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변형문제가 좋은 변형문제일까요?
변형문제를 올리고 ( http://orbi.kr/0003105970 )나서 학생들의 문의가 많습니다. 제가 오르비에서만 활동하는 게 아니라서 여기 저기에서 질문들이 나옵니다. 질문들 중에는 이런 것들도 있습니다. "선생님 작년에도 만드신 문제 있으시다던데 얼마나 적중 되었습니까?"
이런 질문을 받으면 안타깝습니다. 학생들에게 있어서 변형문제의 가치가 잘못된 곳에 놓여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적중을 몇개 했는가?"가 중요하게 된 것은 상업적인 강사들이 자신들의 강좌와 교재를 팔기 위해서 만든 잘못된 가치개념일 수 있습니다. 제가 적중에만 신경을 쓰고 변형문제를 만든다면 저는 100% 적중시킬 수도 있습니다. ebs지문 개수만큼의 변형문제를 출제하면 됩니다. 웃기죠? 제작년인가 1500개의 지문을 뽑아놓고서 자신의 교재에서 90%이상 적중되었다고 자랑하는 강사를 봤습니다. 이게 자랑할일입니까? 원숭이나 코끼리가 뽑아도 그정도 적중률을 갖습니다. 20개를 뽑았는데 그 중에서 5개가 나왔다는 그 사람은 이미 "신"의 영역에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 주변에 흔한 통계의 마술에 속지 마시기 바랍니다.
수능은 쉬운 문제부터 어려운 문제까지 고르게 출제가 됩니다. 따라서 적중률을 높이려면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까지 다 뽑아야 합니다. 이게 제가 추구하는 가치는 아닙니다. 저는 일단 쉬운 지문은 배제시킵니다. 어차피 학생들이 쉽게 풀수 있다면 굳이 제가 다뤄줄 필요성이 없어질 것이니깐요. 저는 오로지 "만점"을 추구합니다. 따라서 변형되었을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지문들에 대해 가장 신경을 많이 씁니다. 학생들에게 존재하는 빈 틈을 파고들어서 제대로 모르던 것을 제대로 알도록 해주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가치입니다. 물론 저도 대중성을 생각하기 때문에 "전형적 지문"을 뽑기도 합니다. 지문들 중에서 특정 유형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들이 보이면 일단 문제로 출제를 합니다. 그리고 그런게 실제로 똑같은 문제로 출제되기도 합니다. 7월 교육청 모의고사 순서문제는 제가 만들었던 것과 지문을 자른 곳 까지도 일치했습니다. 이런게 전형적 문제입니다.
변형문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다른 곳에 두어야 합니다. 바로 "논리"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빈칸 추론 문제를 출제할 때, 아무 의미 없는 곳에 또는 근거가 부족한 곳에 빈칸을 뚫어 놓는다면 그게 학생들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 어떤 도움이 되겠습니까? 근거가 희박한 문제는 어려운 문제이지만 더러운 문제가 됩니다. 그런 것들은 학생들에게 혼란만을 가져오게 됩니다. 빈칸의 정답 선택지는 문제 만들기 전에 이미 본문 속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답 선택지들은 변형문제를 만드는 사람들이 만들게 됩니다. 거기에 논리성이 없다면 문제로서의 가치는 떨어지고 학생들에게 잘못된 지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훌륭한 변형문제는 오답 선택지가 오답이어야 하는 명확한 이유와, 오답이 아니게 보이도록 하는 위장 장치를 갖춰야 합니다. 자의적 해석을 하는 학생들과 지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경우에 빠질 수밖에 없는 함정이 오답 선택지에 마련되어야지 좋은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주제, 제목, 요지, 요약문 완성처럼 정답 선택지도 직접 만들어야 하는 경우에는 문제를 만드는 사람의 자질이 정말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정답 선택지가 정답이 될 수밖에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재수생 강사로 오랜 시간 강의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문제들을 풀어 봤습니다. 근데 지문이 좋다고 문제가 좋은 것은 아니더군요. 문제의 질이 떨어지는 것들이 오로지 지문이 적중했다고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학생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가치는 "진정한 실력" 이 아니라 단순한 쪽집게가 될 뿐입니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ebs 밖에서 나오는 30%의 문제들 (정확히 말하면 독해 파트의 40%이상의 지문들 - 문항 개수로 15개)를 풀 수 있는 실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훌륭한 변형문제는 EBS지문을 활용해서 EBS지문 외의 문제까지 대비시켜주는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오답 선택지가 훌륭한 변형문제 - 이 변형문제가 가장 훌륭한 변형문제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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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적중적중 하는건 좀 아닌 것 같아요...
막판되니까 확실히 적중에 목숨 거는게 느껴지는데 좀 안타까워요.
결국 이건 하늘에 달린 건데 말이에요...
정말 끝까지 실력 쌓은 놈이 이기는게 수능인것 같아요.
상변선생님 글 좋아요~
실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EBS때문에 교육에 파행이 생기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