10분?15분? 자는것도 아니고 깨어나 있는 것도 아닌 오묘한 정신상태에 내 몸을 맡긴채, 버스의자에 앉아 차분히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귓가에 울리는 익숙한 정거장 이름이 몽롱한 내 정신상태를 깨어나게 해주었다. 마치 영화 인셉션에서 디카프리오가 꿈에서 깨어나듯이.

'이번 정류장은 ***고등학교, ***고등학교 입니다'

 어깨에 매고 있던 가방은 심하게 흔들리는 버스때문에 바닥으로 흘러내려져 있었고, 가방은 이미 자신이 품고 있던 몇권의 책들을 바닥에 토해내고 있었다.

'아씨..쪽팔리게...하필 개념완성이 삐집어 나오냐..누가 보면 수학 못하는줄 알겠네'

 큰 시험을 앞두고서, 기초적인 개념을 다시 한번 확인해야만 안심이 됬던 나로써, 수능전날에도 가방에 개념완성 개념편을 쑤셔넣던 나였는데. 하필 그 책이 버스안에서 쏟아져 내린 것이다. 행여 버스에 탄 사람들이 보진 않았을까 허겁지겁 책을 가방에 밀어넣는데 나를 본 버스기사님이 내가 수험생임을 눈치챘나 보다.

"학생..시험 잘보고! 오늘 수능이지? 열심히 봐! 꼭 100점 맞구!"

'웃기지도 않는군...'

 수능에서 100점을 맞으라고? 아무래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중학생들의 중간고사 혹은 자기 아들의 쪽지시험정도로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수능의 최고점수는 보통 400점인데 400점중 100점을 맞으라고 하다니...아침부터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버스에서 내려보니 수많은 학생들이 줄지어 교문에 밀려 들어가고 있었다. 어제 예비소집으로 왔을때의 모습과는 학교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져 있었고, 교문에는 수험생들을 격려하는 문구의 플랜카드와 정문 앞에서는 커피를 나눠주는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당연히 교문에서 주는 커피는 마시지 않는게 정석이었지만...

"선배님~ 커피 드시고 시험잘보세요!"

  짧게 줄인듯한 H모양의 치마, 춥지도 않는걸까? 그 여학생의 다리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무방비 상태로 이 혹독한 추위에 맨살로 버티고 있었다. 남자의 동물적인 본능이 몸 안 깊숙한 곳에서 솟구침과 동시에 나의 시선이 그녀의 다리로 시선이 쏠렸고, 계속 눈을 마주치다간 수능 2일 전부터 공들여 만들어온 금욕과 해탈의 경지가 와르르 하고 무너져 내릴것만 같아 재빠르게 눈을 커피쪽으로 돌렸다. 

 얼굴 또한..매우 아름다웠다. 어째서 일까...마치 그녀가 오늘 나의 시험을 축복하기 위해 평가원에서 하사하신 선녀와도 같은 느낌이 드는건? 오들오들 다리를 떨며 나에게 커피를 건네는 그녀의 손을 꼬옥 하고 잡아줘야지만 그녀가 임무를 완수하고 무사히 하늘로 귀가할수 있을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운명적인 존재를 수험장앞에서 마주친것 같은 상황. 어떻하지..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녀와 마주친 짧은 2초 동안 번뇌의 상황에 빠진채 수많은 고민을 하던 나는 ..결국 그 여학생의 커피를 받아버렸다.

"고맙다...잘마실게..."

 따듯하게 뎁혀진 종이컵을 손에 쥔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입으로 한번 호오 하고 식힌뒤, 입에 커피를 가져대, 그녀의 기운을 받으려는 찰나...

"야 ㅋㅋㅋ받았어..받았어..ㅋㅋ"

 
  환청인것인가? 교문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 수많은 인파속에서 그렇게 선명하게 한 사람의 말이 들릴수가 없는 것인데..방금 나의 귓가에 파고들며 내 달팽이관을 세차게 강타한 한 여학생의 말은 무엇이지?

  그 출처는 어디일까 하고 고개를 재빠르게 뒤돌아 보는 순간...아까 본 평가원장의 선녀님은 등뒤에 지옥의 악마 루시퍼의 날개를 달고 내 눈을 지긋이 응시하고 있었다. 
 애써 감추려는 듯 사악하게 올라간 입꼬리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서로 맞물리면서 얼굴에는 알수 없는 듯한 표정이 서려 있었고. 순간적으로 요단강을 경험하고, 에버랜드의 T 익스프레스를 안전장치 없이 5번은 돌았을 법한 극의 공포를 맛본 나는,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세차게 땅바닥에 내리꽂은채 이글이글 불타는 눈으로 그 여학생의 눈을 야리고는 당당히 수험장으로 들어갔다.(이 와중에도 이쁜건 여전하더라..)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