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UX] 뭉게구름 [984190]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0-12-19 14:11:49
조회수 6,615

이과 최상위도 하는 고민 (feat.연대의대)

게시글 주소: https://market.orbi.kr/00034031516



  어떤 이야기를 할지 많이 고민하다가 연대 의대와 저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단순히 연대 의대가 아니라 우리나라 입시 제도 안에서 사람들의 인식도 함께 이야기하면서 모두의 진로 선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제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저는 연의를 오기 위해 3년을 공부했던 사람이 아닙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고등학교 3년 내내 목표는 ‘전기·전자공학부’였습니다. 과학고를 다니면서 연구하고 싶은 분야가 생겼고 그 때문에 진지하게 저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며 꿈꿔온 대학교였습니다. 단순히 좋아 보이는 대학이라서가 아니라 저에게는 소중한 의미가 있는 대학교였기에 가고 싶었습니다. 처음 꿈이 생겼을 때, 제 성적은 의대를 지원하기에는 부족하고, 공대를 가기에는 어느 정도 안정권이었습니다.


  하지만, 꼭 가고 싶은 마음 하나로 성적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올리기 위해 공부했습니다. 이 마음이 고3이 되어서는 대학교에 떨어지면 안 된다는 강박으로 다가왔고, 이것 때문에 잠을 못 자면서 공부를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렇게 고3이 끝나갈 무렵 원서를 쓰게 되었습니다. 3년 동안 원하던 대학이 하나뿐이었고 충분히 써 볼만한 성적이었기 때문에 그 학교에 지원했습니다. 남은 원서들은 모두 상향 의대로 썼습니다.


  그리고 연대 의대에 합격하였습니다.


  어느 대학을 갈지 정하는 그 짧은 기간 동안 정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걸 왜 고민했냐구요? 그러게요. 원래부터 조심스러운 성격이기도 하고 그 당시 저는 의대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많은 생각을 하는 저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3년 동안 꿈꿔 온 대학과 연대 의대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고는 제 스스로가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해온 꿈의 대학과 모두의 꿈의 대학 중에서 고민한다는 것이 누군가가 보기에는 기만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 당시에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저의 3년에게 너무 미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고민은 쉽게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생각해봤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진로를 결정할 때 성적은 보지 말고 정한 뒤에 노력하자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상적인 진로 결정을 위해서는 그래야 하겠죠. 하지만, 전국의 고등학생들에게 그러라고 하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이 생각을 하고 나서 돌아보니, 제 장래희망이 정말 상한선 없이 갖게 된 꿈이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제 성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무의식중에 ‘나는 의사가 될 수 없어’를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나니 조금은 정리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연대 의대’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하고 대단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왜 그런지를 알아내는 것이 저에게 분명히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입시 제도는 잘 보면 은연중에 학과들을 서열화하고 있습니다. 그 서열이 행과 열을 가진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긴 줄이라는 것이 정말 잔인한 현실입니다. 그 줄의 앞부분에 있는 학교이기 때문에 우리는 의대를 단순히 ‘의학을 가르치는 대학’이 아니라 ‘좋은 대학’이라고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이 색안경을 벗기란 쉽지 않겠지만, 정말로 의대가 무엇을 하는 대학인지 찾아보게 되었고 많은 시간을 의과대학에 대하여 공부하는 시간으로 쓴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들 끝에 저는 연대 의대에 오게 되었습니다. 누구는 3년간의 꿈이 의대 앞에서 좌절한 것으로 보겠죠. 누군가는 이공계 상위권은 어차피 의대로 가게 되어있다고 말하겠죠. 그런 말들이 모두 맞을 수도 있지만, 사실 정말 중요한 것은 본인이 얼마나 고민하여 선택한 길이냐입니다. 의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신의 성적에 맞게 대학을 결정하는 우리나라 분위기 속에서는 이를 간과하기 쉽습니다. ‘붙었다, 개꿀’이 아니라 가게 되는 대학의 입시 정보뿐만 아니라 학교 정보도 많이 알아보고 고민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어떤 방식으로든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모든 중·고등학생들이 꼭 자신의 진로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해봤으면 좋겠어요. 성적보다 진로 희망란을 먼저 채우길 바라요. 그 뒤에 자신의 성적이 꿈을 이루기에 충분하면 좋은 것이고, 부족하다면 자신의 꿈을 원동력으로 삼으세요. 모두의 꿈은 이루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자신이 무엇을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욕구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강합니다. 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분야를 연구하는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며, 때로는 그 연구를 못 하게 되었을 때의 좌절을 상상하며 공부했습니다.


  목표로 하는 대학은 우리도 모르게 상한선을 정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원동력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그 힘이 저를 서울대 공대를 넘어서 연대 의대까지 오게 만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도 그 원동력이 까마득해 보이던 꿈을 이루게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저처럼 본인도 모르게 그었던 능력의 한계를 깰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요.





- 이과 최상위권 컨설팅 전문 크럭스(Crux)팀 소속 뭉게구름 -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