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1 수능준비 #1.공부의욕 [지석t]
으아악! 공부하기 싫어! 이걸 언제 다하냐고!
수능이 고작 31일 밖에 안남았단 말이야!!!!!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12년 동안 공부에 가장 의욕이 없을 때가
언제인지 아시나요?
스우파 할 때? 너튜브 보고 싶을 때?
친구가 놀자고 꼬실 때? 게임 하고 싶을 때?
"제 생각에는 수능 1주일 전입니다."
대부분 그때 제일 공부에 의욕이 없습니다.
이상하죠?
언뜻 생각하기에는 그때
가장 열심히 공부를 열심히 할 것 같은데 말이죠.
"언뜻 이해가 안 되면 저번 중간고사나
시험 보기 5분 전 교실 분위기를 떠올려 보세요!"
시험 당일 날에
주로 '망했다!' 며 야단법석 떨기 바쁘지 않나요?
그러면서
그 전 날에 '내가 하루만 더 있었으면 진짜 열심히 할 텐데' 하며
빈둥거리지는 않았나요?
또
종말의 날(?)이 다가오면 광란의 웃음을 흘리면서
친구들과 날뛰지 않았나요?
중간고사가 이 정도 인데,
수능 때는 훨씬 더 하는 게 이치지요.
우리를 이렇게 만드는 이유가 뭘까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입니다.
수능은 12년 동안 공부한 것을 한 순간에 평가합니다.
1년 동안 공부(하는 척)를 했어도 성적이 오르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1주일 공부한다고 시험을 잘 볼 수 있을 것 같진 않으니까
현실을 받아드리지 못하고 정신줄을 놓고 맙니다.
제가 예전에 수능을 1주일 앞둔 후배를 만났습니다.
그 후배는 역시나 정신줄을 놓고 망연자실 놀고 있었습니다.
정신줄 후배 : 형, 지금 공부 해봤자 뭐해요.
지석이형 : 너 인마! 수능 잘 보기를 바라지마! 망해버려!
정신줄 후배 : 넹?!?!?!?!?!?!?!?!
지석이형 : 너는 지금 수능 잘 보기를 바라면 안 돼.
왜냐? 네가 바라야 할 것은 따로 있어.
솔직히 지금 열심히 한다고 시험 잘 본다는 보장은 절대 없어.
남은 기간 공부를 하든 안 하든 비슷할 가능성이 크지.
어떤 노력을 해도 결과를 보장하지 못해.
열심히 해서 절정 내공을 쌓았는데 수능 날 교통사고가 날 수도 있고,
식중독에 걸릴 수도 있고, 계단에서 굴러서 다리가 부러질 수도 있어.
사고가 딱히 사람 사정 봐주면서 날짜를 가려서 오지 않아.
그런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고, 그게 수능날일 수도 있어.
그나마 공부는 정직한 편이지,
다른 일들은 잘해보려고 노력한 것 때문에 오히려 더 크게 실패할 수 있어.
차라리 처음부터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더 나았을 때도 있어.
(특히 연애는 괜히 잘해보겠다고 오버하다가 망하기 십상입니다!^0^)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열심히 노력해놓고 좋은 성적표 못 얻어도 괜찮다고.
왜냐?
너는 열심히 하는 너 자신을 얻을 수 있는 거잖아.
인간은 결과 앞에선 무력하지. 하지만 인간은 과정 앞에선 무적이지.
과정만큼은 네 맘대로 할 수 있잖아.
무력하게 네 주위 상황이 나아지기만 바라며 불평하지 말고,
너 자신이 보다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며 무적이 되라.
상황이 안 좋아도 그를 통해 네가 성장하면 좋은 것이고
네가 성장하기 위해서라면 상황을 안 좋게 만들어도 된다.
단지 네가 지금 열심히 할 수 있는 인간이 되기만을 바라.
제가 대학에 들어와서 수학 시험을 보기 10분 전에 일입니다.
시험 보기 10분전 강의실 상황은
정말 이거랑 별반 다를 바 없어요.
놀랍게도 서울대라고 다르지 않아요 ㅋㅋ
저는 시험 보기 10분 전!
책을 펴고 몇몇 문제에다가 동그라미를 치고 있었습니다.
옆에서 보던 친구가 물었습니다. “너 왜 동그라미를 치냐?”
제가 대답했습니다.
“이제 이거 공부해보려고.”
친구가 어이 없어하며,
광란의 웃음기를 흘리는 다른 친구들이 있는 쪽으로 다시 날뛰며 가버렸습니다.
친구의 눈에는 시험이 10분도 안남은 상태에서 수학을(그것도 대학교 수학을),
그것도 복습도 아니고 이제 처음 공부한다는 것이 헛수고로 보였던 것 같습니다.
남은 10분 동안 공부했습니다.
시험지를 받자마자 일단 전체적으로 훑어 봤습니다.
아까 10분 동안 봤던 문제가 그대로 시험에 나왔습니다.
저는 풀이법을 까먹기 전에 잽싸게 그 문제부터 풀었습니다.
한 문제를 건졌습니다. ㅋㅋㅋㅋ
그 때 시험이 총 7문제 나왔는 데, 그 중에 한 문제니까
상당히 큰 운빨인거죠!
그런데 여러분.
내가 10분 동안 공부했던 게 시험에 안 나왔어도 상관없습니다.
처음부터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공부했던 게 아니니까요. 아무렴 어떠냐 싶었습니다.
그저 나는 '응시자'였고, 시험을 보기 위해 이 자리에서 대기하고 있었으므로
저는 시험 10분 남은 상태에서 뭘 하는 게
내가 보다 나은 인간이 되는 일일까 생각했고
시험 직전에는 시험공부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시험 직전 10분에 공부하는 게 힘든가요?
힘듭니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공부한다면 힘듭니다.
10분 공부한다고 성적이 오르리란 보장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쉽습니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한다면 쉽습니다.
10시간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겨우 10분 공부하는 것일 뿐인 걸요.
남들 엄청 잘하고 있을 때, 쉬운 것도 못하는 내가 초라해서 싫을 때가 있습니다.
남들 엄청 많이 해 놨을 때, 이제야 책을 펴는 내가 한심해서 싫을 때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나는 마음을 다잡고
내가 잘하기를 바라지 않고, 내가 열심히 하기를 바랍니다.
내 성적이 나아지기에 앞서서,
나라는 인간이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각자의 사정과 처해진 환경 때문에
이번 수능을 기필코 잘봐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엄청난 압박감은 여러분 공부에 하등 도움이 안됩니다.
오히려 엄청난 압박감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유튜브에서 '공부자극영상'을 찾아보고 있을지도 몰라요.
여러분!
나는 당신에게 꼭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나는 당신이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사람이길 바랍니다.
당신 안에는 지금보다 훨씬 강하고 아름다운 자기 자신이 들어 있습니다.
지금은 그 사람이 되어 나가야 하는 시간입니다.
저는 당신이 지금 이 순간 진정한 자기 자신에게 다가가고 있길 기원합니다.
제가 항상 당신을 응원하겠습니다.
수능이 31일 남았다고 해서
모든걸 놓아버리지 마세요.
모두다 결과에 무력합니다.
다만, 당신은 과정에도 무력하지 않길 바랍니다.
do it. now.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사문 강k 15 0
사문 강k 15번 어떤방법으로 푸는건가요 풀려고해도 안풀려서요
-
난 만점이다 0
오늘 비록 6시에 뛰쳐나와서 피방롤을 조지긴했지만 수능은 잘볼것이다 반드시.
-
아예 과거버전도 못보게 막아놨네 어휴
-
레어 사고 싶다 1
현재로서 구매가능한 레어는 괴산군 레어뿐.. 괴산군 잘 몰라요.. 안 땡겨요 ㅠ
-
엄청 나중에 돌아와서 몇명만 딱 팔해놔도 누군지 알고 평소엔 커뮤 잘 안하는데 딱...
-
올해 계속 수학 쉽게 내라고 명령 여러번 떨어졌다고... 9평도 그 일환이고
-
1. 관대한 pdf 예전엔 누가 피뎊 쓰다 걸리면 메인글이 그사람 욕으로 도배되고...
-
미헌법중,1조는 정부의 입법부 즉 미국 의회를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는 하원과...
-
내일은 비역학 개념책 조진다
-
카톡으로 용돈 보내주셨는데 수능 끝나고 받는게 맞겠죠? 감사인사는 드렸는데
-
(✷‿✷)
-
수능은 자신감이 0
ㅣ진짜 중요한가보네요… 윤도영쌤도 그렇게 말씀하시고 저희 학원쌤도 똑같이 말씀하시던데
-
이제 미적 전범위 개념학습(미친개념 찍먹하고 예제+연습문제 공책에다 풂) 끝나서...
-
풀수있는문제가 꽤 많았네
-
내년 고3이라 가을때부터 천천히 심맨님 커리 따라갓엇는데 이제 곧 끝나서 커리중에...
-
https://orbi.kr/0009658324/ 전 이거
-
없겠져..?
-
독서지문 (1) 비극과 희극 두 부분으로 되어 있는 듯하지만 희극을 다루었을 자료중...
-
왜 난 느낌상 3
올해 수능이 국어 24독서보다 살짝어렵 24문학보다 쉽 수학 23,22어딘가 영어...
-
저 불닭 사먹게 덕코좀요 ㅈㅂㅈㅂ
-
원래 삼각함수 덧셈정리 문제는 수능에 잘 안 나오나? 7
최근 미적기출들에서 삼각함수 덧셈정리문제는 잘 못 본 거 같은데 그냥 범위가 많은데...
-
젠장잠이안와 1
어떻게 고친 수면패턴인데...어제한번 늦게잤다고 다시 와장창
-
888484 3
훈훈훈호훈호
-
-
평가원스러운 지문 들고가려 했는데 그게 어떤건지 잘 모르겠어요 보통 어떤 지문 들고...
-
이건 사람 글씨가 아니야..
-
남자인게 대놓고 티남 ㅋㅋ
-
1. 이혼 시 부부협의 없이 가정법원이 지정한다 2. 부부 협의로 결정한다 두...
-
글씨 잘ㅆ는데 7
플래너 올려주고싶다
-
찜뱃 얻는 법 10
https://orbi.kr/00010821728 여기 나와있네요
-
작수컷이 47인가.. 괴물들이네 진짜 강민웅쌤은 보통 쉬운회차도 45정도라고 말씀하시던데
-
영어2 진짜 너무 간절함 작수71 6모미응시(논술반수) 9모76 요즘들어서는 하루에...
-
영어 국어 정말 약하기도 하고 학원이 잘 맞아 영어 국어는 계속 다니되 수학은 끊고...
-
김승모 3회 1
애끼다가 풀었는데 독서 문학 너무 술술 풀려서 처음으로 시간 남았음. 그런데 너무...
-
25 9모를 풀로 풀어야겠다
-
현정훈T 인강 1
오늘 현강에서 내년에 어디서 수업 할지 정해진 거 아무것도 없다고 메가대성...
-
나 키 179.x인데 15
X는 후반 180이라고 해도 됨?
-
그걸 어케 기억하고 어케 쓰는 거야
-
아님 그냥 실모 치고 채점 후 점수 확인만 하시나요 전 독서 문학에서 아아주 골고루...
-
개인사정으로 재수로 붙은 대학을 못 다녔음 (현 21) 재수로 붙은 대학도 그리...
-
그땐 일주일에 국어 실모 3개 이상 풀면 대평가원 논리에 반역을 든 허수취급 받음 지금은 반대인듯
-
숨마국어 이분 아시는분 연계작품 보는데 은근 그림으로 연상잘됨
-
범부한테는 너무 힘듬
-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고려대학교 사범대학에 재학중인 1학년입니다! 현재 다들...
-
수능은 운칠기삼인데 찍기 못참거든요
-
옛날 계정일 때 이미지 써주기 두 번인가 해줬었는데 9
진짜 모르는 분이 써달라고 하면 식은땀 흘리면서 그 분 게시글 다 보고 연구해서...
-
시험지마다 문항별로 난이도는 다 다르겠지만.. 올해 초 5등급에서 시간만...
-
?? 연계라도 봐야겠다 살려주세요
-
강준호 화학 0
내년에 강준호 선생님 현강 들을려고 하는데, 현강 전에 김준t의 개념,기출만 하면...
핵심 취소선
앜ㅋㅋㅋ
딱 지금 마음상태와 맞아떨어지는 내용이라 엄청 공감하면서 읽었네요. 감사합니다 공부하러 가야겠어요
진짜 승부는 수능 당일날이죠! 기운아 솟아라!
제가 힘이 된다니 기쁩니다. : ) 진짜 승부는 수능날 당일이다! 가라! 수능배틀 다 찢고 나오자!!!
1줄 요약
재수해라 어차피 올해 못간다
이걸 이렇게 요약할 능지면 재수ㄴㄴ
너무 좋은 글 감사합니다 선생님 크게 와닿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잊고 있었던 가장 중요한 걸 다시 생각해낼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이걸 읽었으니 내일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심리적으로 계속 곱씹게되네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보다 나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항상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하려고 하지말라는 말이 이렇게 큰 자극이 될줄 몰랐어요. 감사합니당
의욕이 안 생겼는데, 덕분에 좋은 자극 받고 갑니다.
노력하는 경험 자체가 중요한 거겠지요. 파이팅!
잘하기를 바라니까 너무 스트레스 받고 부담감도 컸는데 감사합니다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