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지 [707939] · MS 2016 · 쪽지

2017-11-14 00:5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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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영상을 제작하며 느낀 점. 그리고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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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먼 길을 달려왔습니다.

롱패딩을 입고도 벌벌 떠는 요즘의 추운 날, 등교하는 수험생들을 버스에서, 그리고 지하철에서 마주칠 때마다 느낍니다. 수능을 두 번 본 저로서는 너무나도 익숙한, 그런 광경입니다. 

정말 열심히, 힘들게, 하지만 한 발 한 발, 그렇게 달려왔습니다. 



수험생 영상을 처음 만들 것을 결심했을 때는 제가 두 번째 수능을 준비하고 있을 때입니다. 

지금도 크게 다른 것 같진 않지만, 당시의 세상은 할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말하는 그것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노력으로 극복하기엔 조금 버거운 것들이 항상 내 앞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자면, 인터넷에 떠도는 성공 사례는 어쩌면 기질적인 우월함을 타고 태어난 자들의 무용담일지도 모릅니다.



기대와 실망은 정비례합니다. 

때문에 책임질 수 없이 흘러가버리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끝없는 긍정을 이야기하여 자기 자신을 더욱 옥죄도록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름의 고민이 담긴, 현실적이지만 진실된 저희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긴 수험기간동안 느끼고 기댔던 생각들을 차근차근 정리했습니다. 

가능성만을 제시하는 세상에서 조금의 부정을 보여주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그 부정을 넘어설 수 있는 다른 시각을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먼 날 뒤의 수능을 이야기하던 영상들에서, 내일의 수능을 이야기하는 영상들로 바뀌어 갑니다.

투박했던 수능 d200 영상부터 지금까지, 저희를 통해 조금이나마 힘을 얻었던 모든 이들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이 영상이 시험장에서 펜을 놓는 그 순간까지의 원동력이 되었으면, 하고 생각해 봅니다.



 입김이 서리던 작년의 추운 겨울부터 벚꽃이 만개하던 봄. 더운 줄 모르고 지나갔던 여름과 쌀쌀하고 불안했던 가을, 그리고 지금. 긴 여정을 꿋꿋이 버텨낸 모든 수험생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결과에 연연하지 말라는 상투적인 말은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걸어온 길을, 과정을, 시간을 조금 더 믿어주었으면 하는 그런 바람입니다. 저희의 이야기가 차가운 시험장에서의 작은 온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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