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tticc [988605]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1-01-25 18:24:20
조회수 1,507

[사회 문화] 21 9평 14번 분석 칼럼

게시글 주소: https://market.orbi.kr/00035613513

 21 9평 14번 문제입니다. 제 기출 학습량이 적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일탈 파트에서 이런 식(후반부에서 자세히 이야기하겠습니다)으로 출제된 문제를 거의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원래 보던 문제들과 살짝 달랐기 때문에 현장 응시하면서 맞닥뜨렸을 때 살짝 놀랐습니다.

 

 문제를 풀어보겠습니다. 오른쪽의 선생님의 말풍선에 따르면 (가) 이론은 낙인 이론입니다. ‘차별적인 제재, 사회적 반응으로 인해 일탈자로서의 부정적 자아를 내면화하여 2차적 일탈을 저지르게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낙인 이론이니까요. 여기까지는 큰 부담이 없습니다.


 이제 중요한 자료의 칠판을 보면, 사분면 위에 네 집단이 구분되어 있고, <조건>에 따르면 A~D 집단은 t년 이전에는 범죄의 경험이 없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표로 재구성했습니다.



t년에 공식적인 처벌을 받은 경험t+1년에 범죄를 저지른 경험
A집단XO
B집단OO
C집단XX
D집단OX


 적지 않은 학생들이 ‘2차적 일탈’이라는 단어의 ‘2차’에 집중합니다. “아니, 1차적 일탈이 있어야 그 다음 일탈이 2차적 일탈이지, <조건>에는 이전의 범죄 경험이 없다며?”라며 말이죠. 그래서 이 문제를 맞닥뜨린 그 짧은 순간 깊은 당황에 빠집니다. “낙인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게 맞아?”라며 말이죠. 그러나 이것은 적절하지 않은 접근입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낙인 이론이 말하는 일탈 행위 규정의 ‘주관성’입니다. 다음은 기출 선지에도 있는 내용입니다. “일탈 행동을 규정하는 객관적 기준이 없다.” 법으로 규정된 ‘범죄’만 일탈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이를 바탕으로 주어진 상황을 설명하자면, 범죄가 아니었던 어떤 행위(1차적 일탈)로 인해 t년에 공식적 처벌(차별적 제재)을 받고, 그로 인해 t+1년에 범죄를 저지르게 된 것(2차적 일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각 집단이 갖는 의미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일탈의 원인이 차별적 제재이기에 제재를 받지 않은 집단인 A집단과 C집단은 낙인 이론에 있어 큰 의미를 갖지 않습니다. A집단은 낙인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1차 일탈을 저지른(확실하지 않습니다. 이후 처벌 유무가 나와 있지 않기에 그 사회가 A집단의 범죄 행위를 일탈로 규정했는지 아닌지 알 수 없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문제에서는 세로축인 범죄 경험의 유무를 2차적 일탈 행위 여부로 판단하는 것 같으니 넘어갑시다.) 친구들이고 C집단은 그냥 모범시민입니다. 

 

 반면, B집단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공식적 처벌(차별적 제재)을 받고 부정적 자아를 내면화하여 2차적 일탈을 저지른 2차적 일탈자로 볼 수 있고, D집단은 차별적 제재를 받았음에도 2차적 일탈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할 수 있는, 낙인 이론을 반박할 수 있는 사례가 되는 집단입니다. 똑같이 차별적 제재를 받았음에도 D집단에서는 2차적 일탈이 발생하지 않았으니까요. ㄱ, ㄴ 선지를 해결했습니다. ㄷ 선지는 위에 설명한 내용으로 처리 가능하고, ㄹ 선지는 차별적 교제 이론이 말하는 일탈 해결 방법입니다.


 현장에서 봤을 때 너무 급하게 풀어 저 <조건>을 못 보고 넘어간 학생과, 물 샐 틈 없는 개념 학습을 한 학생들이 승자였던 문제였습니다. 사실 현장에서는 A집단과 C집단에 넘어가서 시간을 끌리기보다 개념을 바탕으로 차별적 제재와 그 후에 발생한 일탈 행위에 집중하는 것이 옳았습니다. 사회문화가 현장에서 보면 이게 뭔가 싶다가도 시험 끝나고 다시 시험지를 펼쳐보면 아 이거 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과목이기에 개념 공부가 그리 빡세다고도 하기 어려운 과목이고, 개념 문제도 몇몇 극악(시험장 기준입니다) 수준으로 어려운 문제들 말고는 큰 어려움이 없을만한 과목이기에 이 칼럼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글이 와닿지 않는 분들이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음 문단부터입니다.


 보통의 일탈 문제들은 두 세 이론을 제시하고 구분한 후, 각 이론의 특징을 맞게 서술한 선지를 고르는, 텍스트 위주의 문제로 출제되었습니다. 이 문제가 나온 21 9평 직전의 평가원 시험인 21 6평도, 문제 자체가 어렵긴 했지만 20 수능의 10번도 그런 방식으로 출제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하나의 이론을 가지고 텍스트가 아닌 자료를 해석하도록 하는, 기존의 평가원 기출과는 살짝 다른 방식으로 출제되었다고 느껴질 만한 문제였습니다. 제가 말하는 ‘기존’의 문제를 확인하고 싶으신 분은 190613, 200903, 200607 등의 문제를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기출문제집이 없으신 분들을 위해 몇 개 정도만 남겨뒀습니다)


 이 문제가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수능 사회문화를 공부하는 것은 개념을 공부하고, 그 이론에 맞춰 사고하는 능력을 기출 문제를 통해 넓혀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출로 공부'한다는 말이 제일 잘 어울리겠네요. 그 이전의 일탈 문제들이 낙인 이론을 다룰 때는 일탈 행위 규정의 주관성과 해결 방안인 낙인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주로 다뤘으나 이 1차적 일탈을 큰 비중으로 다루는 문제가 최근 기출 중에는 없었습니다. (교육과정의 변화로 인해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로 이 문제는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개념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도 꽤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개념 인강들의 진도가 일탈까지는 안 나갔던데, 나중에 공부하시면서 선생님들도 말씀하시겠지만 개념 철저히 하시고, 기출 학습도 꾸준히 하시기 바랍니다. 반응이 좋다면 다른 문제들도 몇 개 풀어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건 제가 잘 몰라서 드리는 질문인데, 2차적 일탈에서의 '2차적'이 secondary를 사용하나요? 그래서 부수적의 뉘앙스를 갖는 건가요? 사회학 전공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rare-성균관대학교

0 XDK (+5,000)

  1. 5,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