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업)올해 평가원 백분위 고정 100의 수능 국어에 대한 생각
“노력의 배신”
이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을듯 합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기존에 책을 많이 읽었다던지 다양한 텍스트를 많이 접하며 절대적인 피지컬을 키운 사람들은 기대한 만큼 혹은 그 이상의 결과를 얻었을 것이지만, 대부분의 강사가 가르치는 글의 구조, 문장간의 연결 등에 치중했던 수험생들은 정말 치열하게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실망스러운 결과를 받아들였을지도 모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해 수능 국어는 잘못된 시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처럼 출제하는 방식이 평가원이 지양해야 하는 바는 아닙니다. 충분히 이런 방식으로 낼 수 있죠. 하지만 최소한 6월, 9월을 통해 예고는 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6월과 9월에 이렇게 짧고 농밀한 지문들을 출제했다면 노력을 통해 대비할 수 있었겠죠. 수능 시험은 재능도 재능이지만 노력한 사람이 보상받아야 하는 시스템이어야 하고, 6월과 9월에 미리 예고했다면 노력을 통해 어느정도 대비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평가원은 기존의 출제 유형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수능 독서를 출제했고, 평가원이 보여줬던 기출들을 성실하게 학습했던 수험생들에게 좌절과 절망을 안겨줬습니다. 열심히 노력했던 수험생들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재능과 배경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좋은 점수를 받는 시험이었습니다. 이런 식의 기습적인 출제는 수험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만 안겨줄 뿐입니다.
올해 첫번째 헤겔 지문이 리트식 출제에 표본이었습니다. 글이 읽히긴 읽히는데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겠고, 선지가 정말 하나하나 농밀해서 지문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는게 아니고, 엄밀하게 이해해서 추론할 수 있어야 풀어낼 수 있는 문제들이었습니다.
두번째 경제지문의 보기문제는 아직 복기해보진 않았지만, 현장에서 풀때는 “이걸 어떻게 배경지식 없이 풀어”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이 늘고 수입이 줄어든다’ 는 배경지식이 있어야 풀 수 있었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복기해보지 않아서 확실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지문에 다른 힌트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기술지문은 매우 짧은 지문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빡빡했습니다. 전 이 지문을 현장에서 한번에 이해하지 못했고, 많은 시간을 들여(어휘 제외 3문제짜리 지문임에도 10분을 넘게 썼습니다) 이해하고 이해가 안된 부분은 찾아풀기도 했던것 같습니다.
문학에서도 ‘노력의 배신’의 양상이 나타나는데, 핵심은 EBS 무용론입니다. 연계가 가장 중요했던 현대소설은 비연계로 출제되었고, 거산호2, 박태보전 등 대부분이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또 내용상으로도 특별할 게 없는 작품들이 출제되면서 EBS 연계가 사실상 무의미했습니다. 주요 작품 중에서는 수능완성의 <탄궁가>가 출제됐는데, 역시 가장 중요한 부분인 귀신과의 대화 장면에서 문제가 나오지 않았습니다(해당 부분이 제시되긴 했으나 문제로 묻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결국은 원래 잘하던 사람이 잘할 수 밖에 없는 시험이었던 것입니다.
올해 점수가 생각보다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너무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대비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출제되었기 때문입니다. 혹시 한번 더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분이 계시다면 “해도 안된다” 라는 생각은 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올해 들인 노력만큼 이런 출제 유형에, 아니 국어 피지컬 쌓기에 집중한다면 얼마든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올해는 여러분이 부족한 것이 절대 아닙니다. 예고없이 출제한 평가원의 실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스스로에게 엄격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년동안 수험생활 하느라 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올해 9평은 만점 백분위가 99이므로 백분위가 99입니다. 6평과 수능(추정치)은 백분위가 100이고 6평때는 문학 한문제, 수능은 매체 한문제를 틀렸습니다. 올해 현역이었으므로 당연히 모두 현장응시입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의료법 제2조(의료인) ①이 법에서 “의료인”이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
그냥 라면 끓여먹을까 흐움
-
국어의 호흡 0
국어 독학서 좋아하는데 국어의 호흡 괜찮나요?
-
생방송 뉴스입니다
-
고려대 국제학부랑 한양대 인터칼리지(냥인칼 가면 융전갈 생각) 둘 다 되면 어디...
-
내 은테만들기가 센츄뱃보다 빨리 되도록!!! 맞팔부탁드립니당
-
메가 대성 통틀어서
-
저희 학교가 내신따기 빡센 곳이라 정시 준비하려고 하는데 고2때는 무슨 문제집들을...
-
오늘 술 ㄱ? 3
칭구들이 술 마시자는데 갈까,,, 어차피 오늘 6시까지 공부할건데
-
뭐가 나을까요? 문과는 서성한이라는 말이 있던데 맞나요?
-
새해 목표는 서울대 가기. 설옥설옥 5문제만 더 맞았다면 올해 갈 수 있었을텐데
-
왜 항상 0
에이 설마는 이루어지고 설마..?는 안 이루어질까
-
행복하세요!
-
문언독인데 푸는순서바꿔볼까요? 고일때부터 쭉 고집했음 문30 언20 독30쓰는데...
-
오랫동안 씻지 않아야 성적이 오른다는 말을 해야 될까..?
-
내 레전드 사회성으로 긱사생활 버틸 자신 없음.. 1인실 왜 없냐고
-
집에 계실텐데
-
더는 못기다리겠다 제발 좀
-
.
-
그만보내주세요ㅎ;
-
설약 설수의도 5
무조건 2하나 껴야되나요?
-
공부한애들 중에서는 전과목높 3 4or전과목 낮 2 3이 제일 많이 보임 14111...
-
ㅈㄴ무섭네 3
-
가르마하고 다니는데 겅부하면서 아침마다 손딜 하는거 너무 귀찮은데 그냥 덮머로 다닐까요
-
하품하는 개 25
그러하다
-
22-23시즌수열느낌으로내주면안되나
-
물2 생2 수능볼려고 하는데 메가스터디 컨텐츠만으로 대비하기는 어렵나요?
-
https://orbi.kr/00071400241 아니 왜 관심이 없지
-
책사고싶다 3
느리게읽으면 섹..스하..고싶..다
-
[즉석시] 눈맞춤 11
내 그대를 바라봄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입니다 당신은 그토록 빛나서 누구라도 쳐다보지...
-
돈까스 생각하며 버텼는데..
-
왜냐면 책이 진짜 넘사로 예쁨요 ㅋㅋㅋ 9평 사건은 안습이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도움...
-
오랜만에 안끊고 2시간째 보는중이에요
-
명동 교자 명동피자 제외 추천 부탁드려용
-
전 독서론 선택 문학 독서
-
교과나 학종으로 줄을 세웠는데 비교적 내신이 높던 지원자들이 최저를 못 맞춰 최저를...
-
개 쪼이네 진짜
-
근거기반 1
근거기반 정책결정 같은 게 태초에 불가능한 이유가, 컨설팅 하던 분 말씀도 그렇지만...
-
어떤 시험지가 더 어렵나요??? 경찰대 88점이면 확통 몇점정도 나올까요?
-
독서는 김동욱 일,취 하고 성적안오르거나 시간남으면 이원준쌤 브크, 기출문제집은...
-
팥붕,슈크림붕어빵 피자붕어빵, 짜장붕어빵 김치당면붕어빵,야채당면붕어빵...
-
이거 진짠가요 그래프 생각만 해도 올라오는데 미적을 끌고 가야하나
-
작년 6평부터 22번에 수열을 내는 이유가 뭘까요? 전 뭔가 공통의 꽃이었던 번호가...
-
나 자신에게 건네는 말
-
괜찮아 문장만 수강하고 넘어갈 수 있는 난이도 인가요
-
머리가 아파 1
으악
-
석박지를 넣어 끓인 크림스프+밥 크림스프의 느끼한 맛을 석박지가 잡아주어서 맛이...
-
개비싸네
-
쿨뷰미눈나들이 길물어봄 ㅋ
걍 이런사람도 틀려버린 '매체' ㄹㅇ ㅋㅋ
40번이었나 41번이었나.. 그 '시험삼아'에 집착하다가 틀렸던 기억이...
와 국어 갓이네 뭐야
사실 국어덕분에 대학가는것인..
앞으로 수능이 어떻게 나올지... 작년처럼 나온다면 진짜 수험생부담이 더 커질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