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 Roman. [69422] · MS 2004 (수정됨) · 쪽지

2020-10-13 18:2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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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뭇거리는 이과생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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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결정을 할 때 중요한 순간이 있다.


  이 하나의 선택으로 내 인생 전체는 아니더라도 꽤 많은 부분이 바뀌는 그런 선택의 기로에 누구나 한 번쯤 놓이게 된다. 주위의 조언을 얻고 책의 명언을 전유해보기도 하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맞을지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경험칙상 나는 한 가지는 확신하게 되었다. 


  일단 뛰기 시작했으면 전력질주하는 게 성공확률이 높다. 베이스에서 발을 떼 도루를 시작했는데 "아니지? 돌아갈까? 지금가면 아웃이지 않을까?"하는 고민의 시간이 길면 길어질수록 실패의 확률은 증적된다. 길을 걸어가면서도 가지 않은 길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왔다갔다 방황하는 것을 '사색'으로 포장해 아프니까 청춘이라며 자위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영 멍청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논리적, 귀납적으로 해제 가능하다. 


  '플라시보' 효과가 대표적이다. 


  위약을 먹어도 그 약이 진짜라고 믿는 순간 병이 나을 확률은 더 높아진다. 자기가 하는 행동에 자신이 있으면 확신이 생기고 집중할 수 있게 돼 결과적으로 일이 잘 되는 경우가 많다. 고민을 한다는 건, 그만큼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고 길어질수록 자신이 실패할 확률은 늘어난다. 일단 도루를 위해 발을 뗐는데 계속해서 돌아갈까 달릴까 고민하는 타자에게 남는 건 횡사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지금 이 순간 선택의 기로에 꽤 많은 수험생들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다. "이 전공이 맞을까?", "의대는 가고 싶은데 가면 너무 늦은 나이가 되는 것 아닐까?" "나이로 5수가 되는데.. 그냥 다니던 대학 졸업해서 취직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고민은 고민을 물고 이어지고, 그 현란한 선택지 속에서 힘들게 선택해야 했을 것이다. 혹은 선택을 망설이다 타인 또는 시간이 그 선택을 대신 해주었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당신이 결정한 선택을 했고 고민 끝에 한 길을 결정했을 것이다. 


  점수에 맞춰 대학 진학을 결심했든, 4수를 결심했든, 인생 뭐 있냐며 창업을 결심했든, 당신이 한 선택이다. 그럼 그게 맞다. 자신은 확신을 낳고 확신은 후회를 남기지 않는다. 


  본인이 아직 베이스에 발을 붙이고 도루를 고민하고 있다면 투수의 어깨, 몸짓, 바람, 타자의 컨디션, 감독의 싸인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한없이 신중해져라. 


  하지만 일단 달렸으면, 뛰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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