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나무 [683235]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16-12-29 23:2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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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주의** 한의사에게 들은 한의사 전망 (본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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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에게 들은 한의사전망(본편) 2


어제는 오르비 유저분들의 질문과 쪽지로 받았던 내용들을 

QnA 식으로 차례로 나열해가며 글을 썼는데요. 


이번에는 제가 직접 묻고 답변 받은 내용들을 QnA 식으로 쓸 예정입니다.


주의사항 및 안내는 이전에 썼던 글을 참조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어제 새벽 2시 이후로 댓글이나 쪽지를 통해 질문 주신분들은 

   내일 저녁까지 ‘한의사에게 들은 한의사전망(본편) 1’에 업데이트 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 2편 읽기 전에 1편부터 보고 오시면 좋겠습니다 ^-^


#3. 나의 질문


테마는 크게 전망 / 연봉 / 한의사 생활 이렇게 3가지를 중점적으로 물어봤습니다.


(아버지와의 실제 대화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겼습니다.)


Q. (한의사가 보기에) 아들이 의대와 한의대 모두 합격하게 되면 어디로 보내는게 일반적이죠?


A. 보통의 경우 한의원이 잘 안되는 분들은 의대를 가라고 하시고, 한의원이 잘되는 분들은 한의대      가라고 하시지.


Q. (지금 제 성적이 정시 한의대 지원시 안정권은 아닌데) 만약 삼수를 하게 된다면 어디로 보내고       싶어요?


A. 의대


Q. 그 이유는요?


A. 한의사의 경우, 의사나 약사에 비해 정계에 진출한 인물이 거의 없고, 사람 수가 적어서 제도권내에서 목소리를 내고 유리한 쪽으로 정책을 유도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그래서 법적, 정치적, 제도적으로 굉장히 소외받고 힘이 없어서 안타깝지. 의료기기 허용 문제라던지 IMS(의사가 침을 놓을 수 있게 하는) 허용 문제라던지, 의학계에 비해 힘이 약하니 많이 휘둘린다.

 그리고 보약시장이 매우 줄어든게 사실이고, 병원가서 10만원 20만원 짜리 주사 맞을 때는 당연한 듯이 결제하고, 한의원와서 10만원 대 후반 한약 상담하면서 기겁하는 거 보면 좀 짜증이 나기도 하지. 

(거의 20년째 가격변동이 없다고 합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옛날에는 엄청나게 수입이 높았던 거죠.)


Q. 한의사랑 의사랑 비교했을 때 삶의 질 적인 부분이나 수입적인 측면에서 어느게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나요?


A. 사실 너희들 세대는 우리처럼 편하게 돈 벌고 자리 잡을 수 있는 세대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동네에 개원해서 편하게 경영하는 모습을 그리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두 직종을 비교하자면, (본인 하기 나름이겠지만) 삶의 질적인 측면이나 업무강도를 따지지면 좀 애매하고 수입만 보면 인기과 의사 > 보통과 의사 = 잘하는 한의사 > 보통 한의사 > 비인기과 의사 정도 되겠지. 항상 예외는 있다.


Q. 솔직히 의대도 심각하게 고민했었는데 (아직도 삼수할까 생각중입니다.) 

 수련받을 때 그 특유의 분위기 있잖아요. ‘까라면 까’라는 식의... 군대같은게 너무 싫어서요.


A. 근데 그것은 의치한 모두 병원 수련받으면 심하게 까이고, 잠도 못자고 힘들지.

 메디컬 드라마는 순 뻥이다. 이 말이지. 레지던트 때 알콩달콩 연애하는 인간들은 정말 난 놈이다.  그런 분위기는 어디든 있어. 근데 지금은 또 어떤지 몰라. 아버지 때는 그랬다. 아무래도 생명과 직결되고 잘못하면 큰 실수가 나니까 힘들어도 혹독하게 배우는게 좋다.


Q. 솔직히 말하면 한의사 전망은 어때요? 정말 솔직히


A. 어둡지. 뭐 밝은 직종이 있겠냐만은.


Q. 근데 왜 저는 한의대 가라하시나요?


A. 현재 신졸한의사들이 개원하면 망하기 쉬워. 왜냐하면 기존의 선배들이 개원가를 꽉 잡고 있고, 어느정도 포화상태로 자리 잡기가 끝난 상태라 젊은 한의사가 필드(개원가)로 나와서 홀로선다는게 말처럼 쉽지 않다.

 실제로 많이 망하는 것도 사실이고. 솔직히 말하면 선배들이 팁 몇 개만 줘도 잘 될 수 있는데 대부분이 자기 경쟁상대니까 잘 안 말해주지.

 그런데 너는 내 아들이니까 그런 진입장벽은 없는셈 치고 개원할 수 있으니 그렇고.


Q. 의대도 똑같죠?


A. 당연하고, 대신 네가 의대를 가면 경영이나 환자 상대하는 방법은 알려줘도 한약 처방이나 침술, 추나는 못 가르쳐준다. 아예 다른 학과를 가면 니 혼자 맨땅에 헤딩해야하는 거고.


Q. 그래도 썩어도 준치인데 그렇게 어둡겠어요?


A. 하긴, 한의사라는 직업군 전체가 망해간다면, 아마 다른 직업군은 대부분 몰락했겠지.

 근데 아까도 말했지만 지금 너무 제도권 안에 못 들어가고 밖을 빙빙 돌고 있어. 좀 서럽기도 하고 흔히 말하는 허준학번 애들이 씩씩거리면 보험처리 받아내고 열심을 내고 있지만 10만명을 2만명 목소리로 이기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지원도 많이 못 받고 일단 국가에서 잘 안 밀어주니까 안타깝지. 국립대도 부산대 겨우 따내고 서울에도 경희대밖에 없는 걸로만 봐도. 의대만큼의 위상은 힘들지.


Q. 돈 얘기해서 죄송한데. 직업 선택시 꽤 중요한 고려사항이라서요. 개원하면 연봉은 얼마나 가능할까요?


A. 현실적으로 1억 5천, 그것도 개원하고 좀 자리 잡힌 뒤에 이야기고 처음에 딱 열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


Q. 그럼 안전빵으로 요양병원을 가면 편하게 벌겠네요.


A. 이딴 소리좀 하지 마라. 요양은 최후의 보루정도라고 생각하고, 개원해서 망하고 일반한방병원 페닥도 못 구하고 돈 없고 일단 일해야 할 때 가는거지.

 요양병원 생각하고 한의사하면 미친거지. 니가 요양병원 병원장을 한다면 몰라도 거기서 페닥으로 있으면 실력도 늘지 않고 미래가 없다.


Q. 네(당황), 그러면 저는 한 연봉 2억정도 벌고 싶은데 가능한가요?


A. 가능하지. 네가 열심히 한다는 전제하에.


Q. 3억정도는요?


A. 가능은 하지. 대신 하루종일, 일주일 내내 한의원 생각만하고 공부해야 될 거다. 그니까 qol이 현저히 낮아진다고. 

 연봉은 2배 올리려면 노력은 한 6배? 정도 생각해야 된다. 그리고 너무 돈만 보고 하지마라. 환자도 한의사가 속물인지 진심인지 정도는 안다. 아주 귀신같이 알지(웃음)


Q. 4억은요?


A. 그렇게 버는 사람도 있는데, 현실적으로 의사랑 한의사 모두 보험관련 법이라 소득신고관련 법이 개편되서 정말 노력해서 월 3000이 마지노선이다. 그 위로 올라가면 상위 10% 안쪽이라 봐야지.


Q. 치과로 가면 어때요. (아버지와 매우 친하신 잘되는 치과 후배분이 계십니다.)


A. 사실 치과가 그 치과베드 하나하나가 돈이 어마어마하고 장비나 이런 것들 때문에 개원비용이 장난 아니거든. 그래서 망하면 빚더미에 앉는거고, 잘되면 5년하니까 연 4억 넘기는 후배도 봤지. 대신 야간진료랑 주말진료하고. 젊으니까 가능하겠지. 그것도 늙으면 못한다.


Q. 예전과 비교해서는 많이 안 좋아졌네요.


A. 예전에도 비슷한 말 있었거든 우리 선배님들이 우리까지 꿀이었는데, 니들은 좀 힘들겠다고. 근데 나와 보니 할 만하더라 근데 요즘도 우리가 그렇게 말하고 다니니까. 점점 힘들어지고는 있는데 못할 정도는 아니고.


Q. 한의사 생활은 좀 어때요? 저는 아버지가 한의원에 계신 모습을 거의 못 보니까요.


A. 편하지. 세상 좋지.(웃음) 사실 다른 직종 힘들다고 할 때 우리는 불평하기 좀 그렇다. 일단 원장실에 좋은 치료용 침대가 있는데 환자 없거나 중간 휴식시간이면 누워서 쉬거나 좀 자고(웃음) 아무도 터치 안하니까 좋지.

 그리고 원장실에 책장 밀면 뒤에 문 나오는데, (원장실 뒤에 마련된 비밀공간? 같은게 있어요.) 너도 알잖아. 어릴 때봐서 잘 기억 안 나려나. 거기에 TV랑 안마의자 가져다 놓고 점심쉬간에 쉬고 그러지 뭐. 다들 취미가 다른데 나는 휴식을 좋아하니까 그렇게 했고 다른 친구는 거의 헬스장을 만들어 놓은 놈도 있고. 

(원장실 뒤에 휴식공간을 따로 마련하는 분도 그렇지 않은 분도 있다고 하십니다.)


Q. 극단적인 예가 있나요? 연봉의 극대와 극소?


A. 계속 돈 얘기하네. 온통 관심사가 그쪽이니.


Q. 그게 아니라 Max랑 Min이 궁금해서요.(돈 질문 때문에 눈총받았어요.)


A. Min은 당연히 망하는 거고. 하루에 5명도 안 오고 하루종일 웹툰만 보거나 멍하니 있으면 그렇게 되고. 아는 선배가 최고 전성기 때는 월 1억 조금 안되게 벌었을 때도 있었고 그건 이제 소도시인데다가 거의 압도적으로 유명세가 있어서 그렇지. 기사두고 에쿠스 리무진 뒷자리에 앉아서 출근하셨었다. 근데 너는 그런 생각하지 말고(찌릿)


Q. 사회적 평판이나 인식은 좋아요? 인터넷에서 하도 욕먹으니까


A. 인터넷은 원래 좀 그렇고, 다들 배 아파서 그런지 어디서 뭘 들었는지. 에휴.

 사회에서는 인정해주지. 은행이나 이런데 가도 알아주고. 

 일단 너도 그렇겠지만 가족들이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다니니까 기분좋지.(웃음)


Q. 불편한 점도 있겠죠?


A. 그냥 사람들이 이거 먹으면 어디에 좋다는 데 맞냐는 식의 질문을 만날 때마다 한다는 거.

 참고로 뭐 먹는다고 좋아지는 것도 있지만 그냥 스트레스 안 받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잘 먹고 푹 자면 그게 보약이다.


Q. 하, 근데 20대 때 막 빛을 보기는 힘들겠네요. 계산해보니까 군대해결까지 생각하면 33이후는 되야 뭘 할 수 있겠던데.


A. 20대 때 공부한 걸로 평생 먹고 사는거지. 남들보다 청춘을 못 누리는 대신 나중에 보상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건 웬만한 전문직은 다 똑같다.


Q. 근데 고3부터 계산하면 15년 가까이 거의 적자만 나는 수준인데 이게 완전 빚더미인데, 수지가 안 맞는 것 같아요.


A. 개원해서 망하지만 않으면 3년 내에 다 갚고도 남는다.


이상이고요. 최대한 현실적인 말투 그대로 기억 나는거 그대로 옮겼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글을 읽으실 때 제가 한의사 아들이라는 것을 항상 고려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실제 저는 연봉이나 이런 것들이 아버지의 도움이 있다는 것을 고려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대신 직접 현직에 계신 분께 여쭈어 본 것이니 가장 사실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어제 글을 읽으신 많은 분들이 칭찬과 격려, 또 도움받았다는 감사의 쪽지와 댓글로 한 시간 넘는 타이핑이 헛되지 않고 뿌듯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한의대 지망생분들이 이런식의 옹호글은 (옹호의 의도는 없었는데 아무래도 넷상에서 언급되는 것 보단 긍정적인 부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정시 접수 앞두고 굉장히 곤란하다고 쪽지가 왔습니다. 


그래서 일단 이 글은 어제 여러분과 약속한 것이라 올리고, 그 후에는 더 이상 글을 쓰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2번의 장문이면 정보전달은 충분했다 생각이 되긴 합니다만 추가적으로 질문주시면 1편에 계속 업데이트는 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모두 원하시는 대학 합격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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