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턴우즈를 위한 변명-2022학년도 수능 경제지문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6548841
1. 서론
최근 겨울방학 특강을 시작하며 새로 고3이 되는 학생들과 함께 국어 공부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수업을 하다보면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지문이 2022학년도 수능에 나왔던 이 브레턴우즈 체제 지문이다.
먼저 얘기를 하고 가자면 이 지문에 대한 많은 문제는 이 지문을 브레턴우즈 지문이라고 부르는 데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왜 이 지문을 브레턴우즈 지문이라고 부르는 것이 문제인지, 그리고 평가원에서 지문을 왜 이렇게 썼고 이 문제들을 출제한 것인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2. 첫문단 마지막 문장의 중요성
이 지문은 내가 여러번 강조했던 첫문단 마지막 문장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지문이기도 하다.
그는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허용하지 않아 국제유동성 공급이 중단되면 세계 경제는 크게 위축될 것이라면서도, 반면 적자 상태가 지속되어 달러화가 과잉 공급이 되면 준비 자산으로서의 신뢰도가 저하되고 고정환율제는 붕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꽤 긴 문장이 첫문단 마지막줄에 등장했다. 사실 이 지문은 이 문장 하나만 제대로 정리하면 꽤나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는 지문이다. 몇몇 학생들이 이 지문에 대해서 배경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힘들다고 얘기를 하는데 오히려 이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아서 그런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장을 다시 한번 뜯어보자.
1번 상황
미국 경상수지 적자X->국제 유동성 공급 중단->세계 경제 위축
2번 상황
미국 적자 지속->달러화 과잉공급->준비자산으로서 신뢰도 저하->고정환율제 붕괴
라는 두 가지 상황을 예측하고 있고, 두 상황의 결론이 다 부정적이라는 점에서 이를 트리핀의 딜레마라고 부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이 얘기가 트리핀의 딜레마라는 것은 바로 2문단 첫문장에 나와있으니 이 역시 배경지식이 필요한 얘기가 아니다.
한마디 덧붙이고 싶은 것은 출제자는 많이 친절하게 장치를 두고 있는데 여러분들은 그것을 제대로 읽지 않는 것 같다는 점이다. 윗 문장을 보면 트리핀 교수가 이런 예측을 한 것은 1960년이었다
그리고 3문단을 보면 실제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된 것은 1970년대에 들어서라고 나온다. 괜히 출제자가 이런 시간을 지문에 써놓은 것이 아니다.
즉 이 지문은 트리핀 교수의 위대한 경제학적 예측을 보여주는 지문이라는 것이다!
2.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3문단
학생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문단이 3문단인 것 같다. 대부분 학생들은 본인들이 3문단을 이해하지 못해서 이 지문 문제를 못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바로 위에 봤던 것처럼 3문단은 1문단 마지막 문장에서 트리핀 교수의 예측이 현실화되는 상황을 보여준 문단에 불과하다. 요즘 유행처럼 사용하는 일명 '재진술'을 문단 단위로 사용한 문단인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실제로 미국 경제는 1970년대에 들어서 트리핀 교수가 예측한 것처럼 2번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두가지가 제시가 됐는데
1번 해결책
달러화의 가치를 내리는 평가 절하
2번 해결책
달러화에 대한 여타국 통화의 환율을 내려서 그 가치를 올리는 평가절상
이 그것이다.
그러면 다시 트리핀 딜레마로 돌아오면 2번 상황이 지속중이고 이때 트리핀 교수의 예측에 따르면 달러화 과잉 공급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럼 이것이랑 같은 내용은? 공급이 많아지면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을 배경지식이라고 봐야할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는 배경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알 수 있을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느낌이 오는지? 위에서 본 2번 해결책은 1번 상황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을까?
그런데 지문은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브레턴우즈 체제하에서 달러화의 평가절하는 규정상 불가능했다고. 그렇다면 가능한 방법은 2번 해결책이 될 것이디. 그런데 지문에서 보면 독일 일본 등 여타국이 평가 절상에 나서지 않았다고. 이 얘기가 나온 이유를 이젠 느낄 수 있을까? 1번 해결책이 불가능한 상황을 제시하고 2번 해결책이 어려운 이유를 얘기한 것이다. (첨언하자면 그러니까 문제화되지 않았지만 그 다음에 따라 나오는 이야기인 엔화 마르크화 투기적 수요는 브레턴우즈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생각이 전제가 된 행동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닉슨쇼크로 브레턴우즈 체제를 깨버리고 1번 해결책을 선택한 것이다. 여기서 다시 트리핀 교수의 예측을 살펴보니 역시나 트리핀 교수는 고정환율제가 붕괴할 것이라고 했고 이는 브레턴우즈 체제의 붕괴를 뜻한다.
4. 생뚱맞은 4문단이 등장한 이유
그러면 이제 4문단이 갑자기 등장한 이유가 설명이 된다. 지금까지 트리핀 교수는 타임머신이라도 탔던 것처럼 모든 상황을 예측했는데 그럼에도 트리핀 교수도 틀린 것이 있었다. 그게 바로 달러화가 준비자산으로 신뢰도가 저하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실제로는 여전히 달러화는 준비자산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고 필자는 그 이유를 교차환율의 경제성에서 찾은 것이다.
5. 그렇다면 문제는?
이제 문제를 살펴보면 당연히 나올 얘기들이 출제가 죄누것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첫번째 문제에서 답이 되는 틀린 선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브레턴우즈 체제 붕괴 이후에 세계 경제 위축에 대해 트리핀 교수는 어떤 전망을 했는가?
이 선지가 틀린 이후는 트리핀 교수가 전망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 않아서가 아니라! 트리핀 교수는 세계 경제 위축은 브레턴우즈 체제가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1번 상황)한 얘기다. 당연히 틀린 말이라서 틀린 선지다.
그러면 보기문제도 왜 출제됐는지 이제는 느껴지는지?
보기의 내용에 따르면 A국 통화에 대한 B국 C국 통화의 환율을 하락시켰다.
그니까 이번에는 트리핀 교수의 예측처럼 2번상황이 된 것이 아니라 1번상황이 된다면 어떤 결론이 나타나는데?
이걸 물어본 문제라는 것이다.
6. 결론
시험장에서 이 지문을 처음 봤을 때 과연 쉬울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 지문을 당시 수험생이 아닌 고3이 되는 학생들이 한땀한땀 읽어가며 풀기엔 그래도 해볼만한 지문이라고 생각한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되게 예쁜 지문과 예쁜 문제의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글의 제목은 브레턴우즈를 위한 변명이 되겠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언어이해 인강 사려고 하는데 이원준 선생님 스키마가 진짜 시간 촉박한 시험장에서...
-
이번에 풀면서 드릴 45 미적공통은 못푼거 거의 없고 드릴드 수2는 3~4개 빼고...
-
정병훈쌤 그립다 3
이제 마이맥에서 못 듣는다니..
-
특히 리프킨 이새끼 1문단에 그냥 누구나 사람이면 이해가능한 부분이 리프킨 연계고...
-
차단했었네..
-
왜 확통 특강은 확통 기출문제집 안주는거니....
-
질문받는다 이기 40
아무질문이라도 좀 해줘라 이기야
-
워드마스터 앱 깔아서 워마 수능 2000개 중에서 200개 셔플해서 퀴즈 형식으로...
-
카대 정시 3
지금 44411 카대 의류학과 갈 수 있나요 …정시임
-
3떨이라 슬슬 준비하고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작수 14323 (수학 밀린 것...
-
물리1 3등급인데 큐브 답변했습니다.
-
이게 마즘
-
야식 2
야식을 먹고 인강 몇 개 보고 자기 Vs 지금 자기
-
변기에 오줌 자국은 에바 아닙니까
-
극동대 신경주대 1
여기는 합격백분위가 얼마임? 다 미달인가
-
나 솔직히 착한아이인듯 10
나 본성은 ㄹㅇ 선함뇨
-
질문받아요 11
-
솔직히 근처 학원 강사나 조교 쌤들과도 토의해봤는데 몇개 지엽적인 문제는 당연히...
-
아무 이유 없이 좋아요 눌러줌
-
예비고2 영어 쌩노베인데 하루에 목표치를 어느정도 잡아야할지 고민입니다ㅠ
-
죠죠 재밌다 5
오라오라오라! 스타 플래티나 goat
-
어 선배 손은 어디갔어요? 눈이 엄청 크시네요 ㄷㄷ
-
추천 좀..
-
중딩때 학원에서 친구폰으로 경찰 전화했다가 받기전에 바로 끊었는데 바로 출동하더라...
-
바로 나 자신 훗 오늘도 져주지 으하하하하
-
문학(문학은 디즈니 15+패스랑 쿠팡플레이 탐ㅇㅇ) 해리포터 1~7권 2회독...
-
아… 그래도 뱃지 땄자나… 한잔해~…
-
기하에서 확통으로 돌렸는데 확통보다는 공통을 먼저 하고있고 사탐도 아직은 빠르게...
-
어엉 시발 ㅈㅉ냬ㅐㅈ잰냬 ㅆ싸운다 11 1 ! !!!! !! ! ! ! ! 14
싸운다 !!!!! 싸워라 !!! ㅅ싸워라 ! !!! !
-
인스타에도 없고... 오르비에도 없네
-
원래는 나랑 동기였어야 될 사람들인데...
-
저는 오늘 경기에서 밴픽만이 잘못된것이고 우리 선수들 폼 자체는 원탑이었다고 생각하니까요
-
약대 사과탐 1
약대 전과목 1컷이면 인서울은 애매하다고 들었는데 사과탐하면 많이 불리할까요??
-
논리적 오류 0
-
순방만.. 순방만..
-
이시간부로 슈냥팟 외에는 일절 롤을 하지 않겠다 ㅈ같이 구는 애들 땜에 겜을...
-
물리 장점! 1
1. 재미있다 2. 성적표에 재미있는 숫자가 나온다 3. 재수를 하는 미친놈이 있다...
-
러셀3주찬데 20분 동안 할 것도 없어서 10분만 쉬고 바로 공부 들어가는데 도대체...
-
배고프다 0
야식메뉴 추천받아요
-
What's up, guys? This is Ryan from Centum...
-
예전에 보낸거라 스크롤올리기 귀찮은데 그 날짜로 바로 가는 방법? 아니면 사진만...
-
서폿이 뺏으니까 닷지하네 ㅋㅋㅋㅋ
-
러셀 현강 교재값이랑 수강료 따로인거지?
-
난생 처음봄 지금 작업중인데도 헛웃음이막나와요 ㅋㅋ
-
생윤윤사한지세지세사동사정법경제 다음으로 재밌는과목임
-
외화유출범 등장 5
컹컹 왈왈
-
근데 작년 보니까 과탐 비율이 3월부터는 안 줄었네요 12
3평 44.4% 6평 44.9% 9평 44.5% 수능 44.1% 올해도 3모 과탐...
-
현역 때 멋도 모르고 화생했다가 25수능 전체적으로 조지고 과탐 생지로 갈아탔는데요...
배경지식땜에어려운거맞는디
ㄹㅇ 환율같은거 기준 잘 모르면 그냥 틀림.. 지문에서 뽑아낼 순 있는데 뽑아내라고 적어놓은 글도 아니고 실전에서 하기 불가능에 가까움
심지어 배경지식을 알았어도 실전에서 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의견도 덧붙여봅니다
혹시 어떤 배경지식이 없으면 이해가 어렵다고 생각하시나요??
주관적이지만 배경지식이 있을 때 배경지식이 없을 때보다 훨씬 풀기 편했습니다
환율, 금리의 기본 개념 정도만 알아도 훨씬 풀기 수월한 문제 같습니다
밑에 댓글에도 달아놨놓긴 했는데 확실히 환율 같은 건 더 자세히 설명 달아주면 좋을 것 같은 지문이었어요 이런 부분들은 차라리 지문 길이 길어져도 좋으니 자세히 써주는게 좋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그냥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헤겔지문을 워낙 이상하게 써놓고 지문길이 줄인다고 다 생략해버린게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해보는 지문입니다
불친절한지문이져
배경지식 없으면 이해 못한다 (x)
배경지식 없으면 이해 힘들다 (o)
혹시 어떤 배경지식이 없으면 이해가 힘들다고 생각하시나요?? 환율이 뭔지 이런거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