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칼럼] 현대시 뽀개기!!
반갑습니다. 국어 강사 정연중입니다!
오늘은 문학에 관해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특히, 현대 문학은 작품 하나를 두고 몇 시간을 고민해도 고민할 것들이 남아있는 심오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현대 문학의 이러한 성격 때문에 아래와 같은 고민을 해보신 적이 분명 있을 겁니다.
‘현대시를 비문학처럼 후벼파야 하나...?’
아니면,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정도의 감상만 연습을 하면 되나...?’
그런데 이러한 고민은 우리를 정도(degree)의 딜레마에 빠지게 만듭니다. 현장에서 필요한 감상 능력의 적정선은 영원히 찾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결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공부할 때의 태도와 시험장에서의 태도를 구분 지으면 됩니다.
공부할 때에는 후벼파면서 감상 능력을 단련하고,
실전에서는 평가원이 요구하는 대답을 할 수 있을 때까지만 파면 됩니다. 자신이 가진 감상 능력의 '일부'만 쓰는 것이죠.
감상 능력이 100인 학생이 자신의 능력 중 10%를 쓰는 것과
감상 능력이 1000인 학생이 1%를 쓰는 것은
그 결과가 모두 ‘10’으로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시험장에서는 후자의 학생이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우리는 2024년 11월 14일까지 '감상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감상 능력을 길러야 하는가?
우선 현대시에서는 '심상', '공감', '연결' 3가지 능력을 훈련해야 합니다.
'심상'은 글자를 읽으면서 동시에 마음속에 그림을 그리며 읽는 것이죠. 그렇게 해야 시적 상황을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시적 상황을 제대로 그려내지 못하는 것은 공부를 하려는데 책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두 번째는 '공감'입니다.
저는 INTJ입니다. (로봇이라고 불리는 MBTI...)
로봇인 저도 공감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우선 '시적 화자’와 ‘일반적인 사람’을 비교하고, 둘의 차이에 집중합니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는 이러한 상황에서 이러한 반응을 보일 텐데... 시적 화자는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으니, 이런 정서나 태도를 갖고 있는 거겠지?' 이런 식으로.
(물론 이것은 경험을 전제로 하는 공감이 아니기에 작품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수능 국어를 보시는 데에는 충분합니다.)
세 번째는 '연결'입니다.
당연히 현대시도 비문학처럼 단어들이 모여 한 문장을 이루고, 문장들이 모여 하나의 시를 이룹니다.
다만, 시는 비문학에 비해 조금 더 연결의 단위가 짧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비문학은 생각의 기본 단위가 cm라면 문학의 생각 단위는 mm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조사, 마침표, 쉼표까지 신중하게 읽으셔야 합니다.
아래의 시를 예로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해볼게요.
[2014. 수능] 조지훈의 파초우입니다.
우선 여러분이 가진 감상 능력을 총동원해서 아래의 시를 읽어주세요!
일단 제목부터 읽으셔야 합니다.
파초우...? 비?
'시적 화자에게 비는 어떤 의미일까?' 정도 생각하고 바로 본문으로 들어가 봅시다.
(1연)
화자의 마음에 공감해보면 화자는 지금 쓸쓸하고 외로운 상황인가 봅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을 보고 외로이 흘러간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니까요. (일반적인 사람과 화자의 차이에 집중)
지금 자기 마음이 외로우니까
하늘의 구름이 외롭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는 거겠죠. (공감)
그리고 어두운 한밤중에 쉴 곳이 없는 상황인가 보네요. (심상)
(2연)
비가 파초 잎 위에 후두둑 떨어지고 있답니다.
제 마음 속에는
외로운 한 사람이 있는데,
비 때문에 더 외로워 보이네요... (심상)
(3연)
창 열고? 외로운 화자는 집 안에서 창문을 통해 푸른 산을 보려고 하네요. (심상)
왜 푸른 산과 마주 앉으라고 한 걸까요? (의문)
모르겠네요. 계속 읽어봅시다.
(4연)
'산'을 날마다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화자의 외로움은 '산'과 함께 있지 못해서 인 것 같고. (연결)
그런데
외로운 상황에 내리는 '비'가...
왜 싫지 않다고 말하는 걸까요...? (의문)
그리고
들어도 싫지 않은 물소리기에 날마다 바라도 그리운 산아.
'A이기에 B이다.' ...
파초잎에 후두기는 소리랑 산이랑 무슨 상관이지...? (의문)
일단 계속 읽어봅시다.. 쉽지 않네요...
(마지막 연)
지금까지는 어두운 밤이었는데,
아침이 밝았습니다. (심상)
온 아침 나의 꿈을 스쳐간 구름...
이때 '나의 꿈'은 '푸른 산'이겠죠. (연결)
구름이 푸른 산을 스쳐간 상황인가 보네요. (심상)
어제 '저녁'에 저 구름은 비를 내리던 구름이었는데...
그 구름이 스쳐갔다고 했으니까..
'아침'인 지금은 비가 내리지 않는... 후두기는 소리가 없는 조용한 상황인 건가? (연결)
그리고 1연의 '이 밤을 어디메서 쉬리라던고'가 그대로 반복되네요. (연결)
화자는 아침이 되어도 여전히 외롭나 봅니다. (공감)
'주관적 감상'을 했으니,
이제는 <보기>를 기준으로 '객관적 해석'을 해봅시다.
<보기>의 1번째 문장을 기준으로 작품을 재해석하면,
→ 화자의 외로움이 ‘떠돌아다니는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보기>의 2번째 문장을 기준으로 작품을 재해석하면,
→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아!! 화자는 파초 잎에 후두기는 소리를 매개로 푸른 산과 교감하고 있었던 거구나!!’
즉, 화자는 '저~기 멀리 보이는 푸른 산에도 후두기는 소리로 가득하겠지....?'라고 생각하면서 파초잎에 후두기는 소리를 듣고 있었던 것이네요.
→ ‘그래서, 화자는 파초 잎에 후두기는 소리가 싫지는 않다고 말한 거고!!!’
당연히 그 소리가 좋을 수는 없죠. 왜냐하면 화자가 정말로 듣고 싶은 것은 파초잎에 후두기는 소리가 아닌, 푸른 산에 후두기는 소리니까요.
(= 화자가 정말로 함께 하고 싶은 대상은 푸른 산이니까.)
→ 그런데, 화자와 푸른 산을 이어주던 빗소리마저 그친 '아침'은 화자에게 정말 외롭고 쓸쓸한 상황이겠네요..
<보기>의 3번째 문장을 기준으로 작품을 재해석하면,
처음 작품을 감상을 할 때에는 산이 그저 하나가 되고 싶은 '지향의 대상'이었는데 화자가 현실에서 벗어나 '은둔하려는 공간'이라는 것도 새롭게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작품을 이해했으니 제목을 다시 볼까요?
파초우(파초잎에 후두기는 빗소리)는 화자와 푸른 산을 연결하는 매개체이니까,
이 제목에는 '그리움의 정서'가 그 이면에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죠? <보기>에 따르면,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내포하겠네요.
문제를 풀기 전에 잠시만요!!
처음 작품을 감상할 때에 가졌던 '의문'들이 없었더라면
<보기>에서 중요한 해석의 기준을 알려주었음에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겠죠?
이해를 하지 못하고 해매는 것도 감상의 일부입니다. ***
물음표가 있어야 느낌표로 바꿀 수 있으니까요.
이제 문제를 풀어봅시다.
1번 해설 : 구름에 방랑자의 외로운 심정을 투영한 것. 맞죠?
2번 해설 : 화자의 성찰이 이루어지는 배경 = '비가 오는 저녁'. 맞죠?
3번 해설 : 마주 앉아라(3연) + 그리운 산아(4연) = 자연 세계(산)를 지향하고 있음. 맞죠?
4번 해설 : 물소리를 통해 자연(산)과 교감하고 있음. 맞죠?
5번 해설 : '어디메서 쉬리라던고.'에서 '어디'는 화자가 쉴 수 있는 공간이죠. ('푸른 산'같은)
선택지에서는 '어디'를 벗어나고자 했던 현실 공간이라고 하고 있으니 틀렸네요.
지금 같이 읽고 문제를 풀어보는 과정에서 느끼셨겠지만 문제는 너무 쉽게 풀리죠?
'실전'이 아닌 '훈련'을 할 때에는 이렇게 쉽게 풀리는 느낌을 받아야 제대로 감상하고 해석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실전에서도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습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현대시는
'심상', '공감', '연결' 능력을 바탕으로
'의문'을 충분히 가지며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짧은 글이지만, 학생분들이 좋은 insight를 가질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https://academy.orbi.kr/gangnam/teacher/459
(정연중T 대치 현강)
https://class.orbi.kr/event/697
(정연중T 인강 프리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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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내용을 떠올리거나 대응시키면서 연관내용을 계속 비교하면서 읽는건가요?
네,
출제자가 발문에서 시킨 대로 <보기>를 참고해서 윗글을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의 과정을 캐스트에 적어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