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계획 따위 쓸모없다는 사람들에게 (나누기 이론)
작년 수능 이후 한 여학생에게 연락이 왔다.
학생: 매일매일 계획을 못 지켜서 수능을 망했어요. 제 의지력은 쓰레긴가 봐요
나: 혹시 플래너에 할 일 적고, 그거만 보면서 공부했니?
학생: 네. 어떻게 알았어요?
나: 그런 경우를 많이 봐서 왠지 그럴 거 같았어
오늘은 공부 계획에 대해 얘기하겠다. 그러나 뻔한 얘기는 아닐 것이다. '나누기 이론'이라는 개념이다. 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사람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해보자. 당신은 10일 만에 수능특강을 끝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계획표에 이렇게 적는다. "오늘 할 일: 1단원 끝내기" 안타깝지만 이런 계획은 지킬 수 없다. 초인적인 의지력을 가진 10% 만이 지킬 수 있다.
'수능특강 1단원 끝내기'는 계획이 아니다. 희망사항이다. 계획표에는 내가 할 행동이 적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식의 흐름대로 공부하게 된다.
"개념 읽다 보니까 쉽네. 그냥 예제나 풀자."
"예제는 너무 쉬운데 연습문제만 풀까."
"근데 개념 넘겼다가 여기서 문제 나오면 어떡하지. 그냥 개념부터 다 보자."
계획에 끌려다니면 안 된다. 내가 컨트롤해야 한다. 그러려면 계획을 나눠야 한다.(나누기 이론) 그래서 목표가 아니라 행동을 적어야 한다. 예를 들어 다섯 단계로 쪼개보자.
1단계: 무슨 개념을 배우는지 대략 확인한다. (개념의 틀 잡기)
2단계: 예제를 먼저 보고, 문제에 쓰인 개념을 찾아서 읽는다. (능동적으로 읽는 법)
3단계: 연습문제를 푼다. 어려운 건 바로 뛰어넘는다. (쉬운 과제와 어려운 과제를 분리하면 효율적)
4단계: 어려운 문제는 충분히 고민하고 해설지를 본다.
5단계: 어떤 연결고리를 못 떠올렸는지 찾는다. 그 부분만 표시해두고 복습한다.
이렇게 계획하면 '지금 할 일'은 무엇이고, '다음에 할 일'은 무엇인지 명확해진다. 쓸데없는 행동이 적어지고, 우왕좌왕하다가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이렇게 계획은 나눌수록 좋다는 것이 '나누기 이론'이다.
더 쪼갤 수도 있다. 마지막 5단계를 이렇게 나눠보자.
1) 해설을 읽는다.
2) 해설이 몇 개의 논리로 이루어져 있는지 구분한다.
3) 나에게 익숙한 논리는 읽고 넘긴다.
4) 익숙하지 않은 논리를 표시한다.
5) 왜 익숙하지 않은지, 예제에서 나온 논리와 어떻게 다른지 고민한다.
6) 고민의 결과물을 메모한다.
7) 수능특강 전체에서 그렇게 메모한 것을 모두 모은다.
8) 수능 전까지 복습하면서 익숙하게 만든다.
나는 이렇게 계획을 짠다. 이 정도로 계획을 짜놓으면, 그냥 정해진 길만 따라가면 성적이 올라 있는 상태가 된다. (당연히 애초에 계획을 잘 짜야 한다)
물론 말처럼 쉬운 과정은 아니다. 어떤 순서가 효율적인지 알아야(순서감각) 계획을 적절하게 쪼개고 배치할 수 있다. 공부법은 계획을 잘 짜기 위해 배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간단한 일이라도 본격적으로 몰입하기에 앞서 계획을 나눈다. 1시간 공부하기 전 10분 동안 계획을 짜더라도 아깝지 않다. 차분하게 10분 정도 시간을 들이면 효율이 2배로 높아진다.
작년에 책을 쓸 일이 있었다. 백지에다가 내 생각만으로 A4 100페이지 이상을 채우는 건 고통스럽다. "오늘 계획: 책 10페이지 쓰기"라고 계획했다면 결코 완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책 집필을 6단계로 쪼갰다. 1) 큰 목차 쓰기 2) 작은 목차 쓰기 3) 각 목차에 들어갈 내용 한 문장으로 요약하기 4) 그 내용에 근거/예시 붙이기 5) 논리적인지 확인하기 6) 가독성 확인하기
이렇게 계획을 짜면, 지금 당장 할 일이 분명해진다. "아, 뭐 쓰지. 막막하네"가 아니라 "큰 목차는 몇 개로 할까?" 이렇게 고민의 대상이 명확해진다. 이 다음에는 뭘 해야 할지도 알고, 책 집필에 총 얼마나 걸릴지도 대략 예측할 수 있다.
많은 호응을 받았던 기출분석 칼럼의 본질도 이것이다. 단지 '기출을 분석한다'라고 알려진 시중의 개념을 3단계로 나눈 것이다. 그래서 더 실천하기 쉬워졌고, 학생들이 직접 기출분석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 원리를 오늘 설명한 것이다.
기출분석의 3단계 과정: https://orbi.kr/00063987828
내 칼럼이 처음이라면 낯설게 느낄 수 있다. 지금까지 계속 따라온 학생이라면 이제는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것이다. 이런 지식이 하나씩 모였을 때 제대로 된 노력을 할 수 있다.
벌써 9월이다. 모두가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 똑같이 노력만 한다면 등급을 겨우 유지할 뿐이다. 등급을 올리려면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가장 빠른 길은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내가 미리 고민해놓은 결과물을 훔쳐서 사용하면 좋겠다.
늦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도 된다. 공부법에 늦은 건 없다. 원래 지도는 도착하기 직전까지 보는 것이다. 늦었다고 지도를 외면하면 잘못된 곳으로 갈 수도 있다.
무슨 칼럼부터 읽을지 모르겠다면, 이것을 강력추천한다.
내가 사고법을 바꾼 과정: https://orbi/medchan19/223034590100
지금부터 어떻게 공부할지 틀을 잡아줄 것이다.
오늘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힘들텐데 조금만 더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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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정상화 시킬거 같은데 메디컬학과들이 사탐을 반길리 없음
세줄요약)
1.계획을 뭉탱이로 짜지 말고
2.계획에 필요한 행동을 동강동강내서 그 행동을 계획하자
3.ex) 메이플 2시간 사냥하기 X
-> i) 사냥하면서 볼 유튜브 고르기
ii) 사냥할 자리 찾기
iii) 사냥할 빌드 짜기
iv) 사냥하기
비유 좋네요 ㅎㅎ
얘는
아르테일 꿀잼
화스 기대 중
전 잘하고 있던 거군요! 힘내볼게요! 매번 감사합니다!
제가 강박이 있어서공부를 할때 항상 메뉴얼을 짜두고 그것대로 공부를 하는데 제 과외선생님은 왜 그러냐고 다 쓸데없는 짓이고 공부에 그런 것이 어디있냐고 그냥 암기하면 되는데라고 말씀하시던데 역시 메뉴얼 대로 하는게 좋죠?
메뉴얼이 어떤 것인가요?
수학 문제를 푼다고 하면
1.문제풀기
2. 문제를 풀다가 안풀리는 것들은 5분정도 고민하기
3. 안풀리면 바로 답지보기
4. 답지덮고 다시 한번 풀고 넘어가기
이런 식으로 메뉴얼을 짜두고 공부해요
물론 답지볼때 어떤식으로 답지를 보고 어떤식으로 피드백을 해야하는지 막막함이 있는데 제가 노베이스라서 그냥 아 이렇게 푸는구나 하고 넘어갑니다..
왜 쓸데없는 짓이라고 하셨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전에 "이런 순서로 공부해야지"라고 생각하면 비효율이 줄어듭니다. 잘 하고 계세요.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칼럼들 종종 읽는데 도움 많이 되는 내용들 같아요
단계별로 쪼개고 거기서 자기가 필요한 단계를 능동적으로 해나가자/그리고 복습법 칼럼에서처럼 개념을 완벽히 이런 강박에서 벗어나면 역시 계획 수립에 도움이 된다. 여기까진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계획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세우라는건지 헷갈리는데요
해야할일+ 꼭 어떤 분량을 완벽히 비효율적으로 하지말고 나에게 필요한것들을 단계를 나누어 한다. 이정도로 이해하면 될까요?
오늘 할 일과 분량을 정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본격적으로 뭔가를 하기 전에 머릿속으로 "A->B->C->D 순서로 해야지"라고 더 생각하면 좋습니다. 아침에 계획짤 때는 무엇을 얼마나 할지 정하고, 특정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저런 과정을 머릿속으로 더 하면 좋겠습니다.
글에 맞지 않는 질문같아 좀 죄송한데요 답해주시기 어려운 부분이면 그냥 안해주셔도 됩니다. 글쓴이님이 특정과목 강사가 아니니까요..
1.제가 수학4-5등급 (9-10번 난이도부터 좀 막히고 그 뒤는 거의 못품) 인데요
현재 마플 교과서라는 유형서를 푸는중입니다.
수1수2는 기초개념 정도는 아는 상태라 해당책을 능동적으로 예제부터 풀어보며 진행을 하고싶었는데요. 문제는 안풀려서 막혀서 해설지를 보면 이해하는데 시간이 너무 걸립니다.
심지어 극한쪽 단원은 아다르고 어다르고 느낌때문에 한번 막힌 문제는 해설지를 봐도 이해도 못하겠고요
이런 상황에서 차라리 강의가 있는 쉬운 기출 문제집을 강의를 선별적으로 들으며 그후 수특을 바로 푸는 순으로 선회를 하고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데,
수학은 유형문제집 정도 푸는것까지 익혀야하는 과목이라고 알고 시작한거라 갈등이 큽니다.
2.제가 생1이 2월달쯤에 개념인강을 2회 시청을 무식하게 했고, 개념을 많이 까먹었으나 책을 보면서 혼자 이해할 수준은 된것같아 좀 고통스럽더라도 기출문제집에 갖다박으면서 어떻게든 해볼 생각입니다
그러나 지1 미적은 아예 한적도 없는노베인데요..
미적 과탐은 지금 시점에서 아예 할게 못되는 수준일까요....
수학은 말씀하신대로 기출 강의를 선별적으로 듣는 게 좋아보입니다. 나머지 과목은 무슨 질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답변해주셔서 감사해요.
두번째 질문은 제가 시간은 없는데 해놓은건 없어서 이과를 못가게 생기니 횡설수설 한것같습니다.
지금은 문과 가기로 해서 해결이 되었습니다.
아무튼 지금은 단원별로 강의가 있는 기출문제집을 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궁금한점이 하나 있습니다.유형문제집(쎈 마플등)이런걸 4-5등급 학생들이 많이 풀잖아요.
이런 책을 공부할때 해설이 이해가 안되는(모르는 개념이 나왔거나,논리를 이해를 못할때)문제를 만났을때 어떻게 해결을 하는게 좋나요?
아니면 애초에 이 등급대에서 혼자서 쎈같은걸 푸는것이 별로인가요?
해설이 이해가 안되는 건 어려운 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단 그런 건 4~5등급일 때 뛰어넘어도 됩니다. 쉬운 문제를 많이 봐서 논리가 익숙해지면 그런 문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직접 풀어내는 건 별개지만) 쉬운 문제도 해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강의나 수업의 도움을 받아야합니다.
그저 빛 그는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