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몬 [408453] · MS 2017 · 쪽지

2023-04-01 10:58:03
조회수 10,681

9등급에서 1등급 된 사람이 자주 듣던 질문 & 답변 모음

게시글 주소: https://market.orbi.kr/00062572374



안녕하세요

중고등학교 내내 7~9등급으로 학교를 다니다 (심지어 학교도 직업학교) 졸업 후 공부 시작하여,

이과 수학 가형 1등급까지 달성하고, 수학전공까지 끝낸 우석몬입니다.


오늘은 제가 자주 듣던 질문에 대해 글을 작성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시작 해보겠습니다.




1. 공부를 시작한 이유 & 계기

고등학생 시절, 저는 공부를 아예 안했기 때문에 학교가 끝나면 바로 알바를 하러 갔습니다.

알바를 해보신분은 아시겠지만 한달 동안 일하고 받는 월급이 '학생 기준'에선 꽤나 컸습니다.

그 시절에 그런 큰 돈을 받고, 제가 쓰고 싶은대로 쓸 수 있으니 알바를 계속 해나갔습니다.



그리고 졸업한 직후 제가 벌던 돈은 '큰 돈'이 아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위에도 작성했지만 '학생 기준'에서 큰 돈이었지, 일반 사회로 나오면 알바로 월급 버는게 얼마나 크겠어요!



그 때 생각이 들더군요. '음..? 난 뭐 해야하지? 나도 어른이 되면 큰 성공을 하고 싶은데..',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있던 때와 달리 성인이 된 후 '더 이상 학생이라는 보호막이 없어진 기분'이란 생각이 크게 들었고, 미래를 위해 뭔가를 해야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할줄 아는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고등학교 졸업때까지 해본거라곤 '알바'가 전부. 그리고 꼬박꼬박 다니던 학교. 경험이 부족한 나이고, 실제로 다른 경험이 없었던 저는 선택할 수 있는 폭이 굉장히 좁았습니다.

지금 같은 사회면 인터넷에 정보도 많고, 이것 저것 찾아보고 도전 해볼텐데 그 때는 정보가 만연히 깔려있지도 않았으니깐요. 저에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딱 하나. 그래도 학교 다니면서 '공부'하는 애들을 많이 봤었기 때문에 단순 공부를 선택 했습니다.

'나도 공부해서 성공해야겠다' 이 마음 하나를 가지고 공부를 시작하였지요.



지금 생각하며 느끼는건 '무식하면 용감하다'란 표현이 정말 맞는 말이었습니다. 해본적이 없으니깐 하기만 하면 잘 할줄 알았거든요. 그 자신감의 원천은 알바였어요. 알바도 하기만 하면 되니까 공부도 그럴줄 알았습니다.

그 마음, 열정 하나 가지고 머리를 삭발하게 됩니다. 핸드폰을 해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공부를 시작 하였습니다.



이게 제가 공부를 시작한 계기와 이유입니다.



2. 학창 시절에 진짜 공부 아예 안한거 맞냐? 그래도 조금은 했던거 아니냐?

(이 질문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최근 본인의 성적이 엄청난 도약을 이뤄낸것처럼 쓰면서,

알고 봤더니 특목고, 알고 봤더니 자사고, 알고 봤더니 주작 등 이런 경우가 많아서 그런것 같습니다.

충분한 검증을 통해서 믿음을 갖는 것. 전 참 좋은 과정이라고 봅니다.)


어쨌든 제 케이스에 대해 작성 해볼게요.


맞습니다. 초등학생 때 까진 했어요.



근데 중학교 1학년 되는 순간부터 공부를 아예 안했어요. 그리고 중1~중3은 내신 93% (비율로 봤을 때 100명중 93등)으로 졸업하였고, 인문계에 진학하게 됩니다. 공부도 안하는데 인문계를 왜 갔는지 가서 잠만 자다가 결국 '직업 학교'로 빠지게 되었고, 거기선 국어, 영어, 수학은 아예 가르치지도 않았었지요.



그렇게 직업 학교를 다니다 수능을 칩니다. 부모님은 수능 치는것마저 반대하셨어요. 어차피 공부도 안하는데 왜 수능을 치냐고 ! 저는 부모님께 찍어서 올 3등급 나오면 서울대 가야지! 라고 답하고 시험을 쳤습니다.



보기 좋게 올 9등급 나왔습니다. 이게 제 실력이 맞다고 봐요. 저는 남들 다 하는 수학 1번도 풀줄 몰랐으니깐요.

그럼 수능은 왜 봤냐? 남들 다 하는거니까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수능보면 수험표로 할인 받을 수도 있었고..ㅎㅎ



3. 처음에 공부할 때 막막하지 않았냐, 아예 안해봤으면 쉽지 않았을텐데..?

매우 막막했습니다. 공부를 해본적이 없으니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몰랐지요. 그 때 수만휘에 국어 공부법, 영어 공부법 등 이것 저것 많이 검색 했었습니다. 그리고 저한테 맞는 공부법을 찾아야된다 생각했어요.

왜냐면 지금도 그렇지만 공부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본인들만의 공부법'이 있기 때문에 공통점도 있지만 차이점도 있거든요. (이건 이 글을 읽는 수험생분들한테도 도움 될 만한 이야기인것 같습니다.)


그럼 학원은 안 들어갔냐? 네 처음엔 못 들어갔습니다. 20살에 중학교 1학년것도 모르는데 어느 학원에서 받아줍니까! 일단 학원을 들어가려면 최소 고등학교것까지 조금은 해놔야 갈 수 있었어요. 그리고 나중에 3등급을 달성한 후 학원에 잠깐 다니긴 했었습니다.



4. 포기하고 싶지 않았냐, 어떻게 버텼냐?

한번씩 멘탈이 나가는날이 있었어요. 그 당시 순수 공부시간 하루에 10시간 이상 (핸드폰, 노트북도 없이 다녔어요)을 매일 매일 했고, 충분히 시간이 지나고 양이 쌓였다고 생각하는데 모의고사를 치면 박살나더라구요. 3등급에서 올라가지 않았을 때 정말 막막 했었는데, 버틴 이유는 딱 하나였습니다. 이미 9등급에서 3등급까지 올릴 정도로 시간을 많이 쏟았기 때문에 포기 할 수가 없었습니다. 도전한 시간과 제 노력이 너무 컸거든요. 그래서 계속 밀고 나갔던것 같아요.




5. 왜 수많은 과목중에 수학을 전공하게 됐냐? 과학도 있고, 국어 영어 등 많은데?

전 수학이 가장 좋았고, 재미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학 강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수학전공을 선택한것 같아요.



6. 공부는 재능이냐 노력이냐? 너도 공부를 안해서 그렇지 재능이 있던거 아니냐?

공부는 노력만 하면 누구나 성적이 오르리라 생각 했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제가 과외하면서 완전히 바꼈어요.

저는 수학 전공을 하면서 1년에 30~40명씩 과외 했었습니다. 그리고 느낀점은 공부는 재능의 영역이 더 크다고 느꼈습니다.



똑같이 가르쳐도 1시간에 진도를 30페이지씩 빼도 이해하는 학생과 1시간에 10페이지 겨우 나가는 학생이 있었으니깐요. 이미 거기서부터 차이가 매우 크다고 봅니다. 전자의 학생은 본인이 받아들이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숙제도 수월히 하고 더 깊게 생각하는데, 후자의 경우는 숙제도 오래걸리고, 수업때 진도 빼는데도 아주 오래 걸리더군요.



하지만 아주 다행히도 재능만 있어서 공부를 잘 하진 못합니다. 노력이 반드시 따라줘야합니다.

그리고 재능이 조금 부족해도 노력으로 따라잡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들어) 재능 90+노력10 <<<< 재능 70 + 노력 70

이런 느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정리하자면 제가 생각했을땐 공부는 '재능의 영역'이 더 크지만 재능만으론 절대 성적이 나오지 않습니다.




7. 그럼 니가 볼 때 몇등급까지는 노력만으로 커버가 가능하냐?

정말 극 소수의 재능이 0인 학생들 빼고는(한 50명중 1명정도 만난것 같습니다.) 제가 볼땐 3~4등급까지는 노력하면 갈 수 있어요. 근데 3~4등급까지 가는 이 시간 조차도 차이가 나겠지요.

똑같은 노력해도 누구는 1년만에 3~4등급이 되는가 하면, 누구는 6개월만에 3~4등급이 되기도 할테니깐요.




8. 그래도 '수능' 1등급까지는 '재능'없이 '노력'만으로 된다던데?

재능이 필요한건 대학 진학 후 연구할 때 필요한거라던데?

거짓말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 했었는데, 진짜 '하위권 학생들'을 많이 안 가르쳐봐서 그럴겁니다.

저는 타이틀 자체가 9등급에서 1등급 찍은 사람이기에 하위권 학생들을 정말 많이 가르쳐봤고, 그 결과 도출된 값입니다.



애초에 입시는 상대 평가지요. 상대 평가에서 재능이 안 들어가는 영역이 있을까요?

예체능은 재능의 영역이 크다고 하면 다 인정하는데, 공부는 왜 인정 안하는지 모르겠습니다.



1년에 수능을 약 40~50만명이 봅니다. 노력만으로 순위가 매겨진다는것 자체가 말이 안돼요.



1등은 노력을 그럼 제일 많이 했을까요? 2등은요? 3등도요?

'재능'+노력이란걸 잊지 말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재능이라고 하면 노력을 깎아먹는다 생각하는데 잘못된 생각이에요. 재능이 있어도 노력이 동반됨을 다들 인정합니다.



예를들어 운동 능력이 뛰어난 선수가 있다고 했을때, 그 선수는 훈련을 안했을까요? 재능이 있어도 말도 안되게 힘든 훈련을 버틴다는건 저희가 다 알지 않나요? 공부도 이와 같습니다.



더 나아가선 노력하는 양도 '재능'으로 취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9. 그럼 수능까진 노력만으로 커버된다는 말은 왜 나왔다고 생각하냐?

저는 이 이유를 몇가지로 추릴 수 있을것 같습니다.


1) 열심히 하는 학생들에게 현실을 이야기하면 너무 씁쓸해서

2) 실제로 노력만으로 커버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본인은 노력했더니 성적이 올랐다 -> 아 노력만으로 가능하다라는 결과값 도출)

3) 선생님 / 강사들한테 낚였거나 사회에서도 계속 저렇게 말하니 나도 모르게 선동.




10. 그럼 재능이 없으면 공부를 안해야하냐?

재능이 아예 없다면 공부를 안하는게 더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위에도 작성했지만 재능이 아예 없는게 아니라면 노력으로 커버칠 수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판단을 잘 하셔야해요. (재능이 있는 학생들보다 더 많이 해야겠죠)



이 말씀을 드리면서 걱정되는 것 중 하나는

'그럼 본인이 재능이 있냐? 없냐?'를 어떻게 판단 할 것이냐! 입니다.



본인이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하루, 이틀, 일주일, 한달 정도 해서 판단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정말 피가나는 노력을 반복해서 몇개월을 이뤄내고, 그 이후에 판단하십시오. 그게 맞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6~11번은 재능과 노력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그 동안 많이 질문 받았던 내용들이라 작성해봅니다.

글이 길어서 1편은 이 정도까지만 작성하고, 반응이 좋다면 2편도 올려볼게요.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