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ckkasten [407487] · MS 2012 · 쪽지

2014-12-01 02:43:32
조회수 6,305

삼수 망한 자의 푸념(부제 : 설상가상, 멘붕)

게시글 주소: https://market.orbi.kr/0005140759

우리집 경제 사정이 나쁜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나쁜 줄은 몰랐다...

 

 

 그리고 아버지 건강이 확실히 안좋으신가보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난 수능 망해서 정신적으로 너무 고통스러웠는데, 집 안 사정도 이렇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진짜... 생각하는 것조차 두렵다. 그냥 다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자다가 땀 뻘뻘 흘리면서 "아 악몽이었구나." 이 한 마디를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으면 좋겠다.

 

 

 재수 삼수... 멘탈도 망가지고 몸도 망가지고, 결국 원하는 건 손에 넣지도 못하고... 부모님이랑 할머니는 안좋은 환경에서도 나 지원해주시려고, 없는 돈 만들어서 서울 올려보냈는데, 얼마나 착잡하실까. 힘든 환경에서 자식이라도 잘됐으면 그래도 다행이라는 마음을 가지셨을텐데...

 

 

 그냥 재수 삼수하지 말고 대학가서, 군대에 갔어야 했나보다...

 

 

 하... 모르겠다 진짜 그냥 생각 뿐만 아니라, 나라는 인간이 존재하고 있다는, 그리고 내가 버텨야한다는 사실조차 너무 버겁기만하다. 그냥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내가 왜 이런 비탄을 안고 살아가야하는가...

 그냥 하고 싶은 거 하고 싶었을 뿐인데... 이렇게 힘들 바에 차라리, 어렸을 때처럼 욕심 없이 쓰레기처럼 살아가도 고통이 없었다면 차라리 좀 나았을텐데... 

 

 

 배부른 투정이라는 거 잘 안다. 진짜 나보다 더 힘든 환경에 처한 사람이 많다는 것도 당연히 알고. 그런데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고 너무나도 괴롭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 글쓰기 모두 그냥 커다란 사치였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방법은 얼른 취직해서 돈 버는 건데, 하... 모르겠다. 내가 현실 감각이 없는 건진 몰라도 그건 너무 싫다. 너무 싫다 진짜 너무 싫다.

 

 

 아버지가 너도 얼른 가정 꾸리고 행복하게 살라고 하셨는데, 전혀. 행복하기는 무슨, 그렇게 돈 때문에 고통스러워 하시면서... 물론 행복하시기야 하겠지만...

 

 

 내가 장난처럼 결혼 안한다고 자주 말을 하는데, 난 진짜 안할거다. 나라는 인간 하나도 이렇게 버티기 힘든데, 내가 무슨 수로 아내와 자녀를 둔단 말인가. 그냥 이대로 살다가, 요절해버렸으면 좋겠다. 그런데 자살은 무섭다. 솔직히 그럴 용기도 없고... 더 웃긴건, 이렇게 부정적이고 우울한데도, 난 기독교인이라... 지옥을 믿기 때문에, 자살하면 가게 될까봐, 그것도 두려워서 그저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자살 같은 거 하면 부모님 가슴에 못 밖는 거라는 것 정도도 당연히 알고...

 

 

 그냥 어디서부터 내 인생이 꼬인지 모르겠다. 그냥 태어난 순간부터가 잘못이었을까...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둥글둥글맑은날 · 453877 · 14/12/01 02:48 · MS 2013

    수능 실패가 인생 실패는 아닙니다. 용기를 가지세요. 그리고 이왕 지금 당장 재도전하실 자신이 없으시면 군대라고 갔다오세요. 저 역시 4수 실패 후 군대에 억지로 갔다 온 경우인데, 오히려 그게 신의 한수가 되었습니다. 오히려 군생활 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느낀 것은 군대를 의무적으로 오는 사람도 있지만, 일종의 '도피처'처럼 오는 경우도 적잖이 많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해결해야할 부분이라면 머리라도 식힐 겸 군대에 갔다오세요. 군대 안에서도 대학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면 그 때부터 준비해도 절대 늦지 않습니다.

  • Somethin · 469218 · 14/12/01 02:49

    삼재 후 필복입니다.
    고3 재수 삼수 끝나고
    내년부터 작성자분에게는
    밝은 미래가 있을 거에요
    힘내세요

  • 하늘을감동시켜라 · 504806 · 14/12/01 02:58 · MS 2014

    선배님 안녕하세요 ! 이건 수능끝난 주 저의 모습과 다소 닮아서 저에게 쓰는 편지마냥 쓸게요. ㅎㅎ..
    많이 아팠죠? 하나님이 날 버렸나 싶고 내가 세상에서 젤 불운한 것 같고 비정규직 알바인생만 이제 지속될 것 같고 내가 필요없는 것 같고...근데 진짜 아니에요. 바깥만 나가봐도 공기는 맑고 달은 밝고 바람은 살랑이고 이모든게 지금 선배님의 순간을 위해 그 순간 그 모양새로 존재했던거에요! 수능은 결코 선배님의 가치를 매겨 줄 수는 없어요 진짜 열심히 했으면 그걸로 된거에요. 결과 상관없지 않아요. 하지만 죽어라 했는데 안됐다면 하나님이 다른 큰 뜻에 선배님을 쓰실 생각을 가지셨을 꺼에요! 행복은 고난 뒤에 숨어서 행복을 가지게 될 사람을 시험해본 후 나타난대요. 지금이 그 순간일거에요 분명히. 난 선배님이 이순간 또한 지난 후 생각지 못한 여정에서 달콤한 열매를 따먹을 수 있을걸 알아요. 진짜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에요 선배님은. 그니까 그만 괴롭혀도 되요 삼수아무나 하나요? 도전했다는것에 아름다웠고 지금 최악의 상황을 걷고 있다면 올라갈 계단만이 남아 그것보다 나아질 여건들만이 가득하다는 것이기도해요. 스스로를 난도질 하는 행동 그만했음 해요.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진심으로 아름다워요 지금 모습마저도. 도전했던 그 정신은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할 거에요. 물론 많은 것을 잃었지만 값진게 얻어졌다면 그걸로 이미 끝난 시험으로 인해 차고 넘치게 힘들었던 선배님을 감싸안아주세요..길고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당신이 소중한 걸 알아요 !앞길 또한 어두울 수 있고 흔들릴 수 있어도 청춘의 나이로 서있다는 것 자체로도 아름다워요 정말. 동정도 빈말도 아닌 진심으로 여기까지 달려와준 것, 앞으로 힘차게 행복해 줄 선배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 신의 가호가 선배님과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 소찡 · 515113 · 14/12/06 02:44 · MS 2014

    천사..

  • 하늘을감동시켜라 · 504806 · 14/12/06 09:13 · MS 2014

    어머나 애정해여..

  • 아스트룸 · 366081 · 14/12/01 04:21

    Bravo my life 봄여름가을겨울

  • 아스트룸 · 366081 · 14/12/01 04:21

    Bravo my life 봄여름가을겨울

  • 아스트룸 · 366081 · 14/12/01 04:21

    Bravo my life 봄여름가을겨울

  • 그불구 · 476145 · 14/12/01 04:42 · MS 2013

    화이팅하세요! 힘들어도 버텨주세요

  • 맛동산중독자 · 492691 · 14/12/01 05:16 · MS 2014

    이것은 연단일 뿐입니다
    힘내시고 군대 갔다와서 수능준비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좌절하지 마시기바랍니다

  • Guckkasten · 407487 · 14/12/02 23:33 · MS 2012

    그냥 푸념식으로 쓴건데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