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수능 생윤, 윤사 간단한 총평
먼저 모든 수험생 여러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노력한 만큼의 성과가 있었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두 과목 모두 시험지는 어제 저녁에 이미 다 풀어 봤지만,
오르비 서버의 폭주로 인해 평을 그때 남기지 못하고……
늦게나마 이렇게 글을 남겨 봅니다.
두 과목 종합 평
윤리 과목에서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방법으로 통상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1. 선지의 해석 및 판단 과정에서 해당 사상가의 특정 개념의 정의나 체계를 정확히 알아야 하게끔 만든다.
2. 선지를 양화 문장으로 만들어, 판단 과정에서 해당 사상가에 스스로 이입하여 사례/반례를 찾거나 사례/반례의 부존재를 증명하게끔 만든다.
3. 지문으로 매우 낯선 글을 사용하거나, 교육 과정 내 여러 사상가 중 누구의 글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교묘한 글을 사용한다.
4. 지문의 정보를 활용해야 풀 수 있는 추론형 선지를 제시한다.
5. 생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운, 교과서나 연계 교재 한편에 적혀 있는 숨은 소재를 활용한다.
이 중에서 3은 사실 안 쓰인 지 좀 오래됐습니다.
이번 수능에서도 생윤, 윤사 두 과목 모두 딱히 3이 쓰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번 도덕·윤리과 수능은 1, 2, 4, 5를 모두 활용한,
간만에 나타난 고차원적 시험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생활과 윤리
생윤은 여태 2에 상당히 많이 의존해 오면서, 특히 자연과 윤리 단원에서 도덕적 고려 대상에 대한 집합론적 사고를 요구하면서 킬러 문항들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양상이 꽤나 다름을 넘어서 심지어 집합론적 사고에 근거해 선지 풀이를 단순히 암기해 오던 학생들을 제대로 저격했습니다.
14번 자연과 윤리 문항에서는 칸트의 사상 체계 내에서 독립적 가치, 내재적 가치란 그 가치 소유자의 존엄성에 근거해 발생하며, 존엄성이란 도덕 법칙을 입법하고 따를 수 있는 능력, 즉 이성에 근거한다는 점을 명확히 알고 있어야 풀 수 있는 문항이었습니다. 그런 소재를 ㄴ, ㄷ 두 선지에서 활용하면서 소거법 사용의 여지도 최소화했군요. 사상 체계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소홀히 하는 수험생이 윤사에 비해 많은 생윤의 과목 특성을 평가원이 정말 잘 공략한 것 같습니다. 그것도 단순히 지엽적인 방식이 아니라, 본질을 건드리는 방식으로 말이죠.
심지어 많은 학생을 오답으로 이끈 14번 ㄷ의 경우, '쾌락도 고통도 전혀 느낄 수 없지만 이성 능력은 충분한 불감증·무통증 환자가 있다면, (칸트의 입장에서) 그의 도덕적 지위를 인정해야 할까?'라는 사고 실험을 한 번이라도 해 본 학생들에게 매우 유리하게 풀리는 선지입니다. 그런 사고를 한 번이라도 해 봤으면, 칸트가 쾌고 감수 능력을 도덕적 지위와 본질적으로는 별개로 취급할 것이라는 결론에 쉽게 도달했을 테니까요. 그리고 그런 사고 실험이야말로 생활과 윤리 과목의 본질인 '이론 윤리의 응용과 실천'에 정녕 부합하는 활동입니다. 결국 14번 문항은 1의 방법으로 단순히 난도만 높인 것이 아니라 교육적 가치까지 담고 있는 것입니다. 실로 잘 만들어진 문항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0번 분배 정의 문항에서는 롤스 차등 원칙의 수립 배경, 소유권 문제(평등한 자유의 원칙 관련) 등을 잘 알고 있어야 무탈히 ㄴ, ㄹ을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ㄷ의 "기본적 자유는 절대적"이라는 부분은 기본적 자유의 제약 가능 조건이라는, 널리 알려진 교과 외 내용으로도 판단할 수 있겠습니다만, "기본적 자유들은 서로 상충할 수 있기에 조정되어야 하지만"이라는 롤스 지문으로부터 추론하여 풀 수 있게끔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10번 문항에서는 1, 4의 방법이 조화를 이루어 킬러를 만들어 낸 느낌이네요.
10번, 14번 두 문항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1, 2, 4, 5의 방법들이 고루 쓰였습니다. 다만 보통은 소거법으로 정답을 찾을 수 있는 형태로 제시되어서 '폭탄처럼 어렵다.'라는 느낌까지는 들지 않았습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아무튼 간만에 난이도와 교과적 가치를 모두 챙긴 시험이라는 생각입니다.
윤리와 사상
윤사는 정말 '4년 연속 1컷 50을 방지하기 위한 평가원의 작전 성공'(드디어!!!)이라는 평이 가장 잘 들어맞을 것 같습니다. 평가원 입장에서는 윤사 난이도에 대해 고민이 심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 수능에서 꽤나 어려운 문제를 한두 개 넣어 봤지만 1컷이 낮아지지는 않았기 때문에, 난도를 대폭 올려야 하기는 하겠는데, 그러다가 중하위권을 변별하지 못하는 사태가 생기면 곤란하니까요. 결국 올해 수능이 중하위권을 잘 변별해 냈을지는 모르겠는데, 상위권은 잘 변별해 낸 듯싶습니다.
그리고 평가원은 상위권 변별을 위해 3을 제외한 1, 2, 4, 5를 '총동원'해서 킬러/준킬러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당장 1번 삶의 태도 문항을 지나자마자, 2번 문항에서부터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선지 전체가 1, 5의 전략으로 점철되어 있어서, 기출문제의 선지나 교과서의 인용 원전 등을 유심히 보지 않았으면 판단이 매우 힘들었을 것입니다.
9번 아리스토텔레스 문항은 정말 역작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ㄱ에서는 국가의 목적을 구성원의 목적과 연결 지어 생각해야 하는 선지로 1의 전략을, ㄴ에서는 '덕에 부합하는 영혼의 활동'이라는 행복의 정의와 '탁월한 품성 상태'라는 덕의 정의를 알아야 하는 선지로 1의 전략을, ㄷ에서는 '좋음'과 '행복'을 혼동해서 읽으면 낚이게끔 하는 장치를 쓴 것은 물론 행복 외의 좋음을 생각해 보아야 하는 선지로 2의 전략을, ㄹ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기능 논변을 담은 지문을 통해 4의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개념 체계와 기능 논변을 종합적으로 제시함은 물론이요, 윤리 사상과 사회사상 단원 융합까지 이루었고, EBSi 기준 정답률이 15%까지 떨어지는 기염을 토한, 실로 어마어마한 문항입니다.
16번 칸트 문항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②에서는 천재교과서의 칸트 '신' 인용문을 활용해서, 도덕 법칙이 인간에게 의무로서 부과되는 이유를 사고하고 그 이유가 신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지를 판단하게 만들었습니다. 1, 5의 전략을 조화롭게 사용한 것입니다. ③에서는 2의 전략을 정말 직접적으로 사용해 학생들의 머릿속을 뒤흔들었고요. 반례의 부존재 증명이 상당히 까다로웠을 것입니다. 이 밖의 여러 문제에서도 1, 2, 4, 5의 전략이 고루, 그것도 어렵게 쓰였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시험지입니다.
윤사는 진짜 '대학수학능력시험'다웠습니다. 저 자신이 철학과 학생이라 할 수 있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철학과 관련된 대학 수업에서는 1~5의 난관을 파헤치는 작업과 비슷한 일들을 수없이 많이 해야 해서요. 킬러 문제일수록 각각의 선지가 다분히 철학적 가치를 담고 있었다는 것도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역시 교수들이 내는 시험은 다르군요…… 윤사는 생윤과 다르게 '폭탄처럼 어렵다.'라는 평을 붙일 만합니다.
아무튼!
두 과목 모두 순탄치 않은 시험이었습니다.
언제라도 이번 수능의 주요 문항들을 분석하는 글을 만들 생각이기는 하지만
지금 당장은 수요가 별로 없을 것 같아서 나중으로 미루겠습니다.
그때는 생윤 윤사 모두 손댈 계획입니다.
예비 고3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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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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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제외하고 근데그분마저 수능끝나고 산화당하심
윤사는 수험생 수준에서 고인물인 실력 정도로는 50점 허용하지 않겠다는 평가원의 굳은 의지가 보였던...
제발 2컷 44
2컷 44 충분히 가능해 보입니다
실력으로 50점 받으려면 탈수험생 수준이어야 했죠... ㄷㄷ
임재섭! 임재섭! 임재섭! 임재섭! 임재섭! 임재섭! 임재섭! 임재섭! 임재섭! 임재섭! 임재섭! 임재섭! 임재섭! 임재섭! 임재섭! 임재섭! 임재섭! 임재섭! 임재섭! 임재섭! 임재섭!
어느 지점이 그렇게 감명 깊으신 건가요 ㅋㅋㅋㅋ
그냥.. 글을 보고 감동해버렸는걸요(?)
무... 무슨...
수시 반수 준비중인데 내년에는 진짜 윤리 안하고 일반사회과목 할거에요
수능에서 쌍윤 보고 철학 전공하는 저로서도, 점수를 위해서는 윤리 과목을 권하지 않습니다. 국영수에서 하는 것처럼 반복 연습을 통해서 2~3등급까지는 나와도 1등급, 만점은 나오기 어렵거든요.
일반 사회 과목은 꾸준히 노력하면 만점이 나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내년의 길도 응원하겠습니다 :)
생윤 47 1컷 제발ㄹㅠㅠㅠ
47 이하로는 거의 확정적이고, 45냐 46이냐 47이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수능에서 생윤이 어렵게 나왔나 보네요ㅠ
윤사 이런식으로 나오면 교과서도 읽어보는게 좋을까요?
네, 교과서 많이 읽어 보면 분명 크게 도움이 될 거예요!
생윤 2컷 몇 예상 하시나요?
개인적으로 44점 예상합니다.
더 올라가지는 않겠죠 ㅠㅠ????
44보다 낮으면 낮았지 더 높을 일은 없을 것 같네요 ^^;
그럼 내년 쌍윤 선택하는 것보다 사문 생윤이 더 괜찮나요?
제가 타 과목의 사정은 알지 못하기 때문에, 특정 과목과 비교해서 더 나은지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사문, 윤사 양쪽에 능통하신 분께 여쭤 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
내년에도 쌍윤할거 같은데 안정적 1등급 확보를 위해서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평소에 헷갈리던 기출 선지만 모아서 보고 심층적인 공부를 하지 않았는데 쌍윤 학습방향을 어떻게 설정할지 잘 모르겠어오ㅠㅠ
헷갈리는 선지들을 보고 "왜 그게 정답/오답인지" 이유를 설명해 보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지금의 윤리 시험에서는 기출 선지 외우는 게 별로 통하지 않습니다. 어떤 근거로 선지를 판단해야 하는지 길을 찾는 연습을 기출문제를 토대로 꾸준히 해 두어서, 새로운 낯선 선지를 마주쳤을 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왜'를 자꾸 생각하면서, 사상가의 사상 체계를 스스로 세워 보는 작업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상가에 스스로 이입해서, 근거와 결론들을 연결 지어 보면서 사상가의 사고 회로를 파악하는 거죠. "[칸트] 내재적 가치 -> 내재적 가치의 근거: 존엄성 -> 존엄성의 근거: 이성" 이런 식으로요.
모아 두신 선지들을 이렇게 면밀히 바라보고 판단 근거들을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ㅠㅠ 말씀해주신대로 공부해서 이번에는 꼭 쌍윤 원하는 점수 획득할게요!
윤사 1번 가채점을 잘못한건지 omr체크를 잘못한건지 미치겠어요ㅜ 맞았다는 가정 하에 47점인데 제가 omr체크를 잘못했으면 2등급으로 떨어질 것 같아서 초조합니다ㅜㅜ
1컷 45까지 내려갈 가능성은 없죠..?ㅜㅜ
윤사 1컷이 45까지는 내려갈 일이 없어 보입니다... OMR 카드에는 정답을 칠했기를 기원해야죠 ㅠㅠ
3년동안 omr실수 안 했는데 설마 수능날에ㅜ...
윤사 2컷이 45점이 나올수 있나요?
웬만하면 44점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45점으로 올라가는 일도 불가능은 아닐 듯합니다.
윤사 47점이면 1등급 나오겠죠? 이것때메 잠도 못자는중ㅠㅠ
윤사 47은 거의 1등급 확정이죠 ?
공감합니다... 수험생이라서 뭐 자세하게는 모르지만 저는 딱 그동안의 평가원기출이나 모의고사에서 만점받을 실력으로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그정도로 공부했기 때문에 불수능으로 나오니까 바로 44로 떨어졌습니다. 사설을 일체풀지않고 이비에스도 문제풀고 해설지보고 이해만 하고 넘어갔습니다. 사설을 풀면 평가원출제경향에 벗어난 선지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이젠 사설을 꼼꼼히 풀어야할 때가 온것같아요. 평가원은 1등급이 50아래로 내려가고, 차례로 2등급컷이 45나 44를 목표로했다면, 그리고 아마 이번 확정등급컷이 그렇게 나온다면 앞으로의 수능은 아마 계속 이럴것같습니다...
맞습니다. 탐구 과목 간 표준 점수를 비슷하게 가져가야 하는 상황에서, 평가원이 윤리 과목에서는 올해처럼 불수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죠. 출제 및 판단 근거를 명확히 제공해 주는 정제된 사설 모의고사라면 확실히 도움이 될 만한 경향입니다. (정제되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만 있는 사설 모의고사는 오히려 독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희도 올해 수능 성격에 맞춘 모의고사를 내년 상반기에 제작할 예정이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
생윤1컷 50 가능세계는 없는건가요?
라이프니츠식으로 말하자면, 가능 세계는 있되 신은 이 세계를 그렇게 만들지 않았습니다. (지나가는 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