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133120] · MS 2018 · 쪽지

2014-12-29 17:51:43
조회수 10,114

장이지 - 담벼락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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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하늘이 구부러진다

창문을 열면 나지막한 담벼락이 있고
담벼락 고양이가
실내를 들여다보고 있다
어디선가 독을 먹고 와서는
구부러진 실내를 들여다보고 있다
손을 써볼 수도 없다
왜 그러느냐고 묻고 싶지만
고통도 잊은 듯 고요한 눈빛
언제나 마른 멸치를 얻어 먹던
담벼락에 나타나서는
고요한 눈빛
담장이 휘고 휘어서 달리면
오 분 거리의 피안에 
너는 가서 눕게 되고
어디선가 어미 고양이가 와서
네 검은 휴식의 곁에 앉아
가만히 털을 골라주겠지
담벼락 죽음이 구부러진다
-혼자만의 집에서 멸치를 다듬으며
어쩌면 반인간의 시를 써야 했는지 
모른다고 자책한다. 누구의 행복을 위해
나는 시를 쓴 걸까
계절은 버찌가 익을 무렵,
베란다에 으깨진 버찌
고양이 발자국의 꽃잎
-너는 원망하다 죽었을까
마음이 편해지자고 드는 생각인지 몰라도
마치 네가 인사를 하러 온 것 같아
마지막 숨을 뱉을 때엔 나도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작별을 고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아직 사랑해도 되지?
혼잣말이 고양이 등처럼 휘어서
실내가 흰 빛으로 부푸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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