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에 관하여
2학기가 개강하고, 새로 나온 과잠바를 더운 날씨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억지로 입고 다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밤에는 과잠바를 입어도 쌀쌀할 정도의 날씨가 되어버렸습니다. 부쩍 쌀쌀해진 날씨는 지난 2년 간 저에게는 수능이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하는 날씨였음을 고3, 재수생 후배들의 걱정 섞인 전화를 통해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고, 대학에 입학한 후 한 번도 접속하지 않았던 오르비에 접속해 보니 수능을 앞두고 걱정이 많은 친구들이 많이 보여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서울에 있는 S외고를 나왔습니다. 외고.. 별 것도 없는데 참 눈이 높아지곤 합니다. 주변에 상위권 친구들이 많으니 자연스럽게 ‘나도 이 정도 학교를 다녔으면 이 정도 학교는 가야지’라며 스스로의 눈도 높아지고, 주변의 기대치에 따른 부담감으로 인해 막연한 목표만을 추구하다가 입시에 실패했습니다.
괴로웠습니다. 세상을 다 가진듯한 기쁨으로 내년 계획을 세우고, 놀러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다행인 것은, 이 당시에 제가 단순한 부러움과 질투만을 느끼고 끝난 것이 아니라,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는 것입니다. 대다수의 친구들이 재수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던 시기에 저는 남들보다 부족했던 노력을 채울 수 있는 시기가 그 때라고 생각했고, 2013년 1년만큼은 기존의 내 스타일을 버리고 가장 힘들게 타이트하게 공부만 해보자는 결심으로 가장 엄격하다고 알려진 학원에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학원에 들어와서 가장 강렬했던 첫인상은 쟁쟁한 외고생들만 모여 있던 하이퍼반도, 가장 엄격하다고 소문난 학생과도, 스타강사 선생님들도 아니었습니다. 개별면담 때 저를 딱 보시더니 “눈빛이 탁하다. 너의 성공조건은 1년 간 이곳에서 공부하며 눈빛을 고치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던 담임 선생님이셨습니다. 말 한마디 안 해 본 분이 한 눈에 독한 면이 부족하고, 끈기가 없고, 목표의식이 뚜렷하지 않았던 저를 간파하는 것을 보고 ‘아, 올 한해는 정말 이 분을 믿고 따라가면 되겠구나’하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학창시절 내내 저는 선생님들과 그리 우호적인 학생이 아니었지만, 재수기간에는 제 자신이 놀라울 정도로 담임선생님을 믿고 따라왔습니다. 심리적으로 힘든 재수 기간에 누군가를 믿고 의지할 수 있었던 점은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수업시간, 자습시간에 툭툭 던져주시는 한 마디 한 마디를 새겨들었고, 몇 시간, 몇 일, 몇 주 뒤에는 항상 그 말들의 깊은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 나태해 질 때 마다 귀신같이 자극을 주셨고, 긴장할 때마다 이완의 시간을 항상 마련해 주셨습니다.
정말 학운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저의 학운은 우연히 선택한 학원에서 저의 담임선생님과 함께 재수 시절을 보낼 수 있었던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입시가 지속될수록, 공부는 스스로 해 나갈 수 있지만, 자기 관리는 더더욱 힘들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작년부터 올 해까지 계속 감사하다는 말을 드렸지만,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고, 올 해도 선생님께서 맡으신 제가 아끼는 후배들, 친구들에게도 제게 주셨던 도움들을 그대로 주시면서 노력의 결실을 맺게 해주시길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찬 바람이 느껴지는 이 맘 때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저의 담임선생님이 이 맘 때 쯤 주셨던 따듯한 차 한 잔과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안한 마음들을 삼키고 삼켜서 마음을 더욱 뜨겁게 만들어야 합니다. 자신의 마음이 1년 간 얼마나 뜨거웠는지는 스스로가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뜨겁게 달려왔다면 자신을 더욱 믿으세요. 1년 간 열정을 잃지 않고 여기까지 온 자신은 충분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2015 수능을 준비하시는 모든 분들! 입시가 끝나고 대학을 다니면 입시는 정말 삶의 작은 하나의 단계였고, 인생의 전부는 더더욱 아니었다는 생각 누구나 하시겠지만, 단 몇 일만큼은 인생의 전부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단단하게 공부하시고 나중에 2014년을 만족스럽게 돌아 볼 수 있는 결과 얻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백분위 기준 언매 95 미적 98 영어 2 과탐1 97 과탐2 95 이정도면...
-
예를 들어 가부장제를 반대하는 글을 썼던 사람이 능력주의를 반대하는 글을 썼다?...
-
얘네한테도 인민 어쩌구 하는 워딩이 허용이 됨?
-
블랭크나거나 1컷 75 이딴거 나오면 대혼돈임
-
사실 수능 충분히 적당한난이도로 낼 수 있는거아님? 1
모든 컨텐츠 다 갖고들어가시는데 등급컷 찾아보기만 하면 난도 조절은 껌아닌가 싶어요
-
대부분 2컷부터는 작년처럼 널널한거 같은데 아 근데 물1은 하나 틀리면 78인거...
-
빨더텅 수학 3
실모 풀려다가 생각해보니까 기출을 제대로 한적이 없는듯해서 빨더텅을 실모대신...
-
14회 2틀했는데 좀 쉬운거 같은데 14회 아니더라도 서바 난도 쉽나요?...
-
지금 현우진 풀커리 타면서 드릴 전권 다풀고 서바도 80점 중후반대 나오는데 이번...
-
27 30틀 기분이 째진다
-
숭배해야되는거 아닌가
-
메가스터디를 믿읍시다
-
응애 고3 ㅇㅈ 8
12시간의 벽은 쉽지 않아.
-
음
-
지랄탄젠트 꽤 어렵군요
-
근데 찍맞이 거진 6명이상되는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 ㅠㅠ
-
안녕하세요 독서칼럼에 진심인 타르코프스키입니다. 본론부터 들어가겠습니다. 사실...
-
평가원에서 발표한건가요 미적 96은 일단 1이긴 하겠죠?
-
별로 충격은 아니네.... 만점백분위 98에 2컷은 널널하잖아 한잔해
-
라는 역발상
-
Ebs 9모 중요도랑 수능중요도랑 큰 차이 없겠죠? 3
이감,유현주t 9모중요도 있는데 이거 토대로 좀 더 집중할 작품 골라도 되는지
-
거 46은 너무 높은 거 아니오
-
다들 애기들이라 물수능나오면 다른의미로 곡소리나옴
-
씹새끼들아 16 어케 푼거냐
-
이러면 내일 재미없어지는데 ㅇㅅㅇ..
-
84 88 92 추석 이후 수학 손 놓을 때 친 모의고사라 많이 절었음 중간중간...
-
성적표 받으신분 계신가
-
설마 물로 내시겠어?
-
대학 갈 수 있겠지..?
-
싶다 5
[생략됨]
-
하면 된다며 지구는 하면 된다며.... ㅠㅠㅠ
-
화1왜했지화1왜했지화1왜했지화1왜했지화1왜했지화1왜했지화1왜했지화1왜했지화1왜했지화1...
-
하..
-
아
-
실모를 워낙 많이 풀어재껴대서 고지자기 반감기 시선속도 허블법칙 이런걸론 이제 안됨...
-
ㅇㅇ
-
내년 수학 장재원 풀커리타려고 하는데요 옛날 사진은 12월부터 시작인데 대충 며칠...
-
미적 2틀이 2등급이려나 28,30틀린애들? 29는 틀리기 힘든문제라
-
오늘 아님? 9/30? 13만원 들어와야 되는데 왜 아직도 안 들어왔지 저만 안 들어왔어요?
-
이황이이
-
어디서보는거임요 ㅠㅠ
-
물화생지 수능날 작수난도로 나오면 걍 무조건 1컷 50일듯
-
지방러라 대학가서 대치동에서 한번더 도전하고싶은데 07붕이라 재수...?(사실상...
-
전과목풀모+수학벅벅드가자아 제발이겨야한다
-
근데 ㄹㅇ로 미적 1컷 93 생1 1컷 46 이상 12
가능성 있는듯... 주변에 애들 보니까 미적 생1 92점 45점 이상 널렸던데
-
작년인가 재작년 연계였는데 재탕 심하다
이제 2주밖에 남지않은수능 긴장되고 응원글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확실히 학교선생님들 보다는 같이 오랫동안 같이지내는 재종반 담임샘들이 편하긴한거같아요
재수하실때 좋은선생님을 만나신거같아 부럽구 모든 n수생분들 화ㅇ팅합시다!!ㅎㅎ
2012학년도 수능부터 2013, 2014학년도까지 세 번이나 수능을 본 학생입니다. 다행히 올해는 보지 않지만, 이맘때가 되니 기분이 이상해요 ㅋㅋㅋㅋ
저는 수능을 안보지만 동생도 하이퍼에서 재수해서 올해 시험보는데 이렇게 정리해놓은 격려글 보여주려구요!
응원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